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간에는 근대의 합리론자 스피노자를 공부해 볼 차례야. 들어가기에 앞서 앞에 도입한 근대의 이야기를 조금 더 설명하고 넘어갈게.
우리가 서양 근대 철학을 이해할 때 반드시 명심해야 할 두 가지가 있어.
하나는 서양 근대의 세계관은 중세가 끝났다 하더라도 그리스도교적 세계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거.
중세 = 신, 근대 = 포스트 신. 이렇게 생각하면 절대 안돼. 중세 = 신, 근대 = 역시 신. 이렇게 생각해주길 바래. 서양은 걍 하나님 믿는 사람들이야. 뭐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획일적으로 그런 경향성을 가진다고 생각해도 좋아. 여전히 신 중심의 사고관이란 거지.
오캄의 지적으로 보편에 대한 무의미한 논쟁을 끝내고 형이하학의 세계에 탐구함으로써 과학적 사고가 열리게 된 것이 사실이고, 그에 발맞춰 르네상스 인문주의가 꽃핀 것도 틀림없지만 서양은 한국과 달리 종교는 계속해서 하나님을 믿는다는걸 명심해.
다른 하나는 (중세에 이어 계속 하나님을 믿는 서양인들이 형이상학적 관념에 대한 집착에서 탈피하여) 철학의 사조가 과학적 사고를 기반으로 이성 중심의 합리론과 경험 중심의 경험론으로 나누어진다는 거.
전편에서 합리론과 경험론은 자세히 설명했으니 더 토를 다는 것은 생략하기로 하고 오늘은 근대 합리주의 철학의 대표자라 할 수 있는 스피노자를 만나보기로 해.
합리론의 흐름
우린 지금까지의 연재에서 합리론이 어떻게 흘러왔는지를 다 배웠어. 기억이 안나더라도 너무 자책하지는 마. 일일이 다 기억하는 게 더 대단한 거니까.
우선 합리론은 이성 중심의 철학이야.
우리가 여행해왔던 서양 철학사를 살짝 되짚어 보자.
맨 처음엔 뭐였지? 탈레스... 우주의 근원을 탐구한 애들이었어. 그 담은 누구더라?
그렇지. 소크라테스와 소피스트. 이 둘 중에서 이성을 강조한 사람은 누구?
그래. 소크라테스야.
알면 행한다는 주지주의의 소크라테스는 지식을 강조한 입장으로 이 지식이 감각적 경험을 통해서가 아니라 이성적 숙고를 통해 파악될 수 있다는 입장이지. (그리고 그렇게 안 지식은 참다운 지식으로 의지의 문제를 수반하지 않고 반드시 행동으로 이어진다고 보았고)
참고로 소피스트는 상대주의자로서 개개인이 상이한 척도로써 만물을 평가할 수 있다고 주장했어. 절대적인 건 없는거지. 기억나지?
소크라테스의 이성론적 사조는 그의 제자인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에 이르러 꽃을 피우게 돼.
근데 고대에 얘네 말고도 이성 얘기한 애들이 있었던 것 같지 않아?
소 소크라테스 학파라고. 들어본 것 같애?
그림이 여기까지 그려진다면 형은 정말 멋쟁이!
소 소크라테스 학파는 메가라 - 퀴니코스 - 퀴레네학파로 구성되는데 이들 중 퀴니코스학파는 견유학파라고도 불리며 디오게네스를 대표자로 한다고 노근이가 설명했었어.
이 디오게네스의 철학 사조 또한 합리론의 조상 겪으로 보기에 큰 무리가 없지. 그의 삶의 태도와 가르침이 이성적 관조에 따르는 행복을 추구한 아리스토텔레스와도 많이 닮아있으니까.
그럼 고대를 지나 헬레니즘 시대에는 누가 있었는지 기억해볼까?
두 개의 학파가 기억나? 퀴니코스학파를 닮은 스토아학파와 퀴레네학파의 쾌락주의를 이은 에피쿠로스학파.
에픽테토스를 대표자로 둔 스토아학파는 이 세상 모든 일들이 로고스라 불리는 우주이성에 의해 정해진 대로 흘러간다고 보고 그 운명의 섭리를 인간의 이성으로써 파악하여 무의미한 감정에 휩싸이지 않고 살아가는 아파테이아의 경지를 역설했어.
중세는 철학이 좆망한암울한 시기니까 패스하고...
그럼 이렇게 흐름을 그려봤을 때, 근대 철학이 열리고 합리론이라 이름붙일 수 있는 사조가 등장하기 전에도 이렇게나 많은 이성중심의 철학이 존재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거야. (그래서 내가 맨날 그림을 그려야 한다, 흐름을 아는게 진짜 아는거다라고 노래를 부르는 이유이고)
소크라테스 - 플라톤 - 아리스토텔레스 - 디오게네스 - 에픽테토스의 이성 중심의 철학 사조에 감명을 받거나 적어도 제법 영향을 받은 철학자들이 자신의 사상 스탠스로 취하게된 근대의 철학이 바로 합리론이라는 것이지.
전 편에 살펴본 데카르트 같은 경우 그런 이성 중심의 사유와 성찰을 합리론이라는 이름으로 근대에 창시한 케이스고.
이걸 온전히 이해한다면 당신은 철학 공부의 재미를 아는 차가운 도시남자... ㅋㅋㅋ
스피노자의 세계관
네덜란드에서 태어나 평생을 자신의 학문에 매진하면서 자신이 주장하는대로 살아간 지행합일의 경지를 보여준 위대한 사상가 스피노자.
그는 결혼도 하지 않고 공부만 하고 살았대. 천재들은 좀 괴팍한 기질이 있나벼? 안경을 갈아 밥벌이를 하며 세상 밖으로 외출도 잘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
근데 그가 그렇게 살았던 것은 그만큼 자신이 정립한 사상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일거야.
실제로 그는 자신의 철학을 수학적 공리로 증명하고자 했어.
데카르트가 이성을 통해 확인된 것만이 진리임을 증명하기 위해 '방법서설 - 끝없이 회의하는 것'을 도입했듯이, 그는 자기 철학의 증명을 수학적 접근으로 시도했다는 말이야. 그리고 그 말도 안되는 시도에 '심지어' 성공했지. 나 같은 돌대가리는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이해하기 어려운 '에티카'같은 저서를 통해 자신의 세계관을 완성했어.
물론 우린 그 어려운 에티카를 다 읽고 할 필요는 없어. 지금부터 노근이가 친절하게(?) 요약해줄테니까.
물론 내가 이해한 수준의 설명에 불과하기에 빈약할수도 있지만 너무 걱정은 마. 현대는 다원주의의 시대니까 우리는 그저 그의 사상에서 우리가 취할 수 있거나 본 받을만한 점들을 참고하며 우리 스스로의 가치관을 반듯이 세우고 철학함의 즐거움을 누리면 되는거니까.
스피노자는 앞에 배운 스토아학파와 상당히 유사해. 파격적으로 단순화시키면 거의 똑같다고 생각해도 난 그렇게 뭐라할 생각이 없어.
실제로 비슷하니까 뭐.
우선 스토아학파의 로고스를 신으로 대체해버려. 그럼 이렇게 요약이 가능하다구. "이 세상의 모든 일들은 로고스(우주이성)신이 정해 놓은 섭리대로 흘러간다. 인간은 이성을 가지고 그 섭리를 파악해 일희일비하지 아니하고 영원의 상 아래에서 정신적 자유의 경지를 누리고 살면 된다."
스피노자형... 미안해... 당신 같은 천재의 학문을 나 같은 무지렁이가 이렇게 단순화시켜서...
노근이 이 생퀴가?!.jpg
스피노자가 수학적 공리로 연역하고 증명하는 방식으로 서술한 세계관을 현대 사회의 우리가 확실히 이해하고 넘어가거나 달달 외우고 할 필요는 전혀 없어. 처음에도 강조했지만 철학이 어려운 건 당연한거야. 천재들이 하던 학문이라니까? 우린 그냥 내가 제안한대로 어떤 사상가를 공부할 때 '아. 쟤는 이랬구나. 그래. 이 부분 공부할 땐 니가 다 맞어.' 이런 마인드로 접근하자. 그게 젤 빨러. 내 장담할께.
아무튼 왜 그런지를 싹 무시하고 스피노자 말이 옳다면 이 세상에 벌어지는 모든 일들은 신의 섭리에 따라 운행이 되는거야.
여기서 주의할 것이 두 개가 있는데 먼저 '기계론적 유물론'이라는 걸 기억해줘.
우선 '기계론적'이라는 거. 이게 뭐냐. 이 세상은 모든 일들이 신의 섭리에 의해 운행되는 하나의 거대한 기계라는 소리야. 뭐 간단한 예로 해가 졌으니 밤이 오고 가을이 갔으니 겨울이 오고 이런 것처럼 톱니바퀴 맞아 떨어지듯 아귀가 딱 맞아 떨어진다는 소리지. 이 세상이 그렇다고 본 것이 스피노자의 주장이야.
그리고 '유물론'이라는 거. 이건 뭐냐. 우선 '관념론'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이해해야 해. 물질을 중시하는게 유물론, 정신을 중시하는게 관념론. 어? 근데 뭐가 좀 이상하지 않아? (이상하지 않다면 아직 그림이 잘 안그려지는거야) 스피노자는 합리론자라며! 합리론은 이성이라며! 이성이면 정신이잖아! 근데 뭔 물질 중심의 유물론이여?
이렇게 생각해준 형은 정말 탁월한 분임. 박수 짝짝짝!
스피노자가 기계론적 '유물론'이라는 것은 그가 물질을 중시해서 그런 것은 아니야. 단지 이 세상이 하나의 거대한 실체라 생각했기 때문에 물질적 개념으로써 유물론이라 이름붙이는 거지.
아리스토텔레스에서도 이런 애매한 것들이 있었잖아. 플라톤 제자인데 이상주의자가 아니라 현실주의자. 현실에서 실재를 탐구했음에도 그의 철학은 완벽한 이성중심. 근데 거기에 소크라테스의 지적인 의지를 반박하고 의지의 문제를 개입시킴으로써 현실을 완전 무시하지는 않음.
열받지? ㅋㅋㅋ
우리는 절대로 절대로 유연하게 사고해야 해.
서양철학을 아주 쉽고 간단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분법이 젤 좋아. 실제로 지네도 근대부터 이분법적 사고방식에 쩔어서 자연과 인간을 대립시켜 살아왔었고, 그게 오늘 날 재앙을 결과하고 있지만. ㅠㅠ
합리론과 경험론을 대립시켜 파악하면 각각의 특징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근데 우린 여기서 유연하게 사고해서 이분법의 흑백논리에 빠지는 걸 경계해야돼.
스피노자도 합리론자로서 신의 섭리를 이성으로 파악할 수 있으며 그에 따라 살아야 한다는 윤리설을 주장했어. 합리론자가 맞아. 하지만 그가 바라본 이 세계는 기계론적 유물론으로 이해되어져야 한다는 거. 이런 걸 혼란스럽게 여기지 않고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해. 이런 함정을 잘 피해갈 수 있으면 한 단계 더 성숙된 철학공부가 될 수 있는거지.
자, 그럼 두 번째 주의할 점은 뭘까?
바로 '신'이라는 개념이야.
스피노자에게 있어서 '신'은 인격신이 아니야. 분명히 존재하는 실체이긴 하지만 하나님과 같은 인격신의 개념이 아니라 자연 그 자체라 볼 수 있어.
신 = 실체 = 자연. 요런 정리를 실제로 철학서들이 애용하고 있지.
이건 엄청난 파격이야. 스피노자는 유대인이거든. 유대교의 교리에 정면으로 반대되는 저 주장을 통해 그는 파면을 당하고 말아. 가족과도 떨어져 지내게 되지.
하지만 그는 자신있었을거야. 내 생각이 옳다라는, 사상가로서의 확신과 결단이 그를 버틸 수 있게 해줬을거야.
여기까지의 내용을 유념해서 스피노자의 세계관을 다시 살펴보면 이해가 더 쉬울거야.
스피노자가 파악한 이 세상은 서양 사람들이 당시에 지녔던 일반적 관념처럼 하나님의 세상이 아니야. 단지 하나의 실체로서 틀림없이 존재하는, 자연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비인격적 개념인 '신'이 존재하고 그 신이 이 세상에 벌어지는 모든 일들을 섭리로 다스린다는거지. 이 섭리는 톱니바퀴처럼 맞아 떨어지게 정해져 있어서 절대로 거스르거나 할 수 없는거야. 이 세상은 신(자연)이 만든 거대한 기계라고나 할까. 아귀가 계속 맞게 돌아가는...
어때요. 참 쉽죠? >_ <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스피노자의 세계관이 옳다면, (왜 그런지는 진짜 따지지 말자. 걍 얘 공부할 땐 얘 말이 진리임 ㅇㅇ)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스피노자의 명언이라 알려져 있는 다음 대사에 답이 나와 있어.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미친... 지구가 멸망하면 못해본 거 하러 다니거나 지구 멸망하지 않게끔 막으려고 별 짓을 다해보거나 가족과 최후의 순간을 담담히 기다리거나... 아무튼 우리의 일반적 관념과는 좀 맞지 않는 개드립말이지?
하지만 그의 세계관에서는 사과나무를 심는게 무척이나 숭고한 덕목이 된다는 거. (이래서 어떤 가치관-세계관을 설정하는지가 한 개인에게 있어서 무척 소중한 일인 것 같애)
왜 그런지 보자. 만약 스피노자적 신(자연)이 섭리로써 지구의 종말을 내일로 설정해 놓았다면 어떻겠어. 그의 세계관에서는 세상에 벌어지는 모든 일들이 (하나의 거대한 기계가 톱니바퀴 맞아 떨어지며 운행하듯) 다 정해져 있는 일인거야.
스피노자에게 있어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에 천착하지 않는 사람은 저 신의 섭리(내일 지구멸망)를 알지 못하고 종말을 맞게 돼. 이성적으로 사유하지 않는 사람이니까.
하지만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를 인생의 고려 사항으로 삼는 철학인이라면, 인간에게는 이성이 있고 그것이 불완전한 감각기관(사람마다 경험하고 느끼는 바가 다 다름)보다 훨씬 더 진리의 파악에 용이하고 확실하므로 이성을 통해 인생의 항로를 결정할거야.
그 때 그 사람은 이성을 가지고 신의 섭리에 다가갈 수 있게 되지. 이성을 통한 사유로 이 세상에 벌어지는 모든 인들이 신(자연)이 정해놓은대로 흘러가는구나라는 것을 파악할 수 있게 될거야.
그럼 그는 그것을 깨닫는 순간 스피노자의 표현을 따르자면 '이성적 관조를 통해 영원의 상 아래에서' 진정한 자유를 실현하는 사람이 되게 돼.
정해진대로 흘러가는 모든 일에 역행하는게 자유가 아니란거야.
당시 서양의 분위기가 하나님 유일신의 전통에 충실해서 그러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스피노자는 인간에게는 코나투스(자존성. 생명의 힘)가 있고 그것을 실현하는 길은 오직 신의 섭리 안에서 이성을 통해 그것을 온전히 파악하는 경우에라야만 비로소 자유로워 진다고 본 것이지. 그 경지를 '영원의 상'이라는 단어를 통해 미화시키고.
뭐 어떻게 살 것인지는 우리의 몫이니까 크게 의미를 두거나 하지는 않아도 될거야. 그가 그냥 그렇게 생각했을 뿐이니까.
하지만 우리는 여기에서 윤리적 의미를 찾아 우리 삶에 도움을 얻을 수 있지.
스피노자의 사상과 상당히 유사한 헬레니즘의 스토아철학은 어땠는지 기억나? 그냥 포기해라였어. 식민지배를 받던 그리스의 정서가 반영되어 그런 면도 있겠지만 비슷한 현실인식에서 에픽테토스가 내린 결론은 '닥치고 정해진대로 순응하며 벌어지는 일들에 쓸데없는 감정가져서 맘 상하지 말고 깨갱해라'였다면, 스피노자는 '사과나무를 심겠다'라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지.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그리고 그것이 스피노자적 신에 의해 정해진 섭리라면 그것을 어떻게 막겠어. 우리는 자연에 속한 인간에 불과한 걸.
하지만 스피노자는 이성을 통해 그것을 파악하길 권하고, 또 그것을 파악하는 것이 진정한 자유의 실현이라는 점을 강조해.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나는 내가 해야할 소임에 충실히 임해야 한다는 것이지. 그것은 내가 막으려 한다고 막아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나의 자존과 자유의 실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니까. 진정한 자유를 추구하고자하는 지성인의 성찰과 고뇌의 결과가 느껴지는 것 같지 않아?
내가 보기엔 포기해버리는 것보다 훨씬 더 건설적이고 칭찬받을만한 삶의 태도라 여겨지는데.
사과를 심든 수박을 심든 자신의 선택이지만, (설마 왜 하필 사과냐라고 묻는 형들은 없겠지? ㅎㅎ) 중요한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이 옳다고 믿는 신념에 따라 흔들림없이 행동할 수 있는지의 여부 아니겠나 싶어.
그런 차원에서 볼 때 스피노자는 영원의 상 아래에서 이성적 관조를 통한 행복의 경지를 함께 누리지 않겠느냐고 당시 사람들에게 진지하게 물었던 것이고. 그러한 자신의 사상이 설득력을 획득하기 위해서 의심을 받지 않게끔 수학적 증명을 통한 권위 획득에 치중한 것 아닌가 생각해. 1+1=2라는 것을 아무도 의심하지는 않으니까.
모든 것이 정해져 있든, 그렇지 않든 간에 우리가 스피노자의 사상에서 유의미성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것을 통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개인으로서 삶의 자세에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측면이 존재한다면! 어렵고 재미없지만 철학을 공부한다는 것이 헛된 시간낭비가 되지만은 않을거야. 그치?
근대 합리주의 철학의 창시자 데카르트, 그리고 이를 발전시켜 존경할만한 삶의 자세를 보여준 스피노자. 대충 이정도로 이성론적 전통은 일단락을 짓고, 다음 시간에는 근대 경험론의 사상에는 어떤 것이 있었는지를 살펴보도록 해.
미시간더/ 맑스의 유물론은 데모크리토스의 그것처럼 모든 것은 운동-변화한다는데서 출발하는 물질 중심의 사상이다. 스피노자의 세계관을 굳이 스탠스로 취하자면 실체인 신이 하나의 기계와 같은 실재하는 것이라는 의미에서 유물론이라 지칭할 수 있는 것으로 질문한 마르크스의 유물론과는 성질이 좀 다르다고 하겠다.
그냥 스피노자는 합리론자, 맑스는 유물론자로 이해하는게 좋다. 내가 본문에 기계론적 유물론을 넣은 이유는 이분법의 폐해를 지적하고 유연한 사고를 강조하기 위함이지 스피노자가 유물론자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
설거지/ 윤리교육학 최고의 난점을 설거지기자가 지적해주는구나.
도덕적 지식을 어떻게 도덕적 행동으로 연결시킬것인지는 참으로 어려운 주제이다.
윤리 100점이라고해서 윤리적인 학생이 담보되는 것은 아니니까.
나 개인적으로 말씀드리면 종심소욕불유구같은 경지에는 결코 오르지 못할 성향이 다분한 청년이다.
스피노자처럼 지행이 합일한 삶을 여전히 살지 못하고 방황하고 괴로워하는 중이다.
얼마 전에도 큰 잘못을 저질러 눈물이 쏙 빠지게 반성 중이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죄도 짓고 하는 걸 보면 나는 물에 빠지면 입만 둥둥 뜨는 타입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죄의식 없이 사는 걸 선택하지는 않고 싶다. 자책도 하고 각오도 다지면서 조금씩 노둔하게 한 발 한 발 도덕적 행동을 자연스레 행할 수 있는 경지로 나아가고자 한다.
너무 빡시게 윤리적 행동에 강박관념을 가지면 그것도 힘빠지는 일이니까 조금은 관대하게, 우리는 성인이 아니라 필부라는 생각으로, 하지만 아예 정줄 놓지는 않고 윤리의식이라는 것을 마음에 새기면서, 그렇게 나아갔으면 한다. 나부터. 설거지부터 열심히 노력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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