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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속의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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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눈을 뜬 곳은 서울역 대합실이었습니다.
양복 안주머니에서 뭔가 요란하게 진동을 하는 바람에 잠이 깬 것입니다.
나는 주머니를 뒤져 그 요동치는 물체를 꺼냈습니다.
그리구 뚜껑을 열어 귀에다 댔습니다.
여보, 당신 어디에요? 빨리 집에 들어와요!
날카로운 소프라노에 나는 화들짝 놀라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그리구 왼손에 쥐고 있는 휴대폰을 노려보았습니다.
여보...당신...빨리 집에 들어오라구...
나는 잠시 더 휴대폰을 노려보다 다시 조심스레 귀에 댔습니다.
지금이 몇신 줄 알아요? 어서 들어와요!
아, 그녀의 목소리였습니다.
나는 숨이 막히는 것을 간신히 참고 이렇게 더듬거리며 말했습니다.
알..았...어. 근..데...거...긴 어디야?
어디냐구요? 참..어디긴 어디예요, 집이지?
집...집이라니...그럼 집에 그녀가 있다는 말입니까?
아.....,
나는 신음을 내지르다 다시 의자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그 바람에 휴대폰이 바닥에 떨어지면서 요란한 소리를 냈습니다.
옆자리 사람들이 힐긋힐긋 나를 쳐다보더군요.
그녀가....어제 오전에 벽제 화장터에서 한줌 재로 변한 아내가...
집에서 기다린다며 빨리 오라구 하니....
아, 대체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나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짐승같은 소릴 내질렀습니다.
인간인 내 입에서 튀어나온 그런 짐승같은 소리를 내 귀로 듣는다는 것이
정말이지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 고통을 즐기려는 듯 계속 소리를 내질렀습니다.
아니 지른 게 아니라 열린 입으로 그냥 터져나오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더니 내 주위로 몰려들었습니다.
누군가 내 손을 잡아끌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더군요.
이거 봐요, 점잖게 생긴 사람이 왜 이러는 겁니까?
어서 집으로 들어가요.
그는 바닥에 떨어진 휴대폰을 내 손에 쥐어주기까지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다시 진동이 오자 그 남자는 얼른 빼앗더니 통화를 하는 거였습니다.
네? 아, 네...댁의 남편께서 술이 덜 깬 모양입니다.
곧 들어가시라구 하죠, 뭐. 근데 댁이 어디시죠...네, 대치동 은마아파트요...네....
나는 다시 철장에 갇힌 맹수처럼 울부짖으며 그 휴대폰을 빼앗아 바닥에 내동댕이쳤습니다.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1-09-25 15:26:10 바보생활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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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