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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매일 들르는 샌드위치 가게에서 점심을 오더하고 계산를 하고 있는데 못보던 아가씨가 내 점심값을 계산을 해 주고 있던 다른 아가씨한테 자꾸 이것저것 물어 본다.
새얼굴 아가씨: 파이 이렇게 놓는 것 맞아요? 계산대 아가씨: 샐러드가 빠졌네요 새얼굴 아가씨: 아. 샐러드는 어딨었죠? 계산대 아가씨: 샌드위치 진열대 아래쪽으로 눈짓 새얼국 아가씨 샐러드를 담는 동안 계산대 아가씨는 계속 새얼굴 아가씨 모른 척 주시.. 계산대 아가씨: 문 안닫혔네요 새얼굴 아가씨: 아... 새얼굴 아가씨 냉장고 문 닫고서 새얼굴 아가씨: 이거 요 앞에 여자분 거죠? 계산대 아가씨: 아뇨, 남자분이 주문한 건데...(둘러 보고, 창가 쪽으로 턱짓)저 쪽에 앉아 있네요. 새얼굴 아가씨: 아...
계산대에 있던 아가씨는 묻는 말에 일일히 답하기는 했지만 뭔가 찜찜하고 답답한 듯한 태도로 새얼굴의 아가씨를 대한다. 난 이 계산대 아가씨와 이미 오래된 안면인지라 카드를 돌려 받으며 "She's new?"라고 한 마디 건냈다. 물론 고충을 이해한다는 표정도 함께. 그녀는 아주 짧은 한숨으로 대답을 대신 하더라.
동병상련이라고 그녀의 고충은 최근의 나의 고충과 같다. 지난 10월에 새로 입사한 동료가 나의 인내심을 매번 시험에 들게 하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내가 담당하고 있는 일부 프로젝트를 맡게 하려고 고용을 한 것이기 때문에 새로 들어 온 동료의 트레이닝은 8할이상 내 몫으로 떨어졌다.
내가 미천한 신입일때 겪은 게 있어서 난 신입들 훈련시킬때 정말 자세하고 열심히 설명을 해 주는 편이다. 정말 초등학생 가르치는 기분으로. 그래서 이 동료도 처음 두 달은 내가 하는 일을 설명하면서 옆에서 지켜보게 하고, 세번 째 달에는 실제로 업무를 보게하고 내가 옆에서 디렉팅을 줬다. 다음 달에 '나는 프리다'라는 부푼 꿈을 안고.
솔직히 처음엔 (짧지 않은 9년차 경력에도 불구하고) '업무지식이 좀 부족하다', '기본 스킬도 예상외로 형편없다'하는 황당한 순간이 있었지만 그래도 아는 척 않는 성격이거나, 업무 환경이 바뀐 탓이려니 했다. 얼마간 시간이 지나면 궤도 찾겠지 라고만 생각했다.
근데 5개월이 다 지나 가도록 제자리 걸음이다. 아니 제자리 걸음은 커녕, 지난 달 처음으로 일을 독립적으로 하도록 맡겨서 나중에 해 놓은 일 검토하다가 빠직! 지난 3개월 열심히 목 아프게 떠들어서 가르친 거 너무 억울해서.욕 나올 뻔 했다.
이쯤 되니 처음에 좋던 맘은 어디로 사라지고 미운 것만 보이기 시작한다. 아니 거의 모든 게 탐탁챦아 보인다. 완전 밉상 며느리 보는 시어메같다. 항상 '피곤해' 모드로 말하는 태도도 거슬리고 (어쩌면 원래 목소린지도 모르는데), 메신져 보내면 함흥차사 대답이 없는 건 울화통 터지고 (그걸 왜 인스턴트 메신져라고 부르냐고?! 대답하라고 전화해야 그 때야 보는데), 책상 지저분한것도, 글씨체 엉망인것도(뭐라고 쓴거야, 워드는 둿다 국 끓이는 게 쓸건가?), 생긴것도 (답답하다), 헤어 스타일 (증말 답답하다..)도. 결국 다~~맘에 안들기 시작한다.
오늘 샌드위치 가게 계산대 아가씨를 보면서 문득 내 모습 지금 저렇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거친 말로 다그치거나, 조인트를 까진 않지만 뭔가 불신을 잔뜩 품은 얼굴로 건조한 대답을 하는 모습말이다. 그리고 이런 내 태도의 변화는 동료에게도 부정적인 메시지로 이미 전달이 됐을 것이다. 그의 업무능력을 떠나 나의 태도는 상대에게 타당하지 않다. 나는 '업무능력'이라는 제한된 팩트로 만들어진 기준을 가지고 상대방의 전혀 다른 부분을 재단했고, 심지어 혐오하기 시작했다. '관용'을 실천한다는 것, '인간은 모두 다르다'를 수용하는 필수조건외에도 필요한 게 있는 것 같다. 단편적인 사실로 구축된 선입견이나 편견을, 그 외 다른 판단 영역으로 확장시키지 않는 것이 관용을 실천하는 또 다른 조건은 아닐까?
진짜 잡설이 되어 가고 있으니 빨리 마무리 하자. 한 달후에 난 이 동료의 업무능력 평가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고, 평가를 할 사람이 현재로는 나밖에 없어서 평가서는 그의 고용에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관용'과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라해도 마음이 착찹하다. 더우기 그는 한국인이다. 더 착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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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