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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3월경 알카에다 무장 세력지역
고대 왕국 시기에 서북쪽보다 상대적으로 불리한 지리 여건이었던 동남쪽엔, 세 왕국이 자리 잡고 있었다. 아우산, 카타반, 하드라마우트 왕국의 위치는, 예멘의 근현대 분단사의 남예멘 쪽에 가까웠으며, 이들은 기원전 8세기경부터 서북쪽 강성 왕국 사바의 속국으로 출발했었다.
그 중 아우산 왕국은, 카타반 왕국 동남쪽의 소국으로서 카타반의 영향권에 놓여 있었다. 아우산의 영토는 봄, 여름 풍부한 수량을 바탕으로 농업이 발달하였다. 그 전성기 때에는 아덴항을 주요 항구로 하여, 아프리카를 식민지화 하는 한편 팔레스타인, 시리아까지 향로길(incence road)을 개척하였다. 전성기 아우산 왕국의 영토는, 현재 알카에다 주요 활동영역과 흡사하다.
아덴항은 해발 300m 의 화산분화구로 보호되는 천혜의 자연항구였다. 계절풍에 따른 가장 이상적 출발점이 되기도 했다. 한편 1839년 영국은 아덴항을 강탈했으며, 수에즈 운하의 개통과 함께 중간기착지로 이를 이용하였다. 예멘의 남부를 장악했던 제국 영국은, 현재 예멘의 남북분단, 통일 이후 내분, 재분단 유혹의 일정 역할을 이미 한 셈이다.
아우산 왕국은 사바 왕국에 패망 당하기까지, 약 200 여년의 짧은 수명을 보인 끝에, 고대 여섯 왕국 중 가장 먼저 그 막을 내렸다.
카타반 왕국은, 사바의 수도 마리브 동남쪽 60km 여, 바이한 계곡 내 바위산 위에 수도 팀나 (혹은 탐나)를 중심으로, 역시 기원전 8세기경 사바의 속국으로 그 출발을 하였다. 기원전 5세기경 사바의 자랑이었던 마리브댐이 붕괴되면서, 가뭄과 반란으로 사바의 국력이 약화된 틈을 타, 마인, 하드라마우트, 카타반이 연합하여 사바를 공격하였다. 카타반은 그 전과로 실질적인 독립을 획득하게 되었다.
유향나무▲
바이한 계곡엔 관개용 댐이 건설됐으며 그 수로는 약 25km에 달했다. 카타반의 수도 팀나는 마인, 사바, 하드라마우트와 연결된 향로길의 요충지에 위치했기에, 카타반은 커다란 부를 형성할 수 있었다. 그들의 향로길은 아랍, 인도에서부터 팔레스타인의 가자, 요르단의 페트라를 거쳐 지중해까지 이어졌다. 사바 이후 남부 아라비아 반도의 헤게모니를 카타반이 한동안 이어 갈 수 있었다.
향로▲
한편 기울어 가는 사바 왕국 내에서 힘야르 왕국이 새롭게 건국 되었다. 새롭게 부상한 힘야르와 한 때 강성했던 하드라마우트의 틈바구니에서, 카타반은 결국 서기 221년(혹은 150년) 하드라마우트에 병합되었다.
하드라마우트 왕국은 기원전 8세기경부터 서기 3세기경까지 유지된 천년왕국이었다. '우리들 사이의 죽음'이라는 뜻에서 보듯, 하드라마우트의 지리, 역사는 그리 녹록치 않았음을 보여 준다. 그 구성원들은 고유의 언어, 문화, 종교를 가졌으며 강인한 성품 또한 지녔었다. (이들이 썼던 고유문자는 현재 사라졌다).
320km에 달하는 남쪽해안은 8-16km의 좁고 불연속적인 것일 뿐만 아니라, 강수량은 연평균 100mm 안팎에 불과하다. 왕국의 중앙을 동서로 관통하는 와디 하드라마우트는 160km에 달하는 험준한 석회암 침식 협곡으로서, 그 지리 역사가 3천년 이상 된다.
와디(Wadi)는 '마른 하천'이란 세계적인 용어로 인정 받을 정도로 유명한 자연환경이다. 우기에만 물이 흐르는 계곡으로서, 비올 때 2-3일간 물이 흐르다가 이내 말라 붙을 정도이다. 와디 주변의 평지엔 마을이 형성되고 나무들이 자란다. 계단식 대지, 농작물 재배, 자동차 도로 등으로도 이용된다.
향로길은 사막의 오아시스나 와디 근처에 도시를 형성 시켰다. 하드라마우트 왕국은 국토의 동쪽 언저리에 유향나무 산지인 도파르(Dopahar)를 갖고 있었으며, 그것은 든든한 경제력의 기초를 이루었다.
유향 산지 도파르 ▲
하드라마우트 왕국의 서쪽에 있던 수도 샤브와는, 인도양 몬순 기후의 규칙적인 강우와 비옥한 토양을 지녔기에, 농업에 적당한 곳이었다. 또한 샤브와는 향로길에서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요충지에 있었으며, 같은 왕국 내의 타림, 쉬밤(Shibam)역시 같은 이유로 번영을 서로 나눠 가졌다.
쉬밤의 건축물은 세계 최초의 마천루로 일컬어질 만큼 현대적인 구조물 양태를 보여 주는 바, 198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건축물들은 6~10층 정도로 형성되었으며, 8층 이상 건축물들은 16세기 이후에 대개 건축되었다고 한다. 1층은 현관 및 축사로, 2층은 식량창고로, 3층은 거주지로 구성되었다.
하드라마우트 왕국은 자파르(힘야르 왕국 내), 마흐라 지역의 유향을 해상운송한 뒤 수도 샤브와로 용이하게 육상운송하기 위하여, 카나(Qana)항구를 건설하였다. 1세기 중엽에 새롭게 시도된 향로길의 해상로 확대는, 마리브 댐 붕괴와 함께 몰락의 내리막길을 이미 걷고 있던 사바 왕국을 더 궁지로 몰았다.
하드라마우트 왕국은 서기 221년엔 카타반 왕국을 정복하는 위세를 떨쳤지만, 사바 왕국에게 서기 225년 수도 샤브와를 점령당하는 수모를 겪더니, 서기 300년엔 남부 아라비아의 새로운 강자 힘야르 왕국에게 결국 패망했다.
▲와디 도안에 있는 오사마 빈라덴 부친의 고향집
한편 알카에다 지도자였던 빈라덴 가문의 조상인 유목민 킨다(Kinda)부족이, 기원전 3세기경 하드라마우트 왕국 내 와디 도안에 정착하였었다. 오사마 빈라덴의 부친인 모하마드 빈라덴(1908년 생)이 거주 했다는 흙벽돌 집이 아직도 건재하다고 한다. 산악, 사막의 척박한 환경에서 지역 주민들은 농업과 무역으로 생계를 이어갔지만, 살기가 어려워져 이웃 사우디로 이주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1930년 사우디의 제다로 이주한 빈라덴 가문은, 사우디 최대 건설회사를 일구어 내며, 이 지역 출신으로는 가장 성공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었다.
▲와디 도안으로 가는 도로가 홍수로 망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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