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올린 [자본주의 잡설]에 대해 그새 좀 희안한 반론글 하나가 올라왔다. [자본주의 종말론자의 착란] ...?
근데 누가 자본주의 종말론자인가? 나는 그 글에서 자본주의 종말론이라는 용어를 쓴 적 기억이 없는데... 나는 이전부터 자본주의의 몰락을 뭔 종말론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반대해 왔다.
자본주의에는 '종말론'이라는 용어를 갖다 붙이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 그러고 보니 그자 스스로 '종말은 특정 생물 종의 사멸밖에 없다' 운운. 뭐 그 말은 대충 맞다 치자. 그니까 자본주의 '방식'의 작동이 자체적으로 고장이 나서 정지하는 것이 특정 생물종의 사멸과 뭔 상관인데...?
그런 자들이 왜 '종말론' 운운하느냐하면... 오히려 그들 스스로 자본주의의 작동이 멈추는 것 자체를 심적 거부감으로 일종의 '종말'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니까 자본주의의 몰락을 엉뚱하게 종말론으로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문제고 그 원인은 방식에 대한 집착에 있다. 나는 이런 자들을 바로 영생론자, 또는 힌두쟁이라 칭한다. 자본주의라는 '방식'이 영원하기를 바라는 것과 카스트제도라는 '방식'이 영원하기를 바라는 것이 방식에 대한 집착이란 측면에서 과연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그 다음 코메디... 이자는 자본주의 체제가 그 자체의 조건이 원인이 되는 자기 동력 상실로 인하여 결국 종말에 이르게 된다고 보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광의의 결정론적 유물론자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보는 세계라면, 어떠한 인간적 의지가 개입되더라도 근본적인 영향을
미칠 수 없다.
↑이런 정도면 사실 고딩 논리 수준의 유치한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이 노예제를 하든 봉건제를 하든 그 '방식'은 인간이 정하기 나름이다. 그런 방식을 신이 결정해 주신 것이 아니고 고정불변의 진리도 아니란 얘기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노예 하나가 노예제를 뒤엎을 수는 없는 거다. 노예제가 무너지는데 스파르타쿠스의 역할은 사실 제로에 가깝다. 보기에는 감성을 자극하고 영화나 소설의 소재로 제격일 지 모르겠지만 사실 엄청난 희생만을 불러왔을 뿐이다. 감성질이 주특기인 노유빠들에게는 끌리는 방식인지 모르겠으나 예나 지금이나 얄팍한 선동질에 휩싸여서는 안된다.
그렇다고 노예제가 영원한 것은 아니고 노예제의 몰락은 역사적 팩트다. 물론 노예제를 신이 정지시킨 것은 아니고 내부모순 때문에 무너진 거다. 노예제 확산으로 자영농 몰락과 재정파탄. 그리고 노예제 이후를 설계하는 것은 신이 아니라 인간의 몫이다.
다만 그것을 '노예제->봉건제->자본주의->공산주의' 식의 도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예수쟁이들 방식의 역사관과 다르지 않다. 즉 인간의 의지와 반응이 배제되어 있는 것이다.
당장 동서양의 역사발전 과정이 다르지 않은가? 즉 변화라는 것은 어떤 인간이 어떤 환경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제각각인 것이다. 즉 역사발전에는 의간의 의지가 당연히 작용한다. 그것이 스파르타쿠스 식의 개뻘짓이 아닌 것일 뿐.
세상이 고정불변하지 않고 변화한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개인이든 집단이든 공동체 전체든 간에) 그 변화에 대응함에 있어... 또는 변화를 만들어 감에 있어... 뭔 도식이나 단편적 선악기준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천시(天時), 지리(地利), 인화(人和) 를 판단해서 그 진퇴강약을 정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런 기본이 부재하면 아래와 같은 유치한 단순논리를 지껄이게 된다. 국민 여러분! 자본주의 망한다고 걱정하지 마세요. 정말 망하는 것으로 결정이 내려져 있다면 아무리 머리 싸매고 걱정해 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답니다. 그러니 굳이 걱정할 필요가 없지요. 만약, 그게 아니고 인간이 개입할 가능성이 남겨져 있다면 <결국
망한다>는 말 자체가 사기이니 더더욱 신경 쓸 필요가 없지요.
역사 이전... 인간덜이 대형포유류룰 사냥하면서 살던 시절이 있었지.
그런데 인간이 하도 잡아 먹어서(?) 걔네덜이 다 멸종될 지경.
그 상황에서 어떤 머리 나쁜 얘가 이렇게 말했지...
'동지덜~ 매머드가 사라진다고 걱정하지 마세요. 정말 사라지는 것으로 결정이 내려져 있다면 아무리 머리 싸매고 걱정해 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답니다. 그러니 굳이 걱정할 필요가 없지요. 만약, 그게 아니고 인간이 개입할 가능성이 남겨져 있다면 <결국 매머드는 사라진다>는 말 자체가 사기이니 더더욱 신경 쓸 필요가 없지요.'
다행히 대다수의 인간은 그 정도로 머리가 나쁘지 않았기에 시대의 변화를 감지하고 적극적으로 대응.
씨뿌리고 수확하는 법을 배워서 수렵시대를 마감하고 농업혁명을 이루었다는...
인류가 가져왔던 체제중 하나인 자본주의라는 경제체제가 붕괴된다는 주장을
지 혼자 지구종말적 휴거론으로 키워서는 엄하게 종말론이란 것을 비판한다니...
당최 이해불가다.
휴거가 진짜라면 더 이상 걱정할 여지가 없겠지만,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붕괴한다는 것은 그저 여러 제도 중
현재의 사람들에게 중요한 하나의 제도가 붕괴되는 것일 뿐이고
지구가 종말하거나 인류 자체가 반드시 사라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인류는 그대로인데 경제체제가 변화해서 고민을 해야 하는 것인데도
지 혼자, 붕괴론을 주장한 사람도 아니고 지 혼자 종말론으로
자가발전 시켜서는 엄한 사람들 정신분석을 하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