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할머니부부는 자식을 여럿 두었지만, 겨우 셋을 건졌어. 백부(아버지랑 17세 차이), 고모님, 아버지.
고모님이 결혼해서 딸을 하나 두고 바로 돌아가셨어. 나에겐 기억조차 없지. 고모부님은 얼마후 재혼을 했지. 우리와 사실상의 인척관계가 종결된거지.
근데, 고모부님의 후처이자 고종사촌언니의 계모가 되는 이 분이 울 할머니를 찾아왔지. "제가 큰아이를 친딸처럼 키울 것이며, 저도 친정이 없는 외로운 몸이니, 저의 친정어머님이 되어주세요"
그래서 이분이 우리 고모님이 되셨고, 시집오면서 데려온 딸과, 고모부님 사이에서 아들을 낳으니, 고종사촌이 3명이 되었어. 이분은 겨울이 되면 엿을 고아서 친정나들이를 했고, 우리집 경조사에서 모든 딸노릇을 다 하셨지. 뿐만아니라 고종사촌이 되는 아이들을 방학때마다 외갓집(우리집)으로 보냈어. 우리도 어려서 방학이면 고모집에가서 몇일씩 놀곤했지. 할머니는 딸네 집에 가셔서 한동안 지내다 오시곤 했어.
울 할머니 할아버지 돌아가셨을 때도, 딸노릇 다하고, 옛날식 장례라서 복잡하고 곡도해야했는데, 그거 다했거든. 각각 부나 모가 다른 세 아이 다 잘 키워서 출가시키셨고. 지금도 고모님 고모부님 모두 우리집 경조사 당연히 오시고.
고종사촌오빠(나보다 1살 위)는 같은 또래라 아주 친하게 지냈고, 지금도 연락하고 지내. 이 오빠는 우리의 원래 고모님 산소 벌초도 하고, 제사도 모시고 있어. 정말 특이하지?
가족이라는 것도 결국은 정과 의리가 지탱하는 울타리인거지. 옳으냐 그르냐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더라고.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졸라 웃긴건데, 하여간 우리 고모님이 무쟈 현명하신 분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남편에겐 옛 처가집과의 관계 지속하게 하고, 아이들에게 공통으로 외갓집 외할머니 만들어 주고, 자신도 친정이라는 울타리를 스스로 만들고.
옜날에 가장 무서웠던 말이 마을에서 내친다 라는 말이었어!
할머님 할아버님 시절에는 마을 공동체에서 쫒겨나는 건 살아 있어도 죽은것으로 봐야 했지!
곱슬이 고모님은 그래도 쉽지 않았을 것인데 현명하신 분이고, 그런 공동체 생활을 겪어온 분이라서 그럴꺼야!
우리시대에는 아파트 문화가 공동체 문화를 파괴 했다고 보고 있다.
물론 지금의 시골살이도 공동체 문화는 엷어 졌지만~~~~
어 지금의 시각으로 보믄 졸라 웃긴케이스여.
한편으로는 감동의 드라마이기도 하지.
고모네 가족 내부가 어떤갈등과 조화를 만들어갔는지, 외부인으로서야 알길이 없지만,
하여간 고모님 부부와 세 남매간에 어떤 갈등표출로 문제가 된적은 없었어.
지금도 마찬가지고.
우리도 큰언니와 작은언니 그리고 오빠를 차별해서 받아들이지 않았고.
사실 큰언니만 혈연적인 관계고, 나머지분들이야 아무관련 없는 사람, 또는 약간의 감정적인 거부감을 가질 수 있는 사이지만말여.
기억나는건, 할머니 장례식 때 큰언니(고종사촌)가 아주 심하게 통곡을 했던거. 진짜 혈연이었던 외할머니에게 깊은 정이 있었나봐.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