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正祖)때 한치윤(韓致奫)이 저술한 <해동역사(海東繹史)> 제26권 물산지(物産志)에 다음과 같은 기사가 등장한다. ‘고려의 밤떡(栗糕)은 밤알이 많고 적음에 구애됨이 없이 껍질을 벗겨서 그늘에서 말린 다음 빻아서 가루로 만든다. 이렇게 만든 가루 3분의 2에다가 찹쌀가루를 넣어 반죽하고 꿀물을 바른 다음 쪄서 익혀 먹는다. 흰설탕(白糖)을 섞어 넣으면 아주 묘한 맛이 난다.’ 설탕은 고려시대 중국 송(宋)나라로부터 후추와 함께 들어온 것으로 짐작되며, 음식을 만들 때 이미 사용 된 것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 실학서인 <산림경제(山林經濟)> 생선요리 편에서도 설탕과 식초로 회무침을 만든다는 기록이 보인다. 그러나 설탕은 수입품이므로 귀한 물건이었다. 따라서 주로 왕실이나 귀족층에서 사용되었으며, 귀한 선물로도 쓰였다. <송자대전(宋子大全)>을 보면 1687년 송시열(宋時烈)이 김구지(金久之)라는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글이 있는데, 편지글 말미에 “보내 주신 붓과 설탕은 잘 받았습니다”라는 말이 있다. 또, 광해군 2년(1610년) 승정원에서 표류해 온 중국인을 빨리 출발하게 하기를 청하는 글에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온다. “이번에 표류해 온 중국 사람들이 가지고 온 설탕과 흑설탕은 모두 쓸모없는 물품이어서 시장에서 사가는 사람이 없습니다.” 일반 백성들은 수입품이었던 설탕에 대해 잘 몰랐으며 선호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다산 정약용의 <다산시문집>에는 해학적인 글들이 매우 많다. 그 중에서 파리를 잡으면서 조문하는 글이라는 아주 재미있는 글이 있다. 여기에도 설탕이 등장한다.
“파리야, 날아서 관(館)으로 들어가지 마라. 깃대와 창대가 삼엄하게 나열하여 꽂혀 있다.... 장리(長吏)가 주방에 들어가 음식을 살피는데. 쟁개비에 고기를 지지며 입으로 불을 분다. 계피물 설탕물에 칭찬도 자자하나, 호랑이 같은 문지기가 철통같이 막아서서 애처로운 호소를 물리치면서 소란을 피우지 말라고 한다.”
한편, 역사의 비극에 설탕이야기가 등장한다. 이긍익(李肯翊)의 <연려실기술>에는 임진왜란을 당한 선조가 궁궐을 뒤로하고 피난하는 당시의 모습을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후궁 민빈은 가마 멀미로 파주에 있고, 임금은 배를 타고 기다리노라고 벌써 이경이 가깝도록 저녁밥을 먹지 못하여, 내시를 불러 술과 차를 드리라 하였으나 모두 가져오지 않았다. 내의원(內醫院)에 있는 용운(龍雲)이 상투 속에 끼웠던 설탕 반 덩어리를 내어 강물에 타서 드렸다. 밤중에 동파관에 도착하여 임금이 비로소 싸래기밥을 먹고 세자 이하는 모두 끼니를 굶었다.’ 내의원이 비상시를 위해 설탕을 상투 속에 넣었다는 이야기는 설탕이 의료용품으로도 사용되었던 것을 말한다.
한국에서 설탕이 만들어지게 된 것은 19세기 초로, 당시 제당회사가 설립되었으나 경제성이 없어서 생산은 거의 중단되었다. 설탕이 대중식품으로서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 중반 제당공장이 다시 생긴 이후이며, 1960~70년대 명절선물의 대표적인 종목을 차지하였다. 설탕은 식품산업 발달에 크게 기여하여 오늘날에 이른다.
야 기분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