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전쯤 뒷산에 산책을 나갔다가 사람들이 안다니는 길로 들어가봤다. 8부능선쯤에서 개가 튀어나와서 깜짝놀랬는데, 얼굴표정을 보니 성견은 아니고 5-6개월쯤된 어린 강아지 두마리였다. 한 녀석은 뒷다를 절고 있었는데, 잡종견 백구로 아주 이쁜얼굴이었다. 목줄도 없고 행색을 보니 이곳에 사는 개들이다. 바위밑에 얼마간의 공간이 있어서 얼어죽지않고 둘이 살맞대며 겨울을 무사히 넘겼나보다. 사람을 보고 매우 놀랐는지 얼른 도망을 간다.
목줄이 없는 것이 큰 다행이다. 목줄이 있는채로 버려졌으면 나중에 목줄때문에 결국 죽게된다. 재개발 동네 뒷산에는 아주 흔한일이다. 주택에서 키우던 개들을 버리고 이사가버리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전에 기자촌 철거할 때는 그야말로 수십마리의 진도개가 각각 가족별로 떠돌아 다니는 모습을 목격한 적이 있다. 마치 후쿠시마 그곳처럼.
지난 토요일 저녁 집 뒤 공원가는길에 이녀석들을 또 만났다. 두 녀석은 꼭닮은 형제에다 한 녀석이 다리를 절어서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이녀석들은 둘이 아니었다. 제법 큰 성견이 두 마리나 함께 있었다. 얼굴이 전혀 다르지만 아마도 가족일듯 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이녀석들이 다니는 길이 대강 어딘지 알겠더라.
오늘 아침 뒷산다녀오는 길에 이 녀석들을 또 만났다. 잘 먹지 못해서 네 마리 다 말라있었지만, 나름 건강해 보였다. 아마도 인적이 뜸한 아침 저녁시간에 먹을것을 찾아 내려오나보다.
집에 와서 아침먹고 우리 개들에게 개밥을 주면서 도저히 참지못하고 개밥을 싸 들고 뒷산엘 갔다. 녀석들은 벌써 아지트로 올라갔나보다. 그 곳까지는 못가고, 저녁에 내려올 것이 뻔한 장소를 찾아서 네 뭉치의 개밥을 비닐에 싸고 윗부분만 잘라서 나란히 놓고 왔다. 이건 분명 잘하는 짓이 아니리고 몇번을 되뇌였지만, 다리를 절던 녀석이 눈에밟혀서 어쩔 수 없는 짓을 했다.
이들이 과연 무엇을 먹고 자랄까? 늑대처럼 사냥을 하는걸까? 토끼, 청설모, 들쥐,,,, 등등 나름 사냥감도 있고, 계곡물도 마실 수 있고, 운좋으면 등산객이 버린 음식을 발견하는 일도 있을 것이다.
하루를 살아도 자유롭게 사는 것이 나은 것인지, 주인을 만나 집게로 사는 것이 나은지. 그것은 내가 판달할 수 없는 일이지만, 앞으로 이 네녀석과의 관계설정이 문제다. 모른척할 수도 없고, 보살펴 줄 입장도 못되고.
나름 근사한 견생을 보내길 바랄 뿐이다. 사람을 공격할 정도로 야생화 되는 것도 걱정이고, 동네 아저씨들에게 잡히지는 말아야 할텐데..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