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중에 동남아쪽에서 온, 아주 참한 처자가 있어.
이 친구는 거동이 불편한 사람을 돌보는 일을 하는데, 휠체어 생활하는 근육병 환자(60대 남성)의 식사를 도와주는 일이야.
음식은 근처 식당에서 배달되어 오는데, 밥상 차려서 밥 먹여주고, 틀니 닦아주고, 뒷정리 해주고 오는 한 시간 반짜리 일이야. 아침, 점심, 저녁, 그렇게 일하는 사람이 다 따로 있고.
기상과 취침은 또 사람이 와. 그렇게 혼자 생활이 가능하더라고. 한번씩 보면 시내에서 자기 친구들하고 놀기도 하고, 내 친구랑 지나가는 거 보면 멀리서 막 아는 체하고 그러거든.
그런데 이 집에 일하러 갈 때, 친구는, 옷을 거의 부르카 수준으로 갈아입고 가는 거야. 몸 윤곽이 드러나지 않게 펑퍼짐한 옷으로 싸매고 가는 거지. 이유는, 이 남자가 자기 몸을 훑는 시선이 느껴져서 그렇다는 거야. 느껴지는 정도가 아니라 대놓고 보는 거지.
성희롱이다. 니 보스한테 얘기해라, 며 친구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는데, 그 양반은 제 숟가락을 손으로 들기도 힘들어 하는 사람이거든. 제 의지껏 움직일 수 있는 건, 입과 눈동자 뿐이야. 이 친구는 그 ‘눈동자’에서 성적 모욕을 느끼는 거라, 참 애매한 거지. 근데 그 눈동자 성희롱도 참 소름끼치는 일이잖아.
결정적으로, 기상과 취침 도와주러 오는 사람이 몸도 씻겨주거든.
역시 남녀 구분이 없어. 오히려 여자가 더 많지.
친구 어머니가 팔이 부러져서 역시 이 돌봄 서비스를 받은 일이 있었어.
그 어머니는 아침, 저녁으로 침대에서 일어나서 옷 입고, 씻고 하는 서비스만 받으셨는데, 어느 날은 돌보미로 온 직원이 남자인 거야, 젊은 남자. 그래서 씻고 옷 갈아 입어야 되는데, 그냥 보냈다고 하시더라고. 아니, 왜!!!
흠...그래도 가리는 사람은 가리는 구나...다 똑같진 않구나...싶었지.
3. 장애인을 위한 성 돌봄
장애인의 생활을 돕는 여러 서비스 중에서는 심리상담 서비스가 포함되는데, 사회적 서비스의 하나로 분류되고, 성적 심리 상담이 아주 중요하게 다루어져. 장애인들은 몸이 불편한 것일 뿐 비장애인과 같은 욕구를 가진 사람이라는 인식이야. 또한 성생활을 통해 자기 행복을 추구하고 자기 삶을 결정할 수 있는 주체로 사는 게 중요하다는 거지.
더 나아가 이들이 이 욕구를 추구할 권리가 있으며, 사회가 도와야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어. 거기서 장애인 성 서비스가 나왔지. 여성 서비스도 있고, 남성 서비스도 있고, 동성애자 서비스도 있어. ‘서비스’가 아니라 ‘돌봄’이라는 말을 쓰는데, 80년대부터 시작되었다고 하네.
황당하다고? 매매춘과 다를 게 뭐냐고?
음...그래서 이 서비스는 사회보험에서 제공되는 사회서비스는 아니야. 사회적 서비스에서는 성 심리 상담을 다루고, 나머지는 개인의 몫인 셈이야. 누구나 개인의 욕망을 관리하며 살아가는 거니까.
매매춘과 다른 점이라면, 이 성 노동자들은 장애인의 신체 상태와 성 심리 등을 교육 받고, 장애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거야. 지적 장애인, 신체 장애인 등 저마다 그 상황이 다르잖아. 대표적인 기관이 플렉스 조르흐(Flekszorg)인데, 홈페이지를 둘러보니, 이 기관에서 일하려면 사회적 ‘돌봄’ 분야 교육 수료증도 있어야 되고 그렇네.
친구들과 그 ‘눈동자’ 성희롱 이야기하다가, 보스에게 상황을 얘기하고 문제 삼아야 되는지, 아니면 꽁꽁 싸매는 걸로 혼자 해결해야 하는지, 그래서 같이 눈동자를 희번덕 거리는 반사 기술을 익혀라, 밥 안 준다고 협박해라 등등 우스개 소리 하다가, 이 서비스 팜플렛를 갖다 주는 게 어떠냐...하는 얘기가 나와서 적어 봤다.
참, 여성들은 어떤 종류의 상황에서도, 하다 못해 눈동자로도 성희롱의 대상이 되고, 그걸 어느 정도로 받아들이고 넘겨야 하는지, 그때마다 항의해야 하는지, 이런 고민으로 에너지 소모하는 것도 깝깝했고. 장애인 성 돌봄 같은 꽤 ‘선구적’인 사고를 하는 사회라 해도 말이지...
...
..ㅋㅋ. 
아,어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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