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영화 "광해" 가 천만 관객을 넘었다는 기사를 보다 씁쓸한 마음에 몇 줄 적어 본다.
한국영화에서의 천만이라는 상징적인 숫자는 침체되어 있는 한국영화에 새로운 바람처럼 제작사마다 하나의 소망이 되어 버렸다.
그 숫자는 단순히 관객이 많이 들어 돈을 벌었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제작을 하는 사람이라면 영화제의 수상처럼 하고 싶고 바라고 싶은 소망이 되어 버렸다.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가자. '천만이라는 관객이 과연 좋기만 한가'에 대한 의문을 가질 필요가 있다.
몇 년 전의 천만 영화는 정말 부와 명예를 한 번에 가져다주는 그런 로또와 같은 복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영화 시장에서는 천만은 배급사가 의지를 가지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 그런 숫자에 불과 하다.
특히 이번에 언급한 "광해"는 그 의도부터가 너무나 불량스럽기 그지없다.
우선 이 영화는 처음부터 천만을 목표로 철저히 의도된 영화라고 볼 수 있다.
시나리오, 콘티, 배우, 스텝, 감독, 이 모든 걸 CJ라는 거대 회사가 기획해서 만들었다는데 그 의미를 둔다.
뭔 소리냐 하면 철저하게 계산되고 만들어진 영화라는 거다.
영화감독의 창의성과 스태프들이 가지고 있는 예술성 그리고 영화를 바라보는 감정선은 무시되고 그저 회사에서 기획된 대로 찍어주기만 하면 되는 그런 사람들이 필요했던 거다.
감독은 시작과 끝을 불러줄 사람으로, 카메라는 회사에서 정해준 콘티대로 그대로 앵글을 잡고 찍어줄 사람으로, 조명도 마찬가지로 원하는 대로 비춰줄 사람으로 채워져, 한마디로 영혼이 없는 그런 영화라는 얘기다.
물론 좋은 점도 있다. 앞서 필자가 말했듯이 의상과 분장이 너무나 좋았다. (이 부분은 그들이 잘 모르기 때문에) 하지만 이런 소도구적 장치들이 영화를 다 만들었다고 할 수 없다.
영화는 감독의 영화다.
감독은 작가고 예술가다.
이런 부분이 철저히 무시되어 그저 말 잘 듣고 잘 찍어줄 사람이 필요했다면 이 영화 "광해"는 영혼이 없는 영화다.
영혼이 없는 영화에 우리는 열광했고 감동했으며 눈물을 흘렸다.
필자가 열 받아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자본가에게 철저히 우리 관객들은 농락을 당했다는 그 분함이 열 받는다.
그렇지 않아도 돈 앞에 비굴해 질 수밖에 없는 영화인들에게 예술의 혼마저 빼앗아 버리는 이런 처사에 분개한다.
앞으로 많은 투자사들이 이런 식의 제작 방식을 고수한다면, 예술도 작품도 영혼도 없는 이런 영화를 보고 우리는 웃고 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배창호 감독은 자신의 영화 자막에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영화는 감독이 관객에게 보내는 연애편지다."
| 
야 기분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