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창조적 행위다
- 부제 : 글을 쓰자
나는 지금 컴퓨터 책상에 앉아서 모니터를 바라보며 키보드를 누르는 행위를 하고 있다. 즉, 글을 쓰고 있는 중이라 할 수 있다. 내 눈은 모니터를 응시하고, 내 손가락은 지금 키보드를 누르고 있다. 물론 담배도 좀 피워가면서. 내가 지금 하고 있는 행위는 정확히 무엇이라고 봐야하나?
나는 지금 내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 시도하고 있는 중일까? 만약 그렇다면 지금 나의 육체적 움직임은 일종의 번역의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내 머릿속에만 담겨져 있기 때문에, 내가 표현하기 전까지 다른 사람들은 결코 엿볼 수 없고, 소통될 수도 없는 나만의 고유한 생각을 외부 물체의 도움을 받아 밖으로 표현하는 번역기 말이다. 그런데 지금 컴퓨터를 이용해 타이핑을 치고 있는 글들은 내 생각을 ‘정확히’ 번역하고 있는 중일까? 나는 이미 지금까지 글을 써오는 도중에도 수정하기 위해 몇 번이나 back space키나 delete키를 눌러 몇몇 단어나 문구들을 삭제했고, 문장을 통째로 지우기도 했으며, 새롭게 추가된 내용도 있다.
언어 이전의 관념은-비트겐슈타인 식으로 하면 ‘말할 수 없는 것들은’-잠시 옆에 차치해 두더라도, 지금 내가 하고 있는 ‘행위’들은 번역과는 좀 거리가 멀어 보인다. 내가 완벽하게 표현하고 싶었던 어떤 것들을 압축한 다음, 적절한 언어 규칙을 사용하여 내 맘에 쏙드는 문장으로 만들기란 너무나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머릿속에서 내가 쓰고자 하는 내용구조들을 미리 완벽하게 계획한 다음, 미리 세워져 있는 언어 규칙의 체계를 따라 글쓰기를 시도하더라도 100% 일치하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물론 예외는 있다. 시인 윤동주는 시를 쓸 때, 미리 머릿속에서 철저하게 가다듬고 또 다듬어서 글로 옮길 때 거의 수정한 적이 없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우리는 윤동주처럼 천재가 아니기 때문에 계속해서 썼다 지웠다를 반복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윤동주도 글쓰기라는 행위를 통해서 체현되지만 않았다 뿐이지, 머릿속에서 수만번 고쳐쓰기를 반복했을 것이다. 일반인이 무턱대고 저 위대한 시인의 글쓰기를 모방한다면, 과연 우리는 얼마나 글을 남길 수 있을까? 아니, 글을 쓸 수 있기는 할까?
나는 글쓰기 행위에 ‘창조’의 이름을 붙이려고 한다. 뭐? 감히 창조라고? 선사시대 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온 여러 예술작품이나 인간사에 획기적인 변화를 이끌어낸 문명의 이기와도 같은 것을 만들어 낼 때나 창조라는 말을 붙여야 하는게 아닐까? 물론 글쓰기는 굉장히 흔한 행동이고, 창조라고 한다면 음악, 문학, 미술, 건축처럼 뭔가 거창한 것이 떠오르기 때문에, 일상생활이나 게시판 활동 등에서 잡다한 글을 쓰는 행위를 창조와 연관시키기에는 좀 무리수로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글쓰기는 굉장히 익숙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상적 글쓰기는 창조 행위가 맞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무’의 상황에서 어떤 새로운 문장을 만들어 내는 것은 내용이야 어떻든 간에 그러한 행위만으로도 우리는 창조라고 볼 수 있다. 설령 무는 아닐지라도 머릿속에서만 소용돌이처럼 맴돌며 떠돌아다니면서 절반정도만 모습을 드러내는 희미한 암시들, 섬광처럼 머릿속에 스쳐지나가는 수많은 상념과 관념들, 애매모호한 개념들이 올바른 형태를 가지고 세상에 드러나게 되는 것이 ‘창조적 행위’가 아니라면 세상 그 어떤 것이 창조가 될 수 있을까? 게다가 이런 글쓰기라는 창조적 행위는 무려 다른 사람들과 소통까지 가능하게 해주니 말이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글을 쓸 때 처음 시작할 때의 자신의 생각을 완벽하게 표현하게 되는 경우란 거의 불가능하다. 기껏해야 처음 의도했던 글의 방향을 놓치지 않도록 집중하며 주의 깊게 글을 쓰는게 고작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나 할까. 이런 경우를 생각해볼 때, 나는 글을 쓰고 있는 존재가 진정 나 자신인가 하고 의문에 싸이게 된다. 예를 들어,
1. 글을 쓰다가 맘에 들지 않는 단어를 바꾸려고 끙끙될 때가 있다.
2. 중간중간 여러 부분들을 수정, 삭제하거나 또는 새로운 내용을 삽입할 때가 많다.
3. 글을 쓰다보면 여러 생각들을 논리적으로 이어나가고 싶은 욕망이 생기기 때문에, 관련 분야를 더 공부해야만 하는 경우가 생긴다.
4. 글을 쓰다가 주제가 넓어지거나 좁혀지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 전혀 반대의 주장으로 결론이 도출될 때도 있다.
5. 분량을 조절할 때에 있어, 난 분명 글쓰기에 지치고 괴로워 그만 쓰기를 원하는데, 텍스트 자체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글을 계속 이어나가도록 강요할 때가 있다. 지금 내용으로는 불충분하다고 나 자신을 막 꾸짖으면서 말이다. 이런 경우가 지독한 경운데, 마치 호랑이 등에 올라탄 기세라 이제는 맘대로 하차할 수도 없는 경우라 볼 수 있다.
이런 경우를 살펴 볼 때, 글쓰기는 주체인 나 자신이 능동적인 작업으로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그냥 텍스트가 나에게 다가오는 것 처럼 느껴진다. 내가 능동적인 저자인 것이 아니라, 어떤 행운이나 우연성이 내게 다가와서 글이 만들어진다는 말이다. 좀 어렵게 말하자면, 글이란 심리적 경험에 의해 쓰여지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의 물질성’에 의해서 텍스트 자신이 살아 움직여 자신의 진로를 찾아나간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글쓰기는 창조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 앞에서 말했듯이 글이란 살아 움직이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살아 움직이는 글쓰기를 최대한 컨트롤하기 위해 우리는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그러는 와중에 번뜩이는 생각이 떠오르게 되고, 세련된 문장, 힘 있는 어조가 탄생하게 된다. 나는 이렇기에 글쓰기를 창조라고 부르고 싶다.
니체는 인간 모두가 예술가의 자질을 지니고 있다고 하였다. 우리 모두는 세계의 억압 속에 길들여 있기에, 평범하고 일상적인 생각을 하도록 강요받으며 살아가고 있지만, 우리 모두가 예술가의 기질을 가지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가 존재한다. 바로 ‘꿈’이다. 그 어떤 사람이든 간에 우리 일상의 빈곤한 상상력으로는 감히 떠올릴 수도 없는 내용들을 꿈속에서는 마구 만들어낼 수 있다. 단순히 잠자는 행위 속에서 말이다. 우리는 모두 꿈을 꿀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예술가가 될 수 있으며, 그 예술적 자질을 세상 밖으로 발현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연습이 필요하다. 그 예술적 자질의 발현이 바로 창조이며, 그 창조적 행위는 글쓰기를 통해서 구축된다고 나는 믿고 있다.
p.s) 이 글만 하더라도 다 쓰고 나서 등록한 뒤에도 여러 번 수정을 거쳤다. 그렇게 나는 또 글쓰기라는 영역에 관해서 나만의 생각을 구축하였다. 봉닷컴의 여러 기자분들도 망설이지 말고 글을 쓰자. 글을 쓰면 머리와 생각이 확장된다. 뽕도 따고, 생각도 성숙해지니 글을 안쓸래야 안쓰고 배길 수 있겠는가?
p.s2) 그리고 문장이 길어질 경우 내가 쓴 글임에도, 주어와 목적어, 술어 등이 일치 하지 않는 경우가 잦다. 이런 수정 작업을 반복적으로 연습하면서 우리는 세련된 문장을 만들 수도 있고, 논리력도 높일 수 있다. 그리고 다른 여타 문장이 굉장히 긴 만연체의 외국 번역 서적을 읽을 때 필요한 독해능력을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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