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공부, 과제제출, 그리고 재충전을 위한 여행 등으로 한동안 ‘영어이야기’를 쓰지 못하였다. 별거 아니지만 그래도 일단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글을 계속 쓴다. 일단 지난 이야기들을 잠시 복습해보자면,
영어가 어려운 이유
1. 발음과 철자법이 달라서 단어 읽기 및 외우기가 힘들다.
2. 영어에 존재하는 수많은 외래어 때문에 외울 단어가 너무 많다.
3.1. 영어는 거의 모든 발음이 첫음절에 위치하기 때문에, 어미변화가 거의 사라져 버렸다. 이 때문에 영문법이 엉망이 되어버렸다.
3.2. 그리고 오늘 이야기의 주제 Shakespeare 아저씨...
제목이 좀 도발적이다. 윌리엄 셰익스피어?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는 대문호인 그가 자국어인 영어 파괴의 주범이라고? 그렇게 위대한 문학가께서? 오히려 영어를 더욱 세련되게 만들지 않았을까?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셰익스피어는 제목처럼 영어를 완전히 망가뜨릴 정도의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영어에 꽤 무시할 수 없는 악영향을 끼친 것은 사실이다.
말로만 셰익스피어가 얼마나 위대한지에 대해 귀로 여러 번 들어만 봐서야 별 감흥이 없을 것이다. 나는 이 사람이 정말 대단한 사람이구나 하고 피부로 직접 느낀 적이 있었다. 대학교 영문학과에서 일반적으로 개설되는 강좌를 살펴보면, 보통 고대, 중세, 르네상스 시대, 근대, 현대 등으로 시기를 크게 나눈 다음, 각 시대의 문학사조, 시, 소설, 희곡, 비평이론 등으로 과목이 구분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셰익스피어에 한해서는 그냥 한 과목 통째로 이 사람 이름을 빌려서 그냥 ‘셰익스피어’라는 과목으로 개설된다. 그것도 모자라 다음 학기에서도 이름만 바꿨지, 또 한 학기 내내 셰익스피어만 배우는 과목이 개설된다. 졸업 필수과목으로 지정되는 것은 당연한 얘기다. 그만큼 셰익스피어는 영문학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굉장히 크다.
그리고 또 19세기 영문학자 토마스 칼라일이라는 놈께서 그 유명한 ‘셰익스피어는 인도를 다 주더라도 바꿀 수 없다’라는 가당치도 않은 말을 씨부리기도 하기도 했다. 한창 영국이 전 세계적 식민지 쟁탈전 및 확장전을 벌일 당시에 영문학이 영국의 문화 제국주의의 첨병 노릇을 톡톡히 하던 시기에 나온 말이라, 일언반구 생각할 가치도 없는 오리엔탈리즘의 저열한 의미가 담겨있다. 그렇긴 하지만 이런 말을 함부로 내뱉을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영국인들에게 다가왔던 셰익스피어에 대한 감정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서론이 좀 길었다.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자. 셰익스피어가 영어를 엉망으로 해 놓은 것은 크게 2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영어의 문법을 망가뜨린 점. 둘째, 영어 자체의 어휘 생산 능력을 저하시키는 외래어를 많이 도입해서 사용했다는 점이다.
먼저 문법의 경우를 살펴보면 규칙의 틀을 과감히 깨고 영어의 품사를 마음대로 전환시켰다. 그리고 사용할 수 없는 문법 또는 틀린 문법을 마구마구 사용했다.
예1) Repeat and history his loss. (history를 동사로 사용함)
예2) a he, a she (=a man, a woman 등으로 사용해야 함)
예3) unbody, unbless (자기 맘대로 접두사를 갖다 붙여서 파생어를 만듦)
예4) say nothing neither, more larger, most unkindest (이중 부정, 이중 비교 사용)
예5) Them is Caesar and he (is를 are로 써야 한다. 수의 불일치)
이외에도 ‘격’을 일치 시키지 않은 경우도 많고, 구어체나 속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잘못된 표현들은 그대로 굳어져버려 관용어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두 번째로 셰익스피어가 도입한 수많은 외래어의 도입이다. 당시 시기는 르네상스의 시대로써 문예부흥 운동이 활발히 일어날 시기였다. 다른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셰익스피어 역시 뭔가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낼 때 마다 활발하게 외래어(특히 라틴어)를 도입하였다.
그리고 그의 작품 주제나 내용을 잘 살펴보면 외국의 것을 다루는 것이 굉장히 많다. 외국을 배경으로 하면, 필연적으로 등장할 수 밖에 없는 것이 그 배경에서 사용되는 외국어 및 외래어가 될 수밖에 없다. 앞의 글에서도 말했지만, 외래어가 많이 도입되면 그 나라의 언어는 불임이 되어 버린다.
그럼 셰익스피어는 자국어인 영어가 미워서 일부러 영어를 이렇게 망가뜨린 것일까? 대답은 당연히 NO다. 이건 좀 개인적인 생각인데 철학적으로 봤을 때, 아마도 셰익스피어는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것들을 언어로 표현하는데 있어서 굉장히 큰 어려움을 느꼈을 것이다. 본디 언어는 한 개인의 사유나 생각, 사상을 완벽히 표현해내기에는 지극히 부족하다. 셰익스피어는 다른 여타 시인들이 그랬듯이 자신이 표현하고자 했던 것에 가장 근접한 언어표현들을 찾기 위해서 기존의 규칙을 과감히 무시해버렸을 것이다.
그리고 이게 좀 현실적인 문학적 이유인데, 바로 리듬 때문이다. 셰익스피어가 활약한 시기에는 작품의 길이에 구애받지 않는 소설이라는 장르가 존재하지 않았다. 시와 희곡이라는 장르 내에서 자신의 고유한 생각을 당시의 문학 기준으로 가장 압축시키고 세련되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단어들이나 문법들을 변형시킬 수 밖에 없었다. 조선시대의 한시나 시조가 운율을 지켜야만 좋은 시가 될 수 있었던 것처럼, 당시 서양에서도 시를 쓸 때는 보격과 각운(각 행의 마지막 단어의 발음)을 철저하게 지켜야만 하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는 자신이 의도하는 표현을 언어에 맞춘 것이 아니라 언어를 마음대로 자기의 의도에 맞게끔 뜯어 고쳤다고들 평가한다. 그래서 정상적인 구문에서 대담하게 이탈하기도 하고, 20,000여 가지의 어휘를 사용하면서 다양한 문제와 인간관계를 묘사한다. 셰익스피어가 언어를 자기 의도대로 마구 휘저어 놓아가면서 작품 활동을 하는 가운데 영어에 끼친 영향은 굉장히 크게 다가왔다. 너무나도 대중들에게 사랑받은 국민작가였기에 많은 영국인들은 그의 잘못된 영어를 흉내 내었고, 그리고 영어는 많이 파괴 되었다.
결국 생각해보면, 셰익스피어가 아무리 위대한 문학가이며 영국인들에게 엄청난 사랑을 받았다 하더라도, 결국에는 고작 하나의 개인에 불과한 존재일 뿐인데, 언어라는 거대한 흐름을 상당수 바꿔버렸다. 이러한 사실에서 영어의 취약성이 잘 드러낸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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