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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엉뚱한 청년의 얼굴을 나주 여자어린이 사건의 ‘성폭행범’으로 만들어 신문 1면에 게재한 뒤 하루만에 ‘오보’를 인정하고 사죄의 말씀을 올렸다. 오마이뉴스는 조선일보의 오보를 보도하면서 사진출처를 TV 동아라는 ‘오보’를 냈으나, 아직 사과하지 않았다. 조선일보처럼 깔끔한 사과 나오는지 지켜볼 일이다.
2009년 경기도 연쇄살인범 강호순 사건을 계기로 국민 알 권리 충족과 공익을 위해 반인륜범죄에 대해서 범인이 확실하면 수사단계에서부터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는 방침을 정한 조선일보는 이후 사회적 논란이 되는 사회사건사고 피의자들의 얼굴을 공개해왔다. 09년 신문방송편집인협회는 신문윤리강령을 개정해 공개 여부를 언론사 개별 판단에 맡기고 있다. 조선일보가 강호순, 조두순, 김길태 등의 얼굴을 공개했고, 이제 이것은 대다수 언론사에서 관행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피의자의 신상이 ‘알 권리’라는 차원에서 어떤 가치나 효용성을 지니는 정보라고 볼 수 없다. 재판을 통해 확정판결을 받은 성범죄자 알리미 써비스는 앞으로 보다 강화해야할 일이지만 수사단계에서 피의자의 얼굴 공개는 ‘정보’라기 보다는 ‘여론몰이’ ‘지켜내지못하는 시스템을 가리는 장치’로 기능한다. 아님 아니라고 말해바. 솔직히 양심에 앞발을 얹고 말야.
표창원 경찰대 교수는 “언론사들이 경쟁에 매몰되는 과정에서 신상을 공개한 언론사는 (공개 안한) 언론사보다 앞섰다는 것을 자랑하고싶어하고, 그렇지 않은 언론사는 스스로 뒤쳐진 느낌을 받는 것 같은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보수 중에서도 한심하기가 이를 데 없는 보수인 자유선진당 조차 “흉악범의 개념과 범주과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치안유지에 대한 국민적 불안이 고조된다는 점을 악용해 피의자 단계부터 신상을 공개하겠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발상”이라는 매우 정상적인 의견을 냈다. 자유선진당은 “범죄 예방과 사회안정은 정부와 공권력이 수행해야할 기본 책무다. 근데 이것을 얼굴/이름 노출로 달성하려는 시도는 졸 전근대적인 인권 후진국가에서나 나올 발상”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정말 옳다. 맨날 북한 인권 연구하느라 그런지, 쨌든 인권에 대한 개념이 좋긴 정말 좋다.
불과 3년전 “공개하냐마냐”로 뜨거웠던 것에 비해 이제 우리는 완전 둔탱이가 되버렸다. 조선일보의 오보를 놓고도 그렇다. 엉뚱한 늠을 공개했다는 비판은 있으나 “근본적으로 무죄추정의 원칙을 강조하고 피의사실 공표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한톨도 없다”
이 와중에 이명박 정부는 불심검문을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대통령이 되기 전인 2006년 발생한 생방송 성기노출 사건 당시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은 ‘홍대문화가 문제야, 홍대 거리 불심검문을 강화하겠다’는 소리를 했다가 여론으로부터 개쌍욕을 얻어먹고, 이명박을 사랑하는 언론사들이 개쌍욕 댓글 달린 기사들을 자진 철거한 적이 있다. 성기노출사건과 성폭행(현재로선 진범임이 거의 확실해보이는) 가해자의 경우를 단순비교할 수 없다고 쉽게 말해서는 안된다. 왜냐. 기준을 세우는 것은 최악/최선의 경우를 상정하고,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미디어오늘의 이정환 기자는 피의자 신상공개의 극단적 사례였던 1981년 윤 노파 살해사건을 언급했다. 조선일보 1981년 8월 16일자에 “물증이 나와도 범행을 시인하지 않는 세상에 둘도 없는 끈질긴 여자”라는 표현과 함께 용의자 고숙종 씨의 현장검증 사진을 게재했고, 사건 전모 발표현장에서 고숙종 씨는 “내가 죽였다. 나를 어서 죽여달라”고 울음을 터뜨렸다는 보도가 있었다고 한다. 공개자백까지.
그러나 강압수사에 따른 자백이었고, 고숙종씨는 무죄판결을 받은 5년 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내 결국 승소했다.
조갑제 전 월간조선 편집장은 이 사건과 관련, 이렇게 기록했다.
“경찰은 헌법이 보장한 ‘확정 판결 이전의 무죄 추정’ 원칙을 파괴하고 피의사실 공표죄를 스스로 범하는 해괴한 기자회견을 마련했고, 언론은 스스로의 판단력을 포기, 경찰 판단에 편승해 한 여인에게 정신적 뭇매를 가했던 것이다. 확정판결 이전에 피의자나 피고인을 ‘범인’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기자가 스스로 판사가 되려는 행동이다”
81년과 지금의 사법체계는 질적으로 다르고, 억울한 피해자가 절대 발생하지 않는다는 근거가 있나? 없다. 지금의 검찰이 그때 검찰보다 우수하냐고? 아니다. 경찰의 능력은 얼마나 나아졌는데? 모른다고.
고종석, 강호순, 김길태 들은 범인이 맞았을 수 있다. 하지만 바로 지난 주 5년 형을 꽉 채워 살고 나온 수원 노숙자 살인사건의 범인(?)이 “나 안 죽였슴다” 말하며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거든. 출소 전인 6월 이미 법원에 의해 사건에 대한 재심 결정이 내려졌다. 지능이 떨어지고, 자폐끼가 있는 노숙자 대여섯명을 경찰차에 태운 뒤, “너잖아. 니가 죽였잖아 저 저능아가 니가 죽였다는데” 그래놓고 저 저능아에겐 “딴 저능아는 너래는데” 이지랄해서 대충 엮어넣고, 뭔 반항의 기운이 없을 수밖에 없는 저능아들이 안 죽여놓고도 5년을 꽉 채워 살고 나온 사건이 바로 지난 주에 있었다고.
- 수원 노숙자소녀 살해사건
언능후딱 엉뚱한 늠을 체포하고 사건이 마무리된 사이에 진짜 범인은 여전히 돌아다니고 있고, 이런 빌어먹을 일이 왜 생기냐고. 국민 여론에 밀린 성과주의, 심하게 말하면 한탕주의 실적주의의 결과고, 여기에 여론으로 우리가 선정성과 무대뽀로 일조한 바가 진짜 없냐고.
정보를 언론 보도, 경찰의 수사발표, 검찰의 구형사실에만 의존해 받을 수밖에 없는 나로서는 그래서 모든 장치가 최소한으로, 정말 아니면 안 되는 경우에서만 제한적으로 구현되기를 바라고(=공권력), 이를 해치는 역장치들(=언론 발광)은 매우 세심하게 조율돼야한다고 믿는다.
고종석, 강호순, 김길태의 인권을 지키는 것은 고종석, 강호순, 김길태를 위해서 지켜야하는 게 아니고, 우리의 인권을 보호하기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근데 뭘 잘 모르는 병신잡새들이 함부로 떠들다가 급기야는 ‘사형제도 찬성’ 소리까지 해대고 있다. 언론의 여론재판, 무뇌들의 감성재판에 토할 거 같다. 사형제도는 공권력! 국가가 저지를 수 있는,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최고의 폭력]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반복하지만, 지금 여론이 쌍욕을 퍼부어줘야하는 방향은 술김에, 초범이라, (가해자가) 미성년이란 이유로 되도않게 낮은 형량을 내리는 사법부와, 알리미써비스, 사후관찰 등 국가가 방기한 채 자꾸 쳐놓치고 있는 시스템/인프라 쪽이지, 얼굴공개 알권리, 사형제도 따위가 아니다. 시스템 인프라 구축에는 돈이 든다. 사형제도, 언론의 깽판에는 돈이 들지 않는다. 한늠또한늠 사형 시켰다는 늬우스가 매일 아침 신문에 나오면 이 사회가 안전해졌다는 만족감이 들겠지? 근데 과연 그럴까? 낙타냐? 모래밭에 대굴휘 쳐묻고 있으면 적들이 니 몸땡이를 발견 몬한다고 믿는 낙타야? 사람이니까 어린이 성폭행 같은 흉악범죄를 대하면 부르르 끓겠지만, 여론재판에서 한 따까리 하고 나서 “안전해진 듯한 착각”으로 마무리하고 말까 매번? 생각을 해보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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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