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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익히 아는 삶의 단계에 관한 상식은, 생명체는 태어나고 살다가 언젠가는 죽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상식은 독일의 한 젊은 과학도에 의해 발견된 놀라운 생명체때문에 사실상 1988년에 깨졌어야 했다. 크리스쳔 소머 (Christian Sommer)는 1988년 이탈이아의 작은 해안 도시 라팔로라는 곳에서 여름을 보내며 히드로충에 관한 연구를 하다가 우연히 튜리톱시스 도르니 (Turritopsis dohrnii)라고 불리는 작은 해파리에게, 세상에 있는 어떤 학설로도 설명이 안되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이 해파리 녀석은 죽기를 거부라도 하듯 늙어 죽을 때가 되면 오히려 점점 더 젊어지면서 종당에는 가장 초기 발생형태로 어려지고(?) 마는 것이다. 마치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처럼 말이다. 이 발견에 흥미를 느낀 소머와 소머의 동료학자들은 연구를 계속했고 이 특별한 종은 발달의 어느 단계에서건 그 형태를 발생 초기 폴립 (Polyp)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걸 알아내게 된다. 1996년에는 '삶의 단계 되돌리기 (Reversing the Life Cycle)'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하게 되는데 튜리톱시스 도르니는 이 후 '불멸의 해파리'라는 별명을 얻는다. 1996년 논문이 발표됐다면 거의 20년이 지난 지금쯤이면 과학자들과 연구자들은 비밀을 풀수 있는 연구를 꽤 많이 진행시켰거나, 아니 이미 비밀을 풀고 극비리에 동물실험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불멸의 열쇠는 그리 쉽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닌가 보다. 기대보다 이 생물에 대한 연구는 과학계에 겨우 발을 내디딘 정도이고 그 동안의 연구 성과로 학자들은 '불멸의 해파리'가 가진 재생능력이 외부환경에서 오는 강한 스트레스나 신체에 가해지는 물리적 폭력에 의해서 생겨난다는 점을 알아냈다. 또한 '재생'이 진행되는 동안 해파리는 세포변형 (이를테면 피부세포가 신경세포로 바뀐다든지 하는 과정으로, 인간의 경우에 줄기세포에서 일어나는 과정이라고 함)과정을 겪게된다는 것도 알게 됐지만 근본적으로 어떻게 노화를 거꾸로 돌려 진행 시키는지는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 '불멸'과 '재생'이라면 인간 누구에게나 꽤 흥미로울 뿐더러 엄청난 실재적 이윤이 있는 사업성도 꽤 있어 보이는데, 왜 연구는 그리 더디기만 한 걸까? 몇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히드로충류 전문 연구자가 별로 없다라는 점이다. 비유적인 표현으로 'Small's Rule', 즉 큰 덩치의 생물연구는 활발하지만 덩치가 작은 단위 생물체에 관한 연구는 매우 부족한 현실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로 큰 이유라면 히드라충이라는 종 자체가 연구실에서 배양하기에 매우 까다로운 데다가 새끼를 치는 환경도 아주 특별한 조건이 맞을 때 뿐인데, 그 조건이라는 것도 확실한 것은 아니라고 하니 얼마나 까다로운 연구대상인지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사실, '불멸의 해파리'를 지속적으로 배양해 오고 있는 과학자는 세상에 단 한 사람이다. 일본 와카야마현에 있는 시라야마라는 작은 어촌마을에서 대단한 지원도 없이 홀로 해파리를 연구해 온 이 사람의 이름은 신 쿠보다씨로 교토 대학 부설 해양생물 연구소에서 연구와 강의를 하고 있는데 지난 15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자식 같은' 해파리들을 배양하고 연구해 왔다. 다 자란 해파리가 어른 새끼 손톱만 하다는데 먹는 게 여간 까다롭지 않단다. 해파리는 미국의 유타에서 공수해온 말린 새우알을 먹고 사는데, 육안으로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새우 알이지만 해파리가 소화하기 큰 것들이어서 쿠보다씨는 현미경을 들여다 보며 알을 잘게 잘라 해파리에게 준다. 그는 해파리들에게 "너희들이 알아서 먹어. 니들이 애기야?!"라고 웃으며 농담을 한다. 강의를 위해 출장을 갈 땐 여행용 냉장고에 해파리들을 가지고 다니면서 보살핀다고 한다. '불멸의 해파리'는 2 단계의 삶을 사는데 처음엔 폴립이었다가 나중에 메두사라고 불리는 해파리형태로 살게 되고 해파리 형태로 사는 기간도 비교적 짧다. 거의 대부분의 기간을 해파리 형태로 사는 진정해파리류(Scyphozoa, 바닷가에서 우리가 보는 해파리류)와는 구분이 되는 점이다. 성체가 되어 해파리형태가 되면 이들은 정자와 난자를 만들고, 그 결합으로 다시 폴립이 생성된다. 진정해파리들의 경우 대부분 알을 낳음과 동시에 죽는 것이 일반적인데 '불멸의 해파리'들은 알을 낳고는 깊은 바닷속 밑바닥에 죽은 듯이 가라 앉아서, 종모양의 머리가 촉수들을 몸속으로 빨아들이면서 자기 몸을 둥글게 접은 형태로 단순한 젤라틴 형태가 될 때까지 계속해서 변화한다. 며칠이 지나면 덩어리 표면에 얇은 껍질이 생기고, 껍질밖으로 가는 뿌리같이 생긴 포자가 자라나는데 이 포자가 자라면 폴립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폴립은 메두사로 자라난다. 최근까지 분위기는 해파리연구가 인간에게 어떤 도움이 될 것이냐 하는 문제에 회의적이었다. 히드로충같은 생물에서 인간과 별다른 공통점을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2003년 인간 유전자와 염색체 연구가 발표된 후 10만 개도 넘을 것으로 추정되었던 인간 유전자의 수가 21,000개 정도로 (닭이나 초파리와 별 다르지 않은 숫자)알려지면서 해파리와 인간은 완전 다른 것 이라는 믿음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2003년 연구에 참가한 다트머스 대학, 케빈 피터슨은 "인간의 염색체가 쌍쌍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유전자 측면에서 우린 해파리와 많이 닮았다."라는 말도 했다. 피터슨은 현재 마이크로 RNAs (생물의 유전자 발현을 제어하는 역할을 하는 물질, 흔히 miRNA로 불림)를 연구 중인데 히드로충 연구는 마이크로 RNA의 역할을 이해하는데 주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다. 그 이유로 히드로충은 극히 단순한 유기체인데다 그 생물학적 발달에 마이크로 RNA가 결정적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피터슨은 히드로충은 가장 단순한 생물로 남아 있는 대신 불멸이라는 대가를 받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이 특별한 생명체는 인간이 암이라는 질병, 노화 그리고 죽음까지도 어떻게 하면 극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멸의 해파리'가 인간에게 죽음에 대한 공포를 떨치게 할 만병통치약이 될지에 대해선 여전히 많은 학자들이 회의를 품고 있다. 여전히 인간과 해파리의 생물학적 간극은 멀어도 너무 멀다. '불멸의 해파리'에 대한 연구가 '특별히' 인간에게 어떤 의학적인 혜택으로 돌아 올지에 대해 예상하는 것은 세계적인 히드로충 전문 연구자들이나, 심지어 쿠보다씨의 동료들조차도 매우 조심스러워 하는 일이다. 또한 확신 없는 연구 결과를 위해 연구비를 지원하는 정부, 기관도 없다. 현재로 보아선 무한 긍정으로 확신하는 학자도 쿠보다씨 한 사람인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는 우리 세기의 위대한 과학적 발견들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사소한 발견들에서 시작됐는가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은 사람이기도 하다. 쿠보다씨는 그가 가진 희망의 크기만큼 '두려움'도 있다고 했다. 그는 "인간은 정말로 똑똑한 존재다. 그리고 비밀을 곧 풀게 되리라 믿는다. 하지만 불멸의 해법을 풀기 전에 반드시 우리의 철학적, 인격적 성숙이 선행"되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보기에 아직 인간은 불멸을 다룰 만큼 마음이 성숙하지 못한 것이다.
원문기사 후기: 며칠전에 재미있게 읽은 타임즈 기사를 소개하려는데 봉팔리에 과학 전문가들이 눈을 시퍼렇게 뜨고 감시하는 거 같아 조금 조심스럽다. 밝혀 두지만 나의 자연과학적 지식은 고등학교 졸업하고 성장을 멈췄으므로 본문에 잘못된 용어가 있거나, 가당챦은 뻘소리를 옮겼더라도 항의를 받아 줄 수가 없다. 궁금한 부분은 위의 링크를 참고하고 원문기사를 읽고도 이론적으로 싸울 기세라면 뉴욕타임즈의 나다니엘 리치기자를 찾아보길 바란다. 아 참, 그 외 보충설명, 확대 심층 설명 등은 두 팔 벌려 대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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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