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여의도의 바람은 차다. 여의도역 6번 출구 쪽으로는 바바리를 걸친 샐러리맨들이 밀려가고 있다. 언제나 처럼. 계단은 길었고 출근 시간에 출근 시간에 맞추려고 종종걸음으로 오르다보면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르는 것을 느낀다.
사무실에는 벌써 기분 좋은 커피향이 감돌고 있었다. 아직 이른 시간이건만 뱅킹파트는 이미 분주하게 돌아가는 모습이다. 수첩을 챙겨 서둘어 회의실로 향했다. 변호사들은 대부분 자리를 잡고 앉아 비서들이 날라 온 커피를 음미하고 있다. . . .
음......
어제 봉팔이한테 쫑코 먹고 다시 보니까 영 아니더라. 하여간 이건 소설이고 소설이라는 건 원래 허구다. 비록 자기 얘기와 비슷한 얘기가 나오더라도 분명 허구니까 명예훼손이 아니라면 걍 넘어가 주길 바란다.
문체를 많이 고민했다. 소설을 써 본 적이 없어서 고민했다. 솔직히 힘들더라. 위에 쓴 식으로 내가 많이 보았던 소설 흉내를 내 보았는데 별로 재미가 없다. 쓰는 재미가 없단 말이다.
해서 그야말로 내 꼴리는 대로 써 나가기로 했다. 어쩌면 이런 문체는 다시 없을지도 모르는데 난 이걸 뽕체라고 부르기로 했다. 두서도 없고 아마 그럴 꺼다.
원래 소설이라는 게 이야기다. 소설 <사랑하는 이에게>는 내가 니들한테 하는 이야기다. 생활방이건 정치방이건 다 이야긴데 굳이 이게 소설인 이유는 다시 말하지만 허구라는 거다. 난 지금 박봉팔한테 난데없는 이단옆차기를 당하고 황당해 하는 중인데, 봉팔이는 그걸 공감하지 않는다. 나도 봉팔이 하는 짓을 일정 부분 공감하지 못한 거고. 그래서 나는 봉팔이와 체질적으로 소통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건 내 소설이고 내 소설 안에서 나는 전지전능하다. 어떤 건 내가 직접 경험한 것도 있지만 꼭 해 봐야 아는 건 아니니까 착각들은 하지 말기 바라고.
처음 얘기는 어떤 로펌에서 있었던 나와 메이폴의 만남을 그리는 거였다. 얘기는 간단하다. 메이폴이 대표변호사 비서로 들어 왔고, 그때 메이폴은 대학을 갓 졸업한 풋풋한 새내기였으며 은근하고 묘한 매력이 있었다는 거다.
묘한 매력이 있는 여자사람이므로 당근 나도 빠져 들었을 것이고, 근데 메이폴은 나 말고 딴 남자를 사랑했다는 거다.
메이폴은 사랑에 관한 한 드문 재능의 소유자였는데 착하고 그럴듯한 남정네라면 누구나 메이폴을 좋아하거나 사랑했고 그건 노소를 가리지 않았는데 메이폴의 낙점을 받은 사람들은 대부분 유부남이었다는 것.
우리 대표변호사는 참 좋은 사람이고 훌륭한 인격의 소유자였는데 아뿔사 이 양반마저 메이폴의 매력에서 벗어나질 못했고 그 결과 메이폴이 그만 두게 되었지. 하긴 깜작 놀랐을 꺼야. 자기 아빠보다 열살쯤은 나이 많은 노인네가 그런 짓을 했으니....
메이폴은 다시 학교로 돌아 간다. 그리고 석사 박사를 하고 학생생활연구소에서 상담과 연구를 병행하게 되지. 메이폴 전공 같은 건 알아서 생각하고, 원작에는 이런 것도 다 있었다만.
사실 메이폴은 대단히 힘든 시기였단다. 갑자기 아빠가 죽고 경제적으로 난감한 상황이었지. 근데 우리 착한 대표변호사가 경제적 문제를 다 해결해 준 거야. 그렇다고 난잡한 상상은 하지 말기 바래. 그 냥반은 진짜 좋은 사람이었다구.
그 동안 몰랐다가 알게 된 건데 메이폴은 이미 임자가 있었단다. 대표변호사는 재벌가의 사위였는데 그 쪽 회사 법무실 직원들이 법무법인 대서양에 파견 형식으로 나와 있었어. 송무파트에 강차장이라고 있었는데 마누라가 미스 충남출신인가 그랬다지. 근데 주말부부였고 사무실 근처에 오피스텔을 얻어 놓고 거기서 숙식을 했다.
강차장은 나랑 친했어. 법과대학을 나와 사법시험을 통과하지 못해서 동기들은 변호사로 있는데 강차장은 사무장 노릇을 했고 나는 스페셜리스트로 재무부랑 금감원을 들락달락했거든. 동병상련인게지.
로펌에는 스페셜리스트라는 게 있어. 난 뱅킹분야 스페셜리스트였는데 은행에서 사고치고 학교 편집실 선배인 백변호사의 꼬심을 받아 법무법인 대서양에 근무하게 된 거지. 이것도 원작에선 나름 구체적으로 묘사했었는데 씨잘대기 없는 사족인 것 같아 빼기로 했어.
하여간 메이폴과 강차장 그넘이 나도 모르게 동거를 했고, 그것도 8년씩이나, 그걸 난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는 야그다.
메이폴이 대서양을 그만두고 나간 이후 한 동안 소식을 몰랐다. 몇년 전에 신생 정당이 하나 생기고 그게 뭐 온라인 정당이라나 모바일 정당이라나 하여간 거기 당원들은 다 닉으로 통하거든.
아, 여기서 다시 한번 분명히 얘기하는데 이건 소설이다. 허구다. 착각하면 안 된다. 설령 니들 중에 어 이거 내 얘긴데 하는 자가 분명 있을 것인데, 모른 척하고 넘어 가는 게 맞다. 나도 딥따 쓰다보면 헛발질할 때도 있을 텐데 혹시 명예훼손이나 모욕으로 느낀다면 비밀글 같은 걸로 조용히 알려 다오.
게시판에서 메이폴이라는 자를 만났는데 이 자가 딥따 관심을 끌었지. 역시 여자드라고. 여자들 쓴 글은 세번만 읽고 나면 확 감이 오거든.
재작년에 경상도 어딘가에서 모임이 있었는데, 체육대회였던가? 하여간 거기서 드뎌 메이폴을 만났다. 오매~ 나도 한때나마 사랑할 뻔 했던 미향이더라구. 음.....메이폴 이름을 박미향이라고 정했다. 그렇게만 알아라.
메이폴한테서 강차장 얘기를 들었다. 내가 대서양을 떠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강차장도 떠나고 사업을 했다지. 중국 가서 노래방두 하구 화장품두 팔구 속옷두 팔구 그랬다지. 한국화장품이나 속옷이 당시에는 꽤 인기가 좋았거든. 그런 거 아나? 기능성 속옷이라구. 그딴게 딥다 잘 팔렸나봐. 근데 쫄딱 망한 거지. 왜냐면 중국은 소유권 개념이 애매모호한데, 결국 인맥을 믿고 할 수 밖에 없는데 믿었던 중국애한테 완존 당한 거지. 강차장은 북경에서 가수를 한다는 여자애를 통해 중국에 진출했는데, 중국이라는 데가 참 희한하지, 그 여자애는 신분은 군인인데 또 가수를 겸하고 노래방도 하고 그랬나봐. 이 얘긴 무척 긴 얘기니까 언젠가 다시 할 기회가 있을꺼야.
하여간 강차장 쫄딱 망하고 메이폴이 석사 박사 하면서 애들 과외해서 번 돈 강차장한테 갔다바치고 그러다가 강차장이 먼저 연락을 끊었나봐. 메이폴은 강차장을 찾아 헤매진 않았지만 애타게 기다리고 그러다가 결국 마음을 정리했다나.
메이폴이 그러더라. 연구실 밖 주차장에 서 있던 강차장의 애마를 봤데. 강차장은 연식이 좀 된 갈색 밴츠를 타고 다녔는데 헤어진지 한참 된 그날 밤 늦게까지 주차장에 서 있던 그 차를 봤다는 거지. 전화가 올까 기다리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고 그랬는데 결국 전화도 없이 그렇게 사라졌다는 거야. 원래 강차장이 착한 놈이었으니까 면목이 없었겠지.
난 지금도 메이폴이 강차장과 다시 만나 잘 살았으면 좋겠어. 가끔은 메이폴이 나도 좋아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난 지금으로 만족해. 속 깊은 얘기를 해 주는 메이폴이 고맙지 뭐. 메이폴은 지금도 남자가 많아. 상처받은 애들도 꽤 있을 꺼야. 어린 넘두 있구 늙은 것두 있구.
그래두 세상은 모르는 거니까 난 언제나 준비를 한다.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체육관 다니며 몸도 만들고 메이폴 만나는 날은 집에 들어가 샤워를 하고 나온다. 남자가 나이 먹으면 냄새가 나는 것 같드라구.
머 대충 이런 얘기인데, 재미 있을라나 몰라. 소설이라는 게 재미 없으면 참 거시기하거든.
니들 나 뽕 좋아 하는 거 알지? 뽕만 아니었으면 아마 리자한테 강퇴 요청 했을지도 모르지.....
둠바/ 너 안 피곤하냐? 나 사실 어제 너랑 똑같이 밤샜어..나 좀 소심ㅋㅋ
요즘 음악이 많이 올라와서 글들이 좀 밀리쟎아..그러니 니가 무유님 글 그냥 지나칠수도 있는거고..
근데 위카테고리를 이용하면 음악은 음악대로..일반글은 일반글대로 골라보는 재미가 있어..좀 덜 밀리지..
뭐..별 내용아냐..
(한뜻으로 뭉친 우리~~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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