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넵튠 목욕탕에서 목욕을 즐기고 나오면 바로 지척에 극장이 있다. 원형 극장인 이곳은 아우구스투스를 도와 로마 제정을 연 아우구스투스의 평생 벗이자 동지였던 아그리파에 의해 기원전 12~13년에 건축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아있는 건물 주요 부분 중에 극장 바깥을 감싸고 있는 외부 벽은 기원후 재건축된 것이고 극장 내 관람석과 무대 부분이 아그리파 시대에 건물이다.
극장 입구
극장 전경
극장 전경 (상상도)
무대 부분에 아직 남아 있는 부조물, 표정이 우리 도깨비들과 닮았지 않냐?
오스티아는 제정시대에 들어오면서 황실 물품을 조달하는 항구로써 크게 번영하게 되었는데 현지의 유력자들은 모두 수도 로마에 강력한 정치 거물들과 연관이 있었다고 한다. 제2대 황제였던 티베리우스의 첫 공직으로 기록된 것이 이 오스티아에서 함대를 관리하는 임무였다고 한다. 1편의 처음 지도를 떠올려 보면 테베 강 줄기가 오스티아 북쪽을 돌아 흐르고 있었음을 알 수 있는데 그 지점이 바로 원형 극장의 뒤편에 자리한 Piazzale delle Corporazioni (상업구역)이다.
Piazzale delle Corporazioni (제대로 된 사진이 없어 인터넷에서 구해왔다.)
Piazzale delle Corporazioni 상점/사무실 모자이크
가운데 광장을 두고 주변을 둘러 세운 건물에 입주하고 있었던 건 각지에서 온 유력상인, 무역업자, 선박업자들의 사무실들이었다. 각 나라에서 온 물자를 싣고 온 외지인들이 몰리다 보니 사무실 바닥에 표기된 모자이크들은 그곳이 어떤 물품을 구매/판매하는 곳인지 알리는 일종의 간판이었다고 한다. 가끔 문자도 보이지만 대부분은 그림으로 표시가 돼 있어 글을 모르는 노예들이나 외국인들도 쉽게 구별할 수 있게 했다. 배가 그려져 있거나, 넵튠이 있으면 선박 관련 일, 밀 그림은 곡물, 코끼리 그림은 아프리카산 상아 판매, 이런 식으로.
조금 다른 얘기지만, 번성하던 시기에 오스티아의 인구는 5만이었다고 하고, 그 중 노예 인구가 만 칠천에 이르렀다고 한다. 가장 인기 있는 노예의 이름은 'Felix', 행복이라는 뜻이란다. 참 인생 아이러니하다.
나도 이번에 알게 된 건데, 로마식 도시 건설에서 축이 되는 도로를 카도, 그리고 데큐마누스라고 부른단다. 카도 (Cardo)는 도시의 남과 북을 가로지르는 길이고, 데큐마누스 (Decumanus)는 동쪽과 서쪽을 잇는 길 이름이다. 가로로 긴 직사각형 형태가 로마 도시의 전형인데. 오스티아도 전체적으로 동서로 길게 뻗어 있는 모양이니까 지금 우리는 포르타 로마나를 통과해서 데큐마누스 막시모를 걷고 있고 점점 서쪽으로 다가가는 중이다.
서쪽으로 조금 더 걸어가다 보면 건물들은 점점 더 가까이 붙어 서 있고, 골목길도 조금씩 좁아져 가는 게 느껴진다. 좀 더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풍경들이라고 할까? 복잡한 골목길 걷다 보면 토가를 걸친 사람도 으레 만날 것만 같다.
방앗간 모습
가운데 구멍이 뚫린 모습으로 서 있는 게 방아. 구멍에 나무작대기를 끼우고 노예들이 돌아 걸으며 맷돌을 굴린다
빵집 간판
왜 빵집인지 언뜻 이해가 잘 안 되지만, 사진을 잘 보면 소년이 뱀에게 먹이를 주고 있는데 이것은 뱀에게 먹이를 줄 정도로 풍족하다를 의미한다고
주점
왼쪽으로 보이는 게 조리대 같다.
사진 정면 벽면에 그림이 있는데 팔고 있는 음식들이 그려져 있는 메뉴판
주점 건너편에 있는 인슐라 2층으로 올라가 찍은 골목 사진
어릴 적 뛰어놀던 골목길도 별반 다르지 않았던 거 같은데...
오스티아 서민들이 살던 곳은 우리의 주상복합아파트와 별로 다를 바가 없었다. 인슐라(Insula)라고 부르는 이 주거형태는 복층으로 지은 건물에 지상층을 상점으로 쓰고 2층 이상을 아파트로 쓰는 것을 말한다. 높게 지을 때는 10층짜리까지 있었다고 하니 지금의 고층 아파트는 역사가 꽤 오래라고 할 수 있다. 오스티아에 있었던 인슐라의 평균 높이 5층이었고 지금과는 달리 고층으로 올라갈수록 집세가 내려갔는데 난방이나 취사가 불가능했고 물도 길어 와서 써야 했기 때문에 불편하고 추웠기 때문이었다. 꼭대기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몹시 가난한 서민이거나 노예들이었다고 하니 그때나 지금이나 옥탑방의 주인은 바뀌지 않은 셈이다.
인슐라 계단
인슐라 이 층에서 본 마을 전경
데큐마누스 막시모의 끝에 다다르면 양 갈래 길이 나오는 데 이 중 북쪽을 향하고 있는 비아 델라 포스(Via della Foce)는 오스티아에서 가장 오래된 길로 알려졌다. 어떤 역사학자들은 오스티아의 기원을 최소 기원전 600년으로 잡기도 하므로 공화정 초기 로마, 혹은 그 이전의 유물이 발견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유적지의 발굴작업은 아직 진행형이다.
비아 델라 포스 주변에는 공화정 시기의 유물들이 많은데 가장 이름이 난 것은 에로스 사당이다. 아쉽게도 사당 발굴 작업 시 도난을 맞은 유물이 많았고, 그나마 남은 것들도 박물관으로 옮겨졌기에 그저 흔적만을 볼 수 있다.
에로스 사당 내부
에로스와 프쉬케
사진으로 찍은 조각은 가짜, 진짜는 박물관에
오스티아는 로마가 제정으로 넘어가는 시기였던 기원전 1세기 후반부터 세베루스 왕조 시기까지 약 200년간 번영을 누렸지만, 언제나 예외 없듯 화려한 처녀 시절을 끝내고 3세기 초반부터 쇠락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세베루스 왕조가 끝나고 로마는 황제들이 이틀이 멀다고 암살을 당하는 심각한 정치 혼란의 시기를 맞았고 황실 물품 조달 항으로서 역할을 하던 오스티아도 그 사명이 희미해져 갔다. 더욱이 클라우디스황제 시절에 큰 배들이 정박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오스티아의 항만시설을 보조하고자 건설된 포르토(Porto)와 그 주변 인공 호수가 범람과 지진으로 바뀌어 버린 테베 강의 물줄기와 함께 더욱 주목을 받게 되자 오스티아의 역할은 축소될 수밖에 없었다.
오스티아는 화려한 항구도시에서 작은 시골 마을로 변해갔다. 중세를 거치면서 더욱더 퇴락한 마을은 가끔 길을 지나는 여행객들에게 잠자리를 제공하는 것으로 이름을 유지했고 20세기 들어와 발굴작업이 시작될 때까지 진흙 속에 묻힌 고도로 2000년을 살아냈다. 로마의 웅장함과 화려함에 주눅이 들 때쯤 오스티아로 잠깐 피안을 떠나자.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그의 어머니와 함께 오스티아에 머물렀던 적이 있었는데 그의 말을 인용해 본다.
"...어머니와 나는 마당이 내려다보이는 창가에 기대 서 있다. 군중의 소음을 뒤로 한 채 기나긴 여정(북아프리카 여행)의 피로를 이곳에서 씻고 있는 것이다."
부록: 기타 등등 끼워 넣지 못한 사진들
공중 화장실
위에 구멍은 설명 없어도 이해할 거고 아래 구멍은 뒤처리한 솜이 끼워진 나무 막대를 버리는 곳이라고 함
마당에 묻힌 와인 항아리들
작은 목욕탕들에서 찍은 모자이크들
쌓은 모양이 다른 건물 외부 벽/도로 등등
하수도 구멍
굴뚝
칼키 선물 (냥이)
웬 놈인지 박물관 앞마당에서 늘어져 있어서 찍었다. 근데 나를 안 보아.
칼키 선물 (냥이 2)
이건 사실 로마의 한 박물관에서 찍은 건데 맨날 오는 녀석인지 경비 아저씨랑 놀고 있길래 사진을 찍으려고 다가갔더니 도망을 치더라구. 할 수 없이 멀찍이 서 있으니 경비 아저씨가 냥이를 불러 세웠다. 이탈리아 말로 '야옹야옹'하면서. 나 사진 찍을 수 있게 말이지. 재밌는 커플 아니냐?
[이 게시물은 관리자에 의해 2012-11-11 14:36:33 생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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