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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특히 로마, 여행을 다녀온 사람이라도 '오스티아 (Ostia)'란 작은 도시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오스티아는 로마에서 남서쪽으로 약 30Km쯤 떨어져 있는 곳으로 아주 오래된 화려한 항구 도시의 기억을 품고 있는 작은 유적지다. 그 이름 '오스티아' 도 라틴어의 Ostium(입)에서 유래한 것으로 지중해와 맞닿은 테베강의 입구라는 뜻이다.
위의 그림에서 보듯 이탈리아 남서쪽 해안선은 2000년이라는 세월을 두고 서서히 바다 쪽으로 밀려 났기 때문에 오늘날의 오스티아는 바다로부터 약 4Km 정도 멀리 있고 범람을 거듭한 테베 강의 물줄기도 예전과는 많이 다르다. 사진에서 옅은 푸른색 라인이 원래 테베 강이 흐르던 물줄기고 짙은 푸른색은 현재의 물줄기다. 강의 입구에서 강을 따라 수도 로마로 공급되던 수입품을 적재하고 관리하던 로마의 직할 도시, 그곳이 오스티아였다.
로마에서 오스티아로 가는 방법은 아주 쉽다. 메트로라인으로 연결되는 기차를 타고 한 20분만 가면 오스티아 안티카 역 그리고 기차역에서 유적지 입구까지 도보로 10분. 더구나 여행객들의 발길도 뜸한 편이라 로마에서 느낄 수 없는 한적함까지 보너스로 얻는다.
오스티아 안티카로 가는 기차 안 (색깔이 이뻐 찍어 보았음)
오스티아 안티카역 그리고 유적지 입구
오스티아 안티카는 생각보다는 훨씬 크다. 그도 그럴 것이 한때는 이 도시에 살던 인구가 5만 명이나 되었다고 하니까 말이다. 처음에 오스티아에 가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건 우연히 접한 여행기사를 보고였다. 2000년 전 로마의 유력자나 황제의 모습이 어땠는가보다는 로마시민, 그들이 어떤 모습으로 살았을까가 궁금하다면 오스티아를 방문해 보라는 거였는데, 그 말이 맞았다. 여기에도 신전과 포룸이 있고 극장들이 남아 있지만, 작은 도시만이 여행자에게 줄 수 있는 포근함과 친숙함이라는 선물은 로마가 따라올 수 없다.
오스티아 안티카 전경
가끔 로마를 여행하고 돌아온 사람들이 모든 것이 너무 낡아서 돌무더기들만 실컷 보고 온 기분이다라고 불평하는 걸 듣는다. 이런 불평이 있는 사람에게 오스티아는 로마보다 더한 절망감을 줄지도 모른다. 건축물들은 온전히 남아 있는 게 없고 집과 사당들의 한가운데는 세월을 뚫고 자라난 거목들이 주인행세를 하고 선지 오래된 풍경들이 사방으로 펼쳐져 있다. 제집과 옆집의 벽들은 경계 없이 흩어져 있고, 지붕을 받치고 섰던 석주들은 사라졌거나 반 토막이 나 있다. 가끔 그림 설명으로 원래의 모습을 재현해 놓은 안내판이라도 참고하지 않으면 여행객들은 쉽사리 길을 잃는다. 그러나 잊지 말자. 언뜻 무질서하고 황폐한 이곳에서 우리는 상상력이라는 위대한 선물을 받는다. 우물가에서 물을 긷는 아낙네, 부둣가 창고를 지키는 경비대원, 열심히 방아를 돌리는 이집트출신 노예들의 모습. 상상력을 얻은 여행객의 발걸음은 들뜨고 활력을 얻는다.
마을 입구, 네크로폴리스 (Necropolis)
로마인들은 마을 밖에 무덤을 두었는데 초기에는 대부분 화장을 하고 뼛조각을 항아리에 담아 두었지만, 후에는 대리석 관에 시체를 넣고 무덤 속에 보관하게 되었다고 한다. 아래 사진에 보이는 반 원형의 홈들이 항아리를 보관하던 안치소였던 걸로 추정되고 사진에선 안 보이는데 안치소 안쪽에 화장터로 보이는 흔적도 있음.
콜롬바리 게멜리 (Colombari Gemeli)
아치 무늬가 있는 무덤 (기원후 1세기경)
위의 사진은 벽면 장식이 특이해서 찍어 보았다. 원래 이 벽면도 회칠이 돼 있었을 것이고 아치 모양 안쪽 장식은 붉은색과 노란색 돌을 써서 장식되었다고 한다. 오스티아는 다신교 신앙이 있었던 걸로 미루어 태양신을 섬기는 사람의 무덤이었을까? ...혼자만의 생각이다.
네크로폴리스가 끝나는 무렵에 드디어 마을 입구가 보인다. 포타 로마나는 오스티아로 들어가는 4개의 관문 중 하나로 로마 쪽을 향하고 서 있는데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포타 로마나이다. 그 옛날 이 문 안쪽으로는 길을 지나는 상인과 봇짐 꾼들, 짐수레를 끄는 나귀와 말들의 휴식처가 마련돼 있었다고 한다.
포타 로마나 (Porta Romana)
포티시 (Porciti)-포타 로마나를 지나 첫 번 건물을 만날 때까지 늘어서 있다.
처음으로 만나는 건물은 부둣가였을 어디쯤 길게 늘어선 창고 건물들이고 주요 수입품은 북아프리카와 시실리에서 온 곡물이었다고 한다. 이 창고들은 공화정이던 기원전 1세기 전부터 기원후 1세기까지 지어진 건물들이다. 창고를 지키기 위한 경비대가 있었는데, 이들은 창고 주변에 근거지를 두고 밤낮으로 번을 세워 순찰하였고 지금의 개념으로 소방대의 연원이라고 보면 된다.
창고가 늘어선 골목
공동 수도
오스티아를 돌아보면 놀랄 만큼 많은 공중목욕탕을 볼 수 있다. 크고 화려한 찜질방을 연상시키는 것부터 정겹고 아담한 사이즈의 동네 목욕탕 같은 것까지 다양한 것들이 있다. 좀 찾아보니 사교의 장으로서 공중목욕탕은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었다고 한다. 그 크기도 엄청나서 목욕탕 안에 체육시설, 음식점, 극장, 심지어는 도서관까지 갖추고 있는 것도 있었다고 한다.
재미있는 기록 몇 가지.
1. 입장료를 받았다
2. 남, 여 분리돼 있었다
3. strigil라는 막대를 사용해 때를 밀었다
4. 때밀이가 있었다 (주로 노예들)
5. 냉탕, 미온탕, 온탕 순서대로 방을 옮기게 돼 있고 마지막 땀을 식히고 목욕 끝~
아래 사진은 오스티아에 있는 목욕탕 중에 가장 큰 것으로 Terme di Nettuno 넵튠 목욕탕이라고 부르면 되겠다.
원래 복층 건물로 지어졌었기 때문에 이 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남아있다. 올라가면 대충이라도 어떤 모습이었을지가 상상이 된다. 가운데에 정원을 중심으로 가게들이 회랑을 따라 늘어서 있고 정면에서 오른쪽이 메인이 되는 목욕탕이다. 뿌연 수증기 사이로 목욕을 즐기며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 때를 미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지? 모자이크로 된 화려한 바닥장식들도 또 한 볼거리다.
1부 끝.
뱀발: 역시, 여행기 쓰는 건 시간이 많이 든다. 원래 한 편에 짧게 쓸려구 했는데...말이 자꾸 많아져서 실패다. 배도 고프고, 좀 쉬었다가 2부로 돌아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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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