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신앙은 원래 그 의미가 다른 것이다. 종교라는 용어 자체가 불교용어다. 종(宗)은 부처님의 직접적인 말씀, 교(敎)는 그 말씀을 쉽게 풀이한 것이다.
비교해 볼만한 예로 유학에서 유래한 '경전'이란 단어는 성인의 말씀을 기록한 경(經)과 군자가 성인의 말씀을 보다 쉽게 해설한 전(典)을 일컸는다.
그래서 기독교를 가리켜 종교라 하고, Bible을 가리켜 경전이라 하면 좀 어폐가 있다. 일단 석가모니든 공자든 인간이다. 기독교에서 숭배하는 여호와는 인간이 아니라 신이다.
그러니 기독교나 예수교라는 표현은 좀 부적절한 표현방식이다. 차라리 기독신앙이나 예수신앙이 맞다. 실제로 기독신앙인들은 '신앙'이라는 표현을 더 많이 쓴다.
예수를 인간으로 보는 아리우스파나 여호와 증인라면 여호와 신앙, 야훼 신앙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 사실 의미적으로 보면 예수신앙도 여호와 신앙의 일부가 된다.
요지는 신의 존재를 믿고 그 말씀이라고 기록된 것을 믿고 따르는 것과 과거 성인의 말씀을 공부하고 따르는 것은 전혀 별개의 활동이다.
신앙은 현실에서든 사후세상에서든 신과 재결합(re + region) 하기를 바란다. 종교는 인간세상에서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우선이다. 신과의 재결합을 추구하는 활동은 결국 신비주의와 결합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죵교활동도 유사 신앙활동으로 변질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불교는 힌두교와 결합하고, 불상이 도입되고, 미륵불같이 메시아의 개념이 유입되면서 종교로서 본래의 취지가 많이 퇴색되었다. 유학은 중국황제를 신격화하고, 도참사상과 결합하는 식으로 변질되기도 했다. 모두 공자/석가의 본래 취지와는 전혀 다른 변질이다.
반면 기독신앙인들이 야훼를 찬양하는 것은 예수의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천주신앙이 국내에 도입되면서 야훼를 '하느님'이라 번역한 것이 문제다. 다행히 개신기독신앙 쪽에서는 '하나님'으로 공식화 것으로 알고 있다.
기독교가 로마시대에 희랍의 일원론과 결합했으니 천주신앙이든 개신기독신앙이든 하나님이 맞다. 천주신앙이 하느님을 고수하는 것은 일종의 현지화 전략이다.
애초에 하느님이란 단어는 이럴테면 동아시아적 힌두의 결과물이다. 천손사상.... 즉 우리는 너거들과 핏줄이 다르다는 우월의식을 보장하는 매개로서 고안된 것이 '하늘'이다. 단 고대 동아시아에서는 인도의 역사가 보여주는 원주민에 대한 도래인의 극렬한 착취가 아니라 도래인과 원주민의 적절한 타협과 융화가 있었(다고 추측되)기 때문에 고대 동아시아 사회에서는 하늘이 정의에 대한 최종적인 승인자로서 모두에게 받아들여 질 수 있었다. 실제로 사서삼경 중 하나인 서기를 보면 동이족이 화하족을 정벌할 때도 하늘의 뜻을 들먹거리고, 화하족이 동이족을 정벌할 때도 하늘의 뜻을 들먹거린다.
공자의 사상이 하늘(天文)에 대한 경배를 바탕으로 현실 인간사회의 조화(人文)를 추구했기 때문에 동아시아 보편철학의 지위를 획득할 수 있었고, 또 이후에 유학이 힌두화하는 빌미를 스스로 제공하기도 했다. 이건 현실의 삶 속에서 윤회의 고통을 끊어내자는 석가의 사상이 석가 스스로 내세 자체를 완전히 부정하지 못함으로서 불교가 재힌두화(재신앙화)의 빌미를 제공한 것과 같다.
요약하면 종교는 '인간세상에서 인간이 어떻게 하는 것이 잘 사는 것인가'에 대한 공부이고, 신앙은 '인간세상의 인간이 어떻게 하면 인간세상 밖의 신과 잘 소통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공부로서 둘은 전혀 다른 것이다.
...라고 요약했지만 현실의 신앙은 인간세상 밖의 신과 소통함으로서 현실의 삶에서 우월적 지위를 누리고자 하는 활동이라고 보는 것이 나의 솔직한 견해다. 그렇다고 신앙의 긍정적인 측면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자기 내면이 신앙을 요구하면 결국 신앙을 택할 수 밖에 없다.
이건 현실의 삶 속에서 윤회의 고통을 끊어내자는 석가의 사상이 석가 스스로 내세 자체를 완전히 부정하지 못함으로서 불교가 재힌두화(재신앙화)의 빌미를 제공한 것과 같다.<== 이 부분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내가 가진 책에는 석가의 가르침은 와서 보면 알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내세와 같이 증명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가르침이 없다는 것. 그리고 현세의 인과를 내세에 받게 된다는 가르침이 없다는 것이다.
밥솥 글 중에서는 맘에 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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