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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새벽 나주에서 집에서 자고 있던 7세 여자아이를 이불 채로 납치, 성폭행 한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 고모씨(23세)는 새벽 1시 30분께(피의자 범행 자백시간) 범행을 저지른 후, 찜질방에서 잘 자고, 나주 시내에서 잘 놀다 31일 오후 1시 20분께 순천시 단골로 다니던 PC방에서 잠복하던 경찰에 체포됐다.
고씨는 범행 이유로 “술을 먹고 정신이 없었다. 술김이다”라고 말했다. 2008년 안산 어린이 성폭행 사건의 범인 조두순이 술을 먹었다는 이유로 ‘심신미약’이란 전문용어 하에 단촐한 12년 형을 선고받은 이래, 성폭력으로 잡힌 모든 인간들이 ‘술김에’란 이유를 대고 있다. 안녕하세요. 술김입니다. 잠시 실례 좀 하겠습네다. 술김이라서. 시장하신가요? 술김이구만요. 당신의 카드번호와 비번이 필요합네다. 술김인 점 양해하시구요. 특별한 사법부와 특별한 나라의 풍경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식전 대빠람에 뛰어나와 대국민사과를 하고, 경찰서를 방문하는 생쑈를 벌이던 시간, 이미 경찰은 피의자의 신원을 파악하고 있었다. 대통령이 경찰서를 방문하고 호통을 쳤기 때문에 수사가 이렇게 신속하게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졸라 빨리 체포했다는 식으로 전 언론이 나대고 있다. 옳지않다. 아이를 발견한 것이 30일 오후 1시다. 아이는 경찰에 구조되자마자 “삼촌/어두운 옷/스포츠형 머리”라는 진술을 했고, 곧바로 탐문을 통해 1시 20분께 경찰은 고씨의 “이름”까지 확보했다. 뿐만 아니라 고씨의 평소 동선까지 확보, 잠복 끝에 고씨를 잡았다. 24시간만인 31일 오후 1시다. 명바긔의 경찰서 방문과 함께 대국민 생쑈가 벌어지던 시간엔 이미 범인의 본명, 주요 동선을 다 파악하고 늠이 나타나기만 하면 되는 시간이었다. 치사하게 이런 거 안 따지고 싶지만 늬도 이딴 식으로 속보이는 숟가락 좀 안얹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이번 사건은 집에서도 안전하지 않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범인은 평소 피해어린이 가족과 안면이 있었다. 아이들을 재워놓고 평소 취미대로 근처 게임방을 찾은 아이의 엄마는 범인과 인사를 할 정도의 사이였고, 범인은 아이 엄마에게 아이들의 안부를 물었다고 한다. 엄마는 새벽 2시 반쯤 귀가해 잠들었다가 3시쯤 막내아이 기척에 깼고, 피해어린이가 옆에 없는 걸 알았지만 안방에서 아빠와 잠들어 있다고 생각해 다시 잠들었고 오전 7시에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범인이 새벽 1시 반께를 범행시각으로 진술했다고 하니, 아마 범인은 아이 엄마가 PC방에 머물고 있던 시각 빠져나와 아이를 들고 튄 걸로 보인다. 아이 엄마가 귀가했을 때 아이는 납치된 상태였던 거 같다.
▲ 조선일보는 “성폭행 당한 초등생 엄마, 평소 인터넷 게임을...”제하로 아이 엄마가 평소 게임중독이었다는 주변증언과 위 사실을 토대로 아이 엄마가 귀가했을 당시 이미 아이가 없어졌는데, 이를 엄마가 눈치채지 못했다는 뉘앙스의 기사를 작성했다. (☞바로가기) 지금 이 사건을 다루는 모든 언론은 어찌된 이유인지, 신파와 선정성으로 쌍도배를 하고 있다. 그리고 아래와 같은 댓글을 받았다.
역시 조선일보만의 독특함이 기사 제목부터 드러난다. 특히 <아동, 청소년, 성문제, 저출산>과 같은 주제들에 조선일보는 늘 이런 방식의 톤을 유지한다. 거칠게 이미지화 하자면, <많이 배우고 똑똑하긴 한데 본인이 잘 모르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핵심을 흐리면서 훈계조로 계도하려는 50대 아저씨>의 모습을 떠올리면 된다. 같은 주제의 다른 언론사와 비교해보시라. 참 일관성 있고, 의도하는 논의구도를 만드는데 탁월한 언론사다.
한편으로는, 유아성폭행 발생장소 비율을 보여주며 <아이를 혼자 두지 마세요>란 황당한 카피를 씨부려서 욕을 처먹었던 여가부(여성가족부) 공익광고도 생각난다. 많은 사람들이 ‘아이를 혼자 둬서 성폭력에 노출되면 부모 잘못이니 시스템이나 인프라 탓하지 말고 알아서 잘 챙겨 다녀라’라는 뜻으로 이해했으니까. 이 기사 제목은 한편으로 그 뉘앙스도 담고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여기서 핵심은 그냥 7세 여아에 대한 납치성폭행 사건이다. 피해아동의 엄마가 피시방 주인인지 죽순이인지, 게임중독인지 알콜중독인지 따위의, 사건내용과 인과관계 또는 연결고리가 전혀 없는 내용이 아니고. 물론 <피시방 갈 시간에 아이를 좀 더 잘 챙기지 그랬느냐> 정도의 기대를 할 수 있겠으나, 이게 비난으로 변질되면 논의는 희한해진다.
게다가 아동성폭행에 대한 논의기반이나 인식이 제대로 잡히지 않은 나라에서, 부모 중에서도 <엄마>에 대한 <책임> 내지는 <자격>을 따지는 건 감성적으로 아주 손쉬운 일이다. 문제의 본질을 사적영역으로 슬쩍 넘겼던 여가부 카피가 현실이 되는 거지.
그리고 또 하나 웃기는 게,
사람들은 늘 기대하는 그림이 있는 것 같다. 그 그림에 따르면, 이런 끔찍한 일을 당한 아이의 엄마는 <밤늦게 피시방 같은덴 가지 않고, 어려운 살림에도 밝고 화목하게 남편과 한방에서 자는 엄마>여야 이상적이다. 피해자가 동네에서 귀여움을 독차지하던 아이라면 금상첨화고. 이 정도 그림이어야 자신들의 분노가 더 그럴싸하게 느껴지고, 기대하는 그림이 아니면 뭔가 찜찜한가보다
조선일보가 따귀를 맞고 맞아 일백 번 고쳐 맞아도 할 말 없을 이런 유효한 반박과 세련된 비판은 늘 포털 댓글러들한테서 나온다. 여기서 꼭 할 말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막무가내로 "에에~히 좃선, 왜곡의 달인, 방가방가, 장지여헌, 친일매국쪽팔휘" 모든 카테고리를 막론하고 모든 것을 뒤섞어버리는 노빠들에게선 머어시 됐든 간에 ‘유효한 비판과 문제의식’을 볼 수 없어진지 이미 오래다. 걍 욕이나 처하고 호령이나 하다가 기분 나쁘믄 “너 싫어잉” 아님 “나도 다 알아요 오호호홍“ 피터팬 증후군도 아니고 30 넘고 40 넘은 것들이 얼굴 안 뵌다고 귀여운 척들은 또 졸라 쩌는데, 아조 토하겠다. 느들 배나오고 머리숱 없지? 아까우니 부탁인데 두 끼만 먹도록 한다.
경찰청이 31일 형사정책연구원과 공동으로 내놓은 [2011 범죄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강간/강제추행 등 성폭력 범죄는 19,489건으로 전년대비 6.7%가 늘었다. 우리나라는 하루 평균 53건의 성폭력 범죄가 발생하는 나라인 것이다. 07년 기준으로 무려 2.1배가 증가했다. 칼이나 망치 등 흉기를 사용하는 사례는 07년 대비 541건에서 1987건으로 3.7배가 늘어났다. 흉기의 종류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칼은 물론, 줄/끈/테이프/밧줄 등과 함께 마취제/독극물/모의총기가 동원한 사례도 있다. 이런 경우는 우발적인 게 아니다. 계획적인 범죄에 대한 대책 마련이 있어야겠다.
대부분 살인이나 강간은 면식범에 의해 저질러진다. 살인의 경우 친족의 비중이 23.2%, 친구나 애인이 16.5%로 나타났고, 성폭력의 경우 이웃/지인이 9.7%, 친구나 애인이 5.6%, 직장동료 4.0%등 면식범 비중이 높다. (강도/절도/폭력/사기 등의 범죄는 모르는 사람의 비중이 높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총 범죄수는 2010년보다 줄었다. 그러나 단순비교는 곤란하다. 음주/무면허운전 등 교통분야 범죄가 확 줄었기 때문에 총 범죄수는 줄었지만 강력범죄는 되레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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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