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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수> - 릴케 [신시집] 중
1. 내 손은 이제 사람을 쫓는 손짓밖에 하지 못한다. 오래된 돌바닥 위에 바위에서 축축이 방울져 내리는 것이 있다. 내가 듣는 것은 오직 이 물방울 소리뿐, 내 심장은 이 물방울 소리에 맞추어 고동치다가 그 소리와 함께 멈춘다. 물방울 소리가 빨라지면 좋으련만, 짐승이라도 한 마리 찾아와주면 좋으려만, 어디선지 밝아왔다 하지만 우리는 무엇을 알고 있을까.
2. 지금 하늘이고 바람인 것이 그대 입에서 공기이고 그대 눈에 밝음인 것이 그대의 심장과 손이 놓여 있는 작은 고의 주변에까지 돌이 된다고 생각해 보라. 그대의 내부에서 지금 내일이라 불리는 것, 나중에라고 또는 내년이라 불리는 것 등 그것이 그대 내부에서 상처가 되고 고름에 가득 차리라. 그저 곪아질 뿐 터지는 법은 없으리라. 과거에 있었던 것은 발광하는 듯 그대의 내부에서 쏜살같이 돌고 돌리라, 한 번도 웃어본 일이 없는 입은 웃음으로 거품을 뿜고, 그리고 이제까지 신이었던 것이 그대의 교도관일 뿐이라고 생각해 보라. 고약하게 마지막 구멍까지 그 더러운 눈으로 들여다본다고. 그래도 그대는 아직 살아 있었다.
냉사장의 연주와 함께 읽어도 좋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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