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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병원 지하에는 장례식장이 있다. 처음 이 병원에 와서 장례식장과 요양병원이 함께 있는 것을 보고 혼자서 조금 갸우뚱했다. 입원된 할배들이나 그 보호자 입장에서 보면, 곧 죽음을 앞두고 있다 해도 상복입은 사람들이 병원마당을 돌아다니는 것이 못마땅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들 크게 개의치 않아 보였다. 궁금해서 오래된 직원에게 물어보니 보호자 입장에서는 나쁠게 없단다. 병원에서 돌아가시면 다른 장례식장 찾는 수고 할 필요 없이, 그냥 바로 밑으로 엘레베이터 타고 가서 장례를 하면 되니 번거롭지 않다는 것이다. 맞는 소리다. 사실 요양병원과 장례식장은 서로 공생관계에 있다. 큰병원이나 이런 요양병원을 끼지 않고 장례식장이 단독으로 운영하기는 힘들다. 장례식장은 사람이 계속 죽어야 돈을 벌 수 있기에 일정정도 이상의 안정적인 사망자수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장례식장 입장에서는 요양병원의 베드수가 많으면 많을 수록 좋고, 또 매달 꾸준히 지하로 내려 오기를 원한다. 그러나 장례식장 희망과 달리 여기 병원장은 상당히 성실히 환자를 돌보는 타입이라 지하로 내려가는 사망자수가 매우 적다. 그래서 장례식장 직원들의 불평불만이 많다. 요양병원장 입장에서는 최대한 환자를 오래 살려두어야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고, 장례식장에서는 빨리 좀 많이 내려 왔으면 하는 게 속마음이다. 현재 지속적으로 노인수명이 증가하는 관계로 여기 시골에서도 장례식장간 생존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주차장무료사용, 식장대여비 반값등의 플랫카드가 곳곳에 붙어있다. 작년말에는 여기 지하 장례식장도 혹독한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불어 기존에 있던 직원들 대부분이 짤려나가고 새롭게 신입을 보충했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더욱 춥게 느껴지던 계절이었다.
이 곳 장례식장에서도 내가 할일이 하나 있는데 외부에서 죽은 시체가 들어오면 감정해서 사체검안서(사망진단서)를 발부하는 것이다. 원해서 한건 아니고 병원장이 나에게 이 일을 돌리는 바람에 꼼짝없이 하게 되었다. 물론 한의과대학에서도 시신해부실습을 하기 때문에 경험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꺼림직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월급받는 처지가 되면 그냥 하게 되어있다. 내가 하는 것은 전문적인 부검 그런거 아니고, 외관으로 여기저기 살펴서 타살의 의혹이 있는지 점검하는 것이다. 근육강직도, 체온, 시반, 냄새, 피부의 변색 및 타박상유무 등등의 법의학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을 기준으로 살펴서 사망의 원인이 무엇인지 추정하는 것이다. 실제 사고사나 살인사건등의 의혹이 있는 경우는 유족들이 대부분 대학병원같은 큰병원으로 모시고 가기 때문에 여기에는 노환으로 인한 자연사나 자살같은 시체가 대부분이다. 그래도 요즘엔 보험으로 인한 자연사를 위장한 타살이 많기 때문에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tv에서 언뜻 조선시대에 "무원록"이라고 있었다고 본거 같은데 기가 막히게 제목을 지었다고 생각했다. 내가 하는 일이 바로 "망자가 원한이 없도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일을 처음 시작하고는 혹시나 내가 실수한게 없는지 하는 생각에 밤새 시체의 얼굴이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3~4구가 지나서야 그 환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요즘은 그냥 일이다. 작년 추석즈음 부터 연말까지는 계속해서 자살한 시체들이 연속으로 들어왔다. 오랜 병환 끝에 가족의 부담을 덜기 위해 목을 매단 노인부터 우울증등 정신질환으로 다리에서 뛰어내린 젊은이까지 다양했다. 그리고 많은 경우 유족들을 보건데 (자세히 알수 없지만) 경제적 사정과 연계되어 있는것 같았다. 자살의 이유는 생각보다 그렇게 복잡하게 느껴지지 않고 단순하게 보였다. 그리고 끝도 단순했다. 그냥 죽은 것이다.
장례의 여러가지 절차와 의례는 망자를 위한 것이라기 보다, 살아남은 자들의 마음속에서 그를 차례차례 순서대로 잊을 수 있도록 하는 약속이 아닐까.
오늘도 요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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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