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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의식을 잃었다가 실명을 하게 된 여인이 있다.
그녀가 처음 의식을 회복했을 때는 전혀 볼 수 없었지만 며칠이 지나서는 색깔과 질감 정도를 알아보는 정도였다. 하지만 남편의 얼굴도 구분할 수 없었고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도 볼 수 없었다. 손가락을 하나를 보이고 있는지 세 개를 보이고 있는지도 전혀 분간할 수 없었다. 우리가 보통 말하는 맹인이 된 것이다.
하루는 의사가 연필을 들고 그녀와 마주 앉았다.
그녀에게 물건이 무엇인지 물었을 때, 그녀는 그게 무언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게 무엇인지 보게 줘보라며 의사의 손에서 연필을 낚아채듯 잡아 자기 얼굴 앞으로 가져갔다.
의사는 약간 놀랬는데 그녀가 연필을 뺏어가는 솜씨가 맹인으로서는 너무나 능숙했기 때문이다.
의사는 그녀에게 편지봉투를 쥐어주고, 우편함처럼 좁은 입구를 가진 상자를 들고는 좁은 입구를 가로로 눕히거나 세로로 세우면서 편지를 넣어보라고 주문했다. 물론 그녀는 볼 수 없기 때문에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래도 해보라고 했을 때 그녀는 세로로 세운 입구에는 세로로, 가로로 누윈 입구에는 가로로 편지를 돌려서 정확히 집어 넣었다.
2.
뇌종양 제거수술을 받은 환자가 수술 과정에서 오른쪽 시각피질이 함께 제거되게 되었다.
그 환자는 왼쪽의 시야를 잃게 되었다. 왼쪽 눈을 잃었다는 게 아니라 양쪽 눈은 정상이지만 오른쪽 시각피질이 제거 되었기 때문에 왼쪽은 보이질 않는 것이다.
그런데 이 환자에게는 놀라운 능력이 있었으니 보이지 않는 왼편의 움직임이나 화살표의 방향에 대해서는 맞추는 것이었다.
보이지 않는 왼편에 무엇이 보이냐고 물어보면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고 대답한다. 하지만 움직이는 물체를 왼편에 두면 무언가가 왼편에 있다는 것을 안다. 화살표가 어느 쪽으로 향하는지도 안다.
똑 같이 생긴 두 채의 집을 위 아래로 놓고 위쪽 집의 왼편엔 불이 창문 밖으로 넘실거리고 연기가 나지만 아래 집은 멀쩡한 그림을 보여주면 그 환자는 윗집이나 아랫집이나 똑 같다고 말한다.
하지만 어느 집에서 살고 싶으냐고 물으면 아랫집에서 살고 싶다고 답한다.
이유를 물으면 이유는 모르겠다고 답한다.
이런 일은 도대체 왜 일어나는걸까?
눈에 보이지 않는, 의식할 수 없는 어떤 것을 해내는 건 무엇 때문일까?
영혼이 있기 때문에 육체가 볼 수 없는 것을 영혼이 알려주는걸까?
우리가 본다는 것은 망막에 상이 뒤집혀서 맺히고 그걸 뇌의 어느 한 부위가 다시 바로잡아서 ‘보는’ 단순한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는 게 아니란다.
30개 정도의 서로 다른 시각 영역의 연합에 의해 ‘본다’는 행위가 이루어지는데, 대상의 운동, 질감, 색깔, 테두리 모양 등 각기 역할을 나누어 감지한단다.
이렇게 30개 정도의 세분화된 시각정보들은 진화적으로 발생에 시차가 있고 의식적 수준으로까지 올라가는 것도 있고 안 올라가는 것도 있다.
어떤 알 수 없는 대상의 움직임에 대해 자기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일단, 무조건, 아주 신속하게 움찔 피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이걸 의식의 수준까지 올려서 그 대상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어라! 포식자네!’ 하구서 도망가기엔 늦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방향, 속도를 가지고 ‘어떻게’ 움직이는 대상에 대해서는 그걸 의식하지 않더라도 아조 신속하게 피해야 하기 때문에 의식수준까지 올리지 않고 반응하는 하는 게 진화적으로 유리하고 그래서 안보이고 이유는 모르겠는데 그리로 손이 가고 불 안 난 집을 선택하고 그러는 거다.
미국에서 아주 크게 화제가 됐던 사건이라서 팔할옵화도 아마 알지도 모를 일인데, 결혼을 앞둔 한 남자가 잠을 자면서 수 마일 떨어져 사는 장인, 장모가 될 분들의 집까지 운전을 하고 가서 흉기로 살해를 한 사건이 있었다. 이 재판에서 변호인 측은 그 남자가 심한 몽유병을 앓고 있어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을 했고 재판부는 의사에게 그런 일이 정말 가능하냐고 물었다. 의사는 가능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그 남자는 무죄를 받았다.
무죄를 받은 이 남자 대신 영혼에게 유죄를 주어야 할까?
이런 예들은 우리의 인격이란 것이 단일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조심스럽게 라마찬드란 박사는 말하더라. ㅋ
우리가 알 수 없는 영혼이 우리에게 있을지도 모르는데 어쩌면 그것은 몸 하나에 하나씩이 아니라 여러 개 일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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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