|
일제 강점기 국내외에서 항일 독립운동을 펼친 독립유공자들 후손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다. 13일 법무부는 독립유공자 박도백 선생의 손자 박승천(46세)씨와 증손녀 박금련씨를 비롯한 13명에게 국적증서를 부여했다. 만주, 연해주, 블라디보스톡 등에서 국적수여식 참석을 위해 입국한 이들은 매우 상기된 표정이었다.
-박도백 선생은 1910년 독립운동을 주도하다 부산에서 옥고를 치른 뒤 만주로 건너가 독립운동을 재개했다. 1996년 건국훈장 애족장이 수여됐다. 손자 박씨는 “일찍 돌아가셔서 기억엔 없지만 역사책을 통해 할아버지의 역사를 찾게 됐다”고 말했다.
-1919년 4월 만주에서 일본 경찰에 체포, 1921년 평양형무소에서 사형 선고를 받은 최일엽 선생의 증손녀 둥하이(37), 둥장(34)씨도 자리에 함께 했다.
-만주, 간도에서 항일무장투쟁을 벌인 이명순 선생의 증손녀 이진숙(49)씨와
-중국 지린 성에서 군자금을 보집, 통신/첩보활동을 하다 일본군에 총살당한 이여락 선생의 후손도 참석했다.
-러시아령 니콜리스크에서 러시아어 항일신문 [학생과 목소리]를 발간하며 민족해방운동을 벌였던 김아파시나 선생의 손녀 김율리야(35)씨도 왔다. 동아일보만 단독으로 취재/소개한 사연에 따르면
율리아 씨는 고려인 아버지와 러시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고 1998년 한국에 돌아와 한국인 남편과 가정을 이뤘다. 율리아 씨는 독립운동의 여파(?)로 대를 이어 고생했던 아버지의 모습을 전했다. 어렸을 때 러시아 연해주 추코트 반도 한 작은 항구에서 살았던 율리아 씨는 자신의 아버지만 ‘먼 바다’까지 고기잡이배를 몰 수 없다는 게 의아했다. 열한 살이 됐을 때 아부지가 앉혀놓고 설명하기를 “러시아 국적으로 태어난 조부가 1919년 조국의 현실을 두고볼 수 없어 일본경찰이 3.1운동을 탄압한 것에 대한 항의문을 일본 영사에게 전달한 것을 시작으로 항일신문을 발간하고, 19년 후 1938년, 아이러니하게 ‘일본 첩보기관을 위해 간첩활동을 했다는 누명’으로 소련군에게 총살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후 1957년 아들의 노력으로 누명을 벗고 60년만인 2006년 건국훈장 애국장이 추서됐다. 그러나 간첩 혐의는 공식적으로 누명을 벗었으나 그럼에도 김씨 가족은 브라가 나로다(민중의 적)으로 불리며 손가락질을 받았고, 배를 타도되지만 근처에서만 왔다갔다하라는 제제조건도 여전했다. 결국 선장 일을 그만 둔 율리아씨 아부지는 그럼에도 연해주에 정착하려는 고려인들을 돕기 위한 정착기금을 조성하는 일을 시작했고 그런 아부지의 모습이 딸 율리아 씨 눈에는 “대한민국이 대체 뭐간데” 의아하게 비춰졌다. 율리아 씨는 할아버지랑 아부지가 불이익을 감수하고 짝사랑하던 대한민국을 대학 시절인 1998년 첫 방문했다가 지금의 남편을 만났고 한국에 정착했다. 하지만 사는 게 편하지는 않다고 한다. 한국말이 서툴고, 취직도 안 되고, 귀화시험에서도 힘들었다고 한다. “그저 외국인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외롭다고 했다. 국적증서를 받으러 온 자리에서 율리아씨는 “독립유공자 후손으로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오늘, 저한테는 매우 특별하고 행복한 날입니다. 우리 가족에게 커다란 영광입니다. 정말 고맙습니다”라고 한글로 적힌 쪽지를 현장에 있는 동아일보 기자에게 전했다.
ⓒ동아일보
이외 허주경 선생(1991년 애국장)의 손자 부녀, 이응선 선생(1992년 대통령장)의 손자, 강인수 선생(1990년 애국장)의 손녀, 엄익근 선생(1990년 애국장)의 외증손 등 모두 13명 후손들은 국내에 입국한 후 경기 과천시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서 열린 수여식에 참석, 국적법에 따라 특별귀화허가를 받았다. 독립유공자 후손들에 대한 국적증서 수여는 2006년부터 시작됐고 올해로 7번째다.
|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