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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 시집보내기
가수 최광일을 아는가? 맑고 힘있는 목소리로 애절하게 노래 부르다 얼마 전 스스로 멀리 가버린 우리의 친구같은 노래꾼을.
헐벗은 내-몸이 뒤안에서 떠는 것은
사랑과 미움과 믿음의 참을
너로부터 가르쳐 받지 못한 연이나
하여 나는 바람부는 처음을 알고파서
두 리 번 거린다.
말없이 찾아온 친구 곁-에서
교정 뒤안의 황무지에서
단순한 C코드로 시작해서 B, B플렛, A의 베이스런닝을 타고 가벼운 햄머링과 플링오프로 연결되는 '두리번 거린다'는 내 착하디 착한 친구 최광일의 절창이었다.
최광일의 죽음과 나는 무관하다 할 수 없다. 광일이가 죽었을 때 말들이 많았다. 우리들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광일이의 여자를 알고 있었던 우리는 그래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메이폴은 소위 말하는 골드미스였다. 메이폴을 사랑했던 우리들은 메이폴을 시집 보내고 싶어 했다. 우리는 한 명만 빼고는 모두 유부남이었고 서로 자기가 메이폴의 총애를 받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 중에 메이폴의 과거를 아는 사람은 나 혼자였다. 그렇게 믿고 있다.
메이폴을 시집 보내고자 하는 속셈은 아마도 메이폴과 동등하게 만나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유부남과 처자의 만남은 쫌 부담이 있는 편이다. 오래 전 린다킴이나 최근의 신정아의 예를 보면 팜므파탈같은 그녀들에게 빠졌던 유부남들의 최후는 처참했다. 역시 유부녀라야 신상에 해가 덜할 것이었다.
메이폴은 광일이 같은 사람이라면 결혼하고 싶다고 했다. 나라는 사람은 언제나 여자가 하는 말을 액면 그대로 믿는 편이고 생각하기 보다는 먼저 일을 저지르는 편이므로 메이폴의 말을 듣는 순간 바로 광일이와의 연결고리를 찾기 시작했다.
이런 말은 안해도 상관 없는 것인데, 사실 내 닉의 앞글자 한 자는 무뇌의 줄임말이다. 뒷글자가 뭐의 줄임말인지는 알아서들 상상하시고.
아, 쪼끔 헷갈릴 수도 있겠다. 내가 우리, 우리 자꾸만 이렇게 얘기하는데 저 우리와 이 우리는 같은 우리가 아니다. 그리고 난 광일이를 잘 알지만 광일이는 나를 전혀 모른다. 내가 광일이를 친구라고 하는 건 나 혼자 그렇게 생각할 뿐이다. 광일이는 나보다 한참 어렸다.
내가 속했던 법과대학 편집실은 일종의 운동권이었다. 그리고 총학의 오픈서클이었던 노래패하고는 같이 축구도 하고 모종의 음모를 꾸미기도 하고 그러던 사이였다. 해서 나에게는 노래패에 있던 친구들이 있었고 나도 나름 노래와 기타를 즐기던 처지라 노래패 서클룸에 종종 놀러가기도 했었다.
노래패에서 알고 지내던 선배가 안산 근처에 카페를 하고 있었다. 그 카페에 가끔 광일이가 온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다. 선배는 졸업 후 대학 노래패 출신들로 구성된 여명이라는 노래패그룹에 관여하고 있었는데 광일이도 거길 거쳐간 적이 있었다.
10년 가까이 연락도 없이 지내다가 선배에게 전화를 하려니 뻘쭘하긴 했지만 메이폴이 즐거워 한다면 못할 일 이 뭐가 있을까. 다행히 가게 전화번호는 그대로였고 선배와 통화할 수 있었다. 사람 좋은 선배는 반가와 했다. 다짜고짜 말을 꺼내기는 그렇고 술 한 번 먹으러 가겠다고 했다.
이야기 거리가 생겼으므로 메이폴에게 전화를 했다. 2년 전 메이폴과 재회한 후 한 동안 무진장 전화질을 해 댔었던 것 같다. 결국 메이폴 엄마한테까지 싫은 소리를 듣는 처지가 되었고 이후 왠만하면 전화를 안 하기로 했다.
메이폴의 나긋하고 약간 졸린듯 하면서도 촉촉한 목소리는 언제 들어도 좋다. 전화기를 통해 듣는 목소리는 더 좋은 것 같다. 최광일의 접선 루트를 찾았다는 보고를 받고 메이폴은 관심이 있는 눈치다.
"저~엉말? 세터님, 진짜로 그러는 거였어?"
아, 메이폴은 나를 세터라고 부른다. 메이폴과 함께 하는 조직에서 내 닉이 테이블세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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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