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양푼의 문제제기 상의 오류는 자본가 이윤이 전부 다 설비투자로 전환된다는 전제다. 대차대조표 상 설비투자는 기업의 자산이다. 자본가 이윤은 다양한 비용 형태으로 처리되서 기업자산으로 부터 빠져나가는 별개항목이다. 물론 기업내 (투자되지 않은) 현금자산도 소비부족에 대해 같은 역할을 한다. 현금자산과 고정자산(=설비투자의 물리적 결과물) 역시 별개이다.
설비투자 자체가 일종의 소비이다. 그런데 산업혁명 당시의 설비투자는 일자리 만드는 설비투자였으나 지금의 설비투자는 인건비 줄이는 설비투자이다.
게다가 기업의 고뇌는 고정자산에서 지속적으로 파생되는 상각비용. 즉 고정비인 것이다.( 이건 지금이나 2백년 전이나 동일) 즉 기업은 항상 고정비 이상을 벌여 들여야 한다. 그러다 보니 노동자인건비와 설비투자는 전체 비용 안에서 서로 상충관계가 되기도 한다.
자본가의 운명은 '경쟁적 판매'이다. 여기서 도태되면 끝이기 때문에 남들 보다 10원이라도 싸게 팔아야 하고 그래서 원가절감을 추구할 수 밖에 없다. 자본가 입장에서 고정비든 인건비든 줄여야 하고, 기왕에 고정비라면 인건비를 줄여주는 고정비를 집행하는 것이 당연하다. 사실 자본가의 정의 자체가 임금지급자보다는 설비투자자에 가깝다. 설비, 즉 생산수단의 소유자이면서 직접 노동하지 않는 이가 자본가인 것이다. 그 설비를 돌리기 위해 10명을 고용하느냐 1000명을 고용하는냐는 부차적 문제.
어쨋든 소비부족에 대한 설비투자의 그런 부정적인 면을 배제하고 전체적으로 따져 보다. 설비투자가 일자리 만들기에 긍정요인으로 작용한다고 가정하자.
노동자 75 : 자본가 25 <--- 여기에 설비투자를 추가해 보자. 노동자 50 : 설비투자 25 : 자본가 25 <--- 이렇게 바뀌면 더 빨리 망하는 거다. 노동자 75 : 설비투자 25 : 자본가 0 <--- 이러면 더 오래 갈 수도 있고...
설비투자 25 를 그 설비를 공급하는 업체입장에서 보면 100 이 되는 데 그 100을 어찌 나눠야 하려나?
노동자 75 : 설비투자 25 : 자본가 0 <--- 요걸 무한반복하면 된다.
여기서 핵심은 '자본가 0'이다. 문제는 이것 역시 현실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자본가는 자선사업가가 아니고 이윤추구자이다.
자본가 이윤이 0이 아닌 이상 그만큼의 소비부족이 발생한다. 그런데 자본가 이윤 부정은 자본주의 부정에 다름아니니 문제가 된다. 즉 자본투자에 대한 성격을 긍정적으로 규정해 놓고 봐도 자본주의 몰락은 시간문제가 된다.
"대차대조표 상 설비투자는 기업의 자산이다. 자본가 이윤은 다양한 비용 형태로 처리되서 기업자산으로 부터 빠져나가는 별개항목이다."
위 말은 맞지만, 내 말은, 기업도 결국 자본가의 소유이므로 기업의 자산으로 잡히는 설비투자 역시 그 기업 소유자의 자산으로 축적된다. 게다가 기업이 별개 항목으로 처리하는 자본가 이윤도 주로 배당의 형태로 현금지급될텐데 자본가가 그 현금으로 주식을 사면 결국 설비의 소유주가 되는 것이다.
"노동자 75 : 설비투자 25 : 자본가 0 <--- 이러면 더 오래 갈 수도 있고..."
위 말대로 한다는 것의 의미는 자본가 이윤이 영인 것이 아니고, 설비투자 25 중의 상당부분이 바로 자본가 이윤이라는 것이 내 문제제기이다. 위 표에서 설비투자 25도 중립적으로 남는 것이 아니고 결국 누군가의 소유로 되는 것이니까.
밥솥이 말하는 자본주의 몰락의 요인은 이윤추구-->과잉생산-->소비부족-->악성재고-->이윤소멸-->몰락으로 이해했다. 내 말은 이윤의 상당부분이 신규설비로 가게 되므로 그만큼 악성재고가 더디게 쌓일 것이고 그러므로 자본주의 몰락의 시기를 훨씬 연장시키는 것 아닌가 하는 것이다. 노동자 생산물 중의 상당부분이 설비축적이므로 과잉생산의 정도가 그만큼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거지.
그러니까 밥솥이 말한 수출과 거품질 외에도 설비축적이 자본주의가 유지되는 데 중요한 요소가 아닌가 하는 것이 내 의견이다. 어쩌면 수출/거품질 보다도 더 크고 본질적인 요소가 설비축적일 것 같다.
좀 극단적 예를 들면서 달리 이야기해 보자. 자본가 1명에 노동자가 100명 있다고 하자. 이들은 냉장고 공장에서 일한다. 냉장고 한 대 가격은 만원이다. 냉장고는 1인당 1년에 1대씩 필요하다고 가정하자.
저 공장에서 냉장고를 일년에 120대를 생산하고, 임금으로 1인당 일년에 만원씩 총 100만원이 지급되면, 냉장고는 100대만 소비되고 20대는 자본가의 이윤으로 남는다. 이것이 밥솥이 말하는 악성재고의 메커니즘이다.
그러나 실제 생산공장에서 일어나는 것은, 임금으로 1인당 일년에 만원씩 총 100만원의 임금이 지급되는 것은 같지만, 실제로 생산되는 것은 냉장고 120대가 아니고 냉장고 100대와 신규설비라는 것이 내 주장이다. 즉 노동자는 신규설비만큼을 더 생산해서 자본가에게 갖다 바치는 것이고, 그것이 바로 자본가 이윤이라는 것이다. 이 메커니즘에서는 자본가가 이윤을 챙기면서도 악성재고는 생기지 않는다.
4/신규설비투자는 더 많은 이윤창출을 위한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그리고 냉장고가 100대냐 120대냐는 생산과 매출부분의 문제다
즉 회계적으로 손익계산서 상의 문제다
반면 설비투자는 자산계정으로 대차대조표 상의 문제다
이걸 손익계산서 안에서 비교하려면 설비투자 자체가 아니라 고정비용의 감가상각으로 따지는 것이다
즉 자본가가 당초 계획하는 매출수량 120대는 이미 이런 제비용을 감안하고 거기 다시 원하는 이윤을 추가로 더해서 나온 것이다
회계원리적 개념의 문제인데 양푼이 이 부분에서 좀 헷갈린 것이 아닌가 싶다
"결국 신규설비가 자본가 이윤의 일부이냐 아니냐가 쟁점으로 되었네"
<--- 쟁점 아니다.
신규설비투자가 늘면 회계적으로 자본가 이윤은 그만큼 줄어든다.
단 설비투자 총액 전체가 아니라 감가상각의 과정을 통해 일정기간에 걸쳐 비용으로 처리된다.
감가상각비용은 말그대로 비용이다.
즉 이윤의 구성요소가 아니라 인건비와 함께 비용의 구성요소다.
"이건희에게 쌓여가는 재산이 결국 뭔가? 삼성전자 같은 기업의 소유권 아닌가?"
<--- 소비부족에 관해서 이런 건 문제가 안된다.
이건희가 소유한 막대한 캐쉬, 즉 현금이 문제가 된다.
기업 소유권이 확대되면 대체로 현금자산은 줄어든다.
기업을 인수하거나 설비를 증설하면 당연히 그 비용을 치룬다고 이해하면 쉽다.
지금까지 댓글들로 유추해 보건데 양푼이 회계적 개념정립에서 뭔가 오해하는 부분이 있는 듯 싶다.
회비 납부 계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