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North Face라는 제목의 독일영화 노스페이스가 뜨거운 감자다. 100만원 내외에 이른다는 점퍼 한 벌을 손에 쥐기 위해 부모를 조르고, 알바를 뛰고, 그래도 안 되면 노스페이스만 전문적으로 강탈하는 이른바 학원가의 '노스페이스 노획단'으로까지 발전한단다. 이에 대한 입소문은 이미 오래됐고 신문과 방송의 노스페이스 현상에 대한 비판적 보도도 한 차례씩 지나갔다. 사실 노스페이스는 사양길이란다. 조롱의 의미로 노스페이스 점퍼 찢기 퍼포먼스가 있었는가 하면, 점퍼를 뺏는 '일진'의 이미지가 덧붙여지고, 소비자 단체와 노스페이스 간의 고가정책을 둘러싼 공방전이 진행되는 와중에 브랜드의 희귀성이라는 가치가 대중성으로 돌변했기때문이다. 유행에 대한 충성도는 그 사회를 알게 하는 거울이다. 권위주의 문화가 유행으로부터의 이탈에 대해 다양한 유형의 징계를 가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손쉽게, 왕따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노스페이스 애호가 세대인 중고등 학생들에게 소속감은 가장 절실한 가치다. 소속되기 위해서라면 거의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시기를 겪고 있는 이들로선 부모를 졸라 그것을 획득하려 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런 일이다. 노스페이스 광풍의 시발점은 그들의 부모세대였다. 야외활동 수요가 늘어나면서 주로 수입품이 지배하던 이 시장의 마케팅 정책은 '신분 표시'로 집약되었다. 한 마디로 노스페이스류들은 한국시장을 잘 알고 덤볐다. 장년층 취미활동, 야외활동 분야에서 소비의 공식은 '신분표시'라는 사실을. 늘어난 등반객들 사이에선 수백에서 천만원 내외의 장구를 걸치는 것으로 신분의 서열을 정하는 것이 일반화된 풍경이었다. 따라서 노스페이스 현상을 소비주의의 문제만으로 해석하려 하면 본질을 비껴간 진단이 나올 수 밖에 없다. 고가정책에 의해 일시 이미지가 나빠졌다 해도 제 2, 제 3의 노스페이스를 통해 신분을 획득하고 소속감을 얻어야 하는 권위주의의 희생자들은 계속 배출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화 분야에서 권위주의를 표현하는 용어 중에 권력거리(Distance of Power)라는 것이 있다. '상대방과의 서로 다른 권력 수준을 허용하는 정도'라 할 수 있다. 한 마디로 권위에 복종적이면 권력거리가 크고, 니가 뭐데 내 위에 군림하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면 권력거리가 작다고 말한다. 이 개념이 학술적으로 정착한지 꽤 오래되었기때문에 비교문화 분야에서 다양한 국가 간 연구 사례가 있었다. 한국이 연구대상에 잘 포함되는데 그 이유는 한국이 일반적으로 권위주의 수준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 특징적인 문화권으로 알려져 있기때문이다. 결코 바람직한 평가는 아니다. 따지고 보면 꼭 유교문화, 성리학적 신분제라는 역사에서만 원인을 찾을 것도 아닐 것이다. 학술적으로 뒷받침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아마도 전통적으로 약해빠진 왕권때문에 적극적 반란을 통해 왕조를 갈아 엎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은 결과 한 번의 역성 왕조가 매번 500년을 유지하는 환경에서 권위란 거의 무한한 복종의 대상으로 정착하지 않았을까 싶다. 진보를 표방하는 정당이 흐름을 타고 새로운 출사표를 던졌다. 그러나 현실을 보면 DNA에 각인된 권위에 대한 복종의 명령어는 우리의 자녀세대에게도 여실한 힘을 과시하고 있다. 노스페이스는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변신할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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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