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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전 임대국이 뜨르일 적에 소개를 했던 전시회. 이호신의 그림중에서 살짝 건져내서 두 점을 하나로 만들어 보았다. 진경산수의 맥을 이었다는, 어머니의 땅을 그렸다는 작가에 대한 평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고. 다만 그런 그림 외적인 포장들만큼 내용물도 그러한가 뒤늦게 되짚어 보게 되었엉. 작가가 여러 (후진)풍경들과 더불어 소나무도 많이 그렸기에 우리나라 작가들이 소나무를 어떻게 그렸는지 비교하며 그림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봅세.
정광섭이라고하는 작가가 설악산의 소나무를 그린 것이다.
그 놈 참 잘 생겼네 하는 감탄이 나올 소나무를 골라 주위에 어울리게 잘 그렸다. 아무 생각없이. 잘 그렸다. 그러므로 우리도 아무 생각없이 보고 지나치면 된다. 이걸 보고 어떻네저떻네 하면 안된다. 잠시 멈춰 서서 보는 것도 용납 못한다. 언넝 지나가라.
홍소안이라는 작가가 삼십년동안 소나무만 그려왔댄다.
잘 그린다. 삼십년 동안 소나무만 그려왔으니 오죽 소나무를 잘 그리겠냐. 삼십년 동안 소나무에게 할 말 안할 말 다 하고 이제 뭔 말이 더 남았겠냐. 역시 걍 아무 생각없이 그리면되는 거다. 잘 그렸다.
류명렬작가의 소나무다.
정말 '기똥차게' 잘 그렸다. 여기까지 '잘 그렸다'는 의미는 그림을 그리기 위한 훈련생들(미대 입시생들 정도...)이라면 대개 그릴 수 있는 정도의 것들이라는 것. 즉 기교있는 고딩정도라면 그려낼 수 있는 것들이라는 거지. 이 분들... 그 때의 수준에 머물러 발전없이 기교만 늘어온 것으로 보면 된다. 민중미술계에서 이름 좀 있으신 손장섭작가의 나무다. 그래도 머시냐... 나무에게 얽매여있기는 해도 나름 그 안에서 해석을 하려고 열심인데... 도무지 각개 형태들 밖으로 사고가 연결이 안된다. 대학초년생 정도의 해석력으로 보면 된다. 김종학 작가의 소나무다. 뜻한 바 있어 설악산에서 그림에 매진하여 일가를 이루어 낸 것으로 평가받는 작가이고 실제 어느 정도 그렇다. 요즈음의 그림들이 헐렁헐렁 날라다녀서 그렇지 한 때의 작업은 정말 좋았드랬다. 옇든 이 작가의 소나무는 들여다 보면 뭔 물감이 나뭇잎이라든가 둥치를 표현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지저분하게 널려있는데 위에 손장섭의 나무에서 형태에 갇혀있다던 붓이 형태의 안팎에서 서로 조응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오른쪽에 굵은 이쑤시게 처럼 서있는 나무가 뭔지 몰라도 조낸 있어보이지 않냐? 왼쪽에 소나무 대신 연필을 그렸더라면 연필로 해석될 테고 지렁이를 그렸다면 지렁이로 해석될. 이 멀대같은 놈이 화면의 긴장을 준다. 그 자리에 다른 소나무가 그려졌더라면 얼마나 모냥 빠지는 일이었겠냔 말야. 요런 것이 조형. '역사보다 더 철학적인, 자연보다 더 자연적인'이라는 표제로 진행되었던 서용선전시장에 걸렸던 그림이다. 솔직히. 저게 나무를 그린 거냐? 나무 자리에 뭔 색이 올라앉아서 나무 형상을 하고 있는 정도 아니냐? 가까이 있는 가지나 멀리 있는 가지나 구분없이 엉켜서 flat한 구성이 되어있는데 (여기서 조금 더 나가면 몬드리앙의 사각형 구성이 나온다) 나뭇잎들은 가지에 붙어있지도 않다. 나무가지의 빨간색이 파란색이건 까만색이되건 아무 상관이 없어 보인다. 이건 나무를 빙자한 추상이다.
서용선작가의 그림을 하나 더 감상해보자.
여기서 나무들은 위에서 소나무를 그렸던 최소한의 형태마저도 벗어버리고
그냥 붓자국으로 존재한다. 여러 색들이 지나가는 통로이기도 하고 그 흔적으로 남겨진 물감들의 궤적이기도 하다. 하늘 닿는 곳에서 미안한지 슬며시 나뭇가지 모냥을 얹어줬다. 그 붓질을 끌고가 산세를 표현했는데... 그 어지러운 붓질들을 하늘자리를 꽉 채워줌으로써 조형적 균형을 맞췄다.
아쉽게도 이 작가의 나무그림을 찾지 못해서 대략 아무거나.
노석미란 작가인데 저 인물자리에 나무가 서있다 생각하자구. 너거들이 맘이 착하믄 정말 나무로 보일 텐데.... 대략 해변처럼 보이는 면과 바다처럼 보이는 면이 있는데 그것들이 깨끗하게 채워지는가 하다가... 지저분한 붓터치가 부분적으로 올라가서 전체의 말끔한 채색과 대비를 이뤄주는 긴장감이 생겼다. 뒤에 뭐냐... 바람개비냐? 그것이 뭣이든(이런 게 정말 그림에서 좋은 거라닝깐) 어눌한 선이 올라가서 면으로만 구성되어진 화면에 마지막으로 변화를 선물했다.(실제로 젤 마지막에 그렸음) ← 어떻게 아냐구? 물감들은 놓인 순서에 따라 마치 지층처럼 시간들을 나타내고 있음. 따라서 나한테 위의 그림의 채색순서를 알려달라하면 첫 붓에서 부터 마지막 붓까지 어떻게 화면위를 헤메고 다녔는지 알려줄 수 있음.(으음... 역시 잘난 척 하지 않으면 손가락에 가시가 돋는 것 같아.) 어때 이제 저 가운데 색덩어리가 나무로도 보이냐. 보여??? 그럼 애초에 이 글을 쓰게 된 짤방의 그림으로 다시 시선을 돌려보자 진경산수 아닌 것은 아닐텐데...(보고그리면 다 진경산수이니 뭐..) 내가 대략 중학교 초년생일 때 그려도 이거 보다는 조금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왜 그런지 위의 예제들과 비교하면서 봐바. 엉성한 뎃생에다 아무 고민없는 채색, 형태를 따라가기에 급급한 붓. 박수근의 나무인데... 나는 이런 그림을 보고 '칸메꾸기 그림'이라고 불러. 말하자면 유치원생들 색칠공부 정도의... 내가 고딩때 미술책에서 김정희의 세한도를 보고 쇼크를 먹었었어. 뭔... 씨발... 이렇게 졸라 잘 그린 그림이... 서예가가 그렸다냐....이럼서... 그닝깐 봉팔이가 요 밑엣 글에서 잘 쓴 것 처럼 화가는 대상을 통해 자신의 관념을 그리는 거라는. 대상을 닮게 그리고 싶으면 조용히 자신의 작업실에서 작업을 하고 밖에다가는 절대로 내놓지 말아야 해. 그건 자신이 대상을 해석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는 것을 드러내게 되는 거닝깐. 하긴 위의 어떤 작가하나는 그림에 무슨 복잡한 의미를 담느냐. 그냥 소나무만 그리면(대화하면)되지 라고 하긴 하드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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