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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이 밝았다. 다행히 비가 그치고 구름만 끼어 있다. 마눌님 표정은 변함없이 뾰로통하다.(이게 표준말이란다)
성산일출봉으로 향했다. 대학 시절 뇌리에 박혀 있던 검은 현무암으로 뒤덮혀 있는 화산 분화구같은 산정상을 빨리 보고 싶었다. 그때는 여기다 돔구장을 건설하면 좋겠다는 큰일 날 생각까지 했었다.
일출봉 입구부터 중국인들로 북새통이다. 제주도 부동산이 대부분 중국으로 넘어갔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닌 것 같다. 중국에 여행온 것같다. 주변 대부분이 중국인이고, 우리나라 사람은 드물다.
애들을 데리고 산을 오른다. 멀다. 참 멀다. 예전에는 별로 멀다는 느낌이 없었는데, 둘째는 올라 가다 안아 달란다. 애를 안고 계속 산을 오른다. 힘들다. 마눌님은 힘들게 여긴 왜 일정을 잡았냐고 타박이다. 제주도까지 와서 이 아름다운 곳을 자식들에게 안보여주면 죄를 짓는 것같은 내 맘을 알리가 있나... 쯧쯧. 정상에 올라가 보면 내 깊은 맘을 알게 될 것이여... 좀 기둘려 봐...
한 삼십분쯤 올랐나? 정상에 도착했다. 엥? 그런데 현무암이 안보인다. 전부 푸른색으로 뒤덮혀 있다. 검정색의 화산 분화구 같은 일출봉은 없다. 그냥 움푹 꺼진 정상에 푸른 나무와 풀들로 가득 차 있다. 예전의 감흥은 온데 간데 없고, 실망만 가득하다. 애들도 여긴 뭣하러 힘들게 올라왔냐는 눈빛이다. 마눌님의 투덜거림도 계속되고... 아~~ 대학시절 그때는 겨울이었구나. 겨울에 왔어야 했는데.... ㅠㅠ
실망을 안고 터벅 터벅 내려온다. 마눌님은 먼저 내려가 버리고... 올라가는 길과 내려 오는 길이 따로 잘 정리되어 있어서 많은 관광객이 방문해도 별 무리가 없어 보인다. 정상에서 사진 찍는 것이 많이 걸리적거리지만...
내려 와서 휴게점 앞 의자에 앉아 핫도그, 감자튀김, 꼬지 종류를 먹으며 아침을 대신한다. 원래 우리 가족은 아침이 없다. 마눌님이 그렇게 만들었다. 마눌님은 선물 사러 댕긴다고 분주하다. 참새가 겁도 없이 의자 주위를 맴들며 과자 부스러기를 주워 먹고 있다.
다음 행선지는 아쿠아플래닛이다. 좀 늦어서 오션아레나 시간이 애매하다. 빨리 가면 11시 것을 보고, 오후에는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을 것이다. 급하게 예약 확인하고, 애들 팔찌 채우고 아쿠아리움으로 들어갔다.
수족관을 스치듯 지나 오션아레나 하는 곳으로 가니 벌써 시작했단다. 11시 40분에 시작하는 것으로 알았는데 10분에 시작했단다. 다시 거꾸로 나와서 볼 수도 없고 수족관의 그 많은 물고기를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아쿠아리움을 나왔다.
입구에서 시간표를 확인했어야 했는데... 내 불찰이다. 마눌님께 아쿠아리움 처음부터 다시 보자 하니 싫단다. 그 비싼 돈 주고 뛰어 다니다 끝났다. 사람구경하는 돗돔인지 뭔지하고 사진찍은 것만 빼고...
오션아레나 공연 시간이 많이 남아서 마린사이언스와 3D상영관 구경하며 시간을 보내고 오션아레나 공연장에 들어갔다. 들어가는 입구가 아쿠아리움 입구와 별도로 지하에 있었다. 이것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아이구 천치같으니라고...
오션아레나는 러시아계 외국인 같은 남자 2명과 여성 서너명이 싱크로 나이즈 비슷한 것을 하면서 무인도에 표류한 나쁜놈과 좋은놈이 인어공주?를 사랑하게 되어 좋은 놈으로 바뀐다는 내용같은데, 하여튼 유치한 스토리에 남성 연기자들의 몸매가 끝내줬다는 것과 천정 제일 높은 곳에서 물로 점프하는 것 외엔 별 것 없다.
두번째는 물개인지 바다표범인지 이놈 목에 원형 고리를 던져서 받는 것인데 관객 중에 2명에게 던지는 기회를 준다. 던지고 받으면 물개쇼는 끝난다.
세번째는 돌고래 쇼인데, 여자 사육사와 돌고래가 잘 교감을 이루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돌고래 점프도 멋졌고, 그나마 괜찮았다.
점심시간이 훅 지나갔는데 마눌님은 안에서 먹기 싫다고 빨리 나가자 한다. 아쿠아리움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 아까워서 밥먹고 다시 보려했던 내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밖으로 나오니 말타는 곳이 보인다. 마눌님 '저기 가자' 소리에 끽 소리 못하고 말타는 곳으로 향한다. 기본 코스 인당 2만원. 아들, 딸 말타러 가게 하고 건물 안에서 다녀간 사람들 사진을 본다. 여기서 무슨 드라마를 찍었다고 하는데, 아마 성산일출봉이 보여서 그림이 괜찮게 나왔을 것 같다.
한 10분도 안되어 애들과 와이프가 돌아왔다. 말이 얼마전에 새끼를 낳아서 움직이지를 않아 새끼를 데리고 오니 어쩌니 했단다. 아이고 말못하는 짐승이 새끼 챙기느라 애쓰는데, 이게 참 뭐하는 짓인지...
거길 나와서 조금만 가니 식당가가 있다. 거기서 늦은 점심을 해결하고 미니랜드와 에코랜드를 향해 출발한다.
비가 다시 오기 시작한다. 미니랜드 근처에 가니 차도 밀리기 시작한다. 그놈의 중국 관광객이 도로를 모두 점령했다. 내비에서 미니랜드라 얘기하는데로 좌회전을 하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매표소로 갔다. 근데 도라에몽 특별전이고 어쩌고 한다. 미니랜드에서 도라에몽까지 볼 수 있는 모양이구나 싶었다.
비싼 돈을 내고 들어 가니 심형탁씨가 제공한 전시물도 있고, 그림도 있고, 사람보다 커 보이는 도라에몽 인형 몇십마리가 가로 세로 줄을 맞춰 마당에 가득하다. 각각의 마법 아이템과 함께. 근데 미니랜드가 없다. 그것이 끝이다. 한 곳에 같이 있는 것이 아니라 미니랜드 따로 있고, 도라에몽 특별전이 따로 있었던 것이다.
아들은 화장실이 급하다 해서 도라에몽 특별전시장을 나왔다. 미니 랜드는 반대쪽 구석에 따로 매표소가 있었다. 돈을 2중으로 부담하고(한 곳을 보면 다른 곳은 조금 할인해 준다) 미니랜드에 비를 맞으며 들어가니 볼게 없다. 정말 볼게 없다. 소인국테마파크 보다 더 볼 게 없다. 안에 있는 거울의 집인가도 뻔한 곳이고...
비오고 춥고 하니 큰놈이 투덜거린다. 그냥 숙소에 있지 나와서 무슨 고생이냐고, 그리고 자기는 도라에몽 전시장도 제대로 못봤다고 난리다. 다시 가면 된다고 하니, 손목 입장권을 떼 버려서 안된단다. 내가 들어가게 해준다 해도 '싫어요' 한다.
한숨을 쉬며 차에 오른다. 내가 뭐하러 여기까지 왔는지... 에코랜드로 향하는데 차가 막히는 게 장난이 아니다. 일단 근처의 산굼부리로 가자 하니 마눌님의 짜증이 하늘을 찌른다. '비오는데 뭐하러 밖에 나가서....' 그럼 당신이 가고 싶은 곳을 말하시오 하니 '모른'단다.
열받은 나는 "그럼 숙소로 돌아 가자." 차를 돌려 숙소로 향한다. 그렇게 둘째날이 끝났다. 숙소에서 돼지족발에 쏘맥 한 잔하며... 아~~ 싫다. 정말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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