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란 한마디로 통화확대 정책이다. 오늘날 일본의 경제학자들 중엔 통화확대 찬성과 반대, 그리고 경제 체질개선 등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하고 있다.
아베노믹스의 필요성을 강력히 제기한 일본 원로 경제학자 하마다 고이치의 기세가 드높다. 그는 아베 총리가 2007년 실권 후 5년 동안 경제학습 자문스승을 맡길 정도로 신뢰하고 있으며, 현재 일본 경제정책의 좌장이다. 그는 일본경제의 회생은 자유로운 통화정책 뿐이라고 강변한다. 자신의 제자인 시라카와 전 일본은행총재의 미적지근한 통화완화 정책을 질타한 끝에, 임기만료 직전 그를 퇴임케 할 정도로 강력한 통화확장정책을 주창하고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 신임 일본은행총재는 대담하고 간결한 정책을 펼쳐내고 있다. 채권매입과 기초(본원)통화는 2배로 늘리되 2년 내에 2% 물가상승을 같이 이끈다는 소위 2-2-2 정책을 자신하고 있다. 또한 미연준의 양적완화 정책과는 다른 질적완화책을 부가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장기금리 낮추기 일환으로 40년 만기 국채도 매입하겠다고 선언하였다.
아베노믹스의 역풍을 맞고 조기 퇴임한 시라카와 마사아키 전 일본은행총재는, 이를 “위험한 발상”이라고 정면 비판하면서, 일본경제가 훗날 "위험한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빠른 속도의 노동인구감소에 대비해야 하며, 규제철폐를 좀더 강화하자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 내 대표적인 통화확대 반대론자에 속하지만, 2008년 일본은행총재 취임 후 5년간은 오히려 금융완화 행보를 보여 줬다. 다만 그의 금융완화책 정도가 아베 정권의 의중까지는 따르지 못하면서, 마침내 조기강판 당한 것일 뿐이다. 일본 경제의 난관을 반증하는 사례이다.
지난 5월 27일 일본 재무성 자문기구인 재정제도등심의회는 “재정적으로 공정함을 잃으면, 결국 국채 금리가 더 높아져 일본은행의 경기 부양 노력도 힘을 잃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3일 일본 국채금리가 1년여 만에 1%를 넘어서는 등 급등락한 후에 나온 발언이다. 심의회 회장인 요시가와 히로시 도쿄대 교수는 일본의 대표적인 케인즈언으로 꼽힌다. 슘페터의 시선까지 곁들여, 소비부족에 처한 불황과 재정확대, 기업(가)의 혁신이라는 요약의 일단을 보여주는 그도, 현재의 아베노믹스는 너무 숨가쁘게 보였으리라.
아래 소개하는 논문은, 아베노믹스 포함 미연준의 양적완화를 간접 비판하는 데 있어서 논리구조가 돋보이기에 옮겨 적어 보았다. 일본의 진보적 월간지 세카이(世界)에 실린 핫도리 시게유키의 글을 김종익이 번역한 것이다. 출처는 개인 블로그이다. 내용은 요약했다.
원문참조
(시작)
1990년대 초반부터 일본경제는 장기침체에 빠졌다. 그러나 이후 20년이 넘는 기간 항상 불황은 아니었다. 특히 2000년대에는 전후 최장의 이자나미 경기가 있었다. 아베노믹스의 지휘자인 하마다 고오치도 이자나미 경기 시기는 회복 국면이라고 분명 언급했었다.
이자나미 경기를 주도한 것은 수출이었다. 아베노믹스가 생각하는 금융완화ㅡ>엔화약세ㅡ>수출촉진이라는 전략도, 그것만 본다면 이자나미 경기의 재현이라고도 볼 수 있다. 따라서 이자나미 경기가 어떠했는가를 살펴보는 것은, 아베노믹스를 짐작하는 데 유용할 것이다. 이자나미 경기의 특이성은, 전후 최장의 호경기임에도 불구하고 경기회복의 실감이 없다는 것이다.
이 표에서 보듯이, 이자나미 이전 ㅡ>이자나미 경기 ㅡ>이자나미 이후 세계동시불황기와 거의 같은 페이스로, 근로가계의 가처분소득이 감소했다.
이자나미 경기 시기 기업은 과거 최고의 이익을 거둬 들였다. 그러나 그 이익은 노동자에게 환원되지 않았고 임금은 오히려 감소하였다. 가계소득의 감소는 가처분소득의 감소와 소비감소를 초래 했다. 소비정체는 이자나미 경기의 경제성장률도 저하 시켰다.
2008년에 세계적인 금융붕괴가 발생했을 때, 처음에 일본은 남의 일처럼 받아들였지만 결국 미국 및 유럽보다 더 심각한 지경에 빠지게 되었다. 이자나미 경기가 수출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신자유주의시대에는 한 나라 경제의 성장이 국민 대다수의 생활개선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2008년 위기 전에, 대외적으로 미국은 순조로운 경제성장을 한 이면에, 한편으론 일반노동자 임금은 40여 년 정체되어 있었고, 이는 '빈곤 대국' 즉 소득격차사회의 지속을 내포하고 있었다.
아베노믹스에 의해 수출확대에 성공하고, 기업이 큰 이익을 얻는다고 하더라도, 이자나미 경기형(일본형) 혹은 한국형의 실감 못 느끼는 경제회복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아베 수상은 경제 단체에 벌써부터 임금인상 호소를 하고 있지만, 기업들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이자나미는 세계적 버블시기와 맞물려 있다. 중국특수도 있었다. 세계경제의 지체, 센카쿠 문제로 험악해진 중일관계 등을 지나며, 2011년 11월의 피크 이후 일본의 실질 수출은 10%이상 감소했다.
아베노믹스의 우선 목표는 디플레(경제의 역동성 둔화) 탈출이다. 금융완화파는 자신들의 통화확대정책이 인플레(경제의 역동성 증가) 기대심리를 촉발하고 이는 곧 재화의 가격상승을 유도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기대심리가 투기의 모습으로 시장을 움직인 곳은 금융과 1차산품 쪽 정도다. 아베노믹스에 찬성한다는 로손의 <예>를 들어 보자. 인플레가 실제로 야기되고 있다면 로손은 판매가격을 인상해야 하지만, 그랬다간 다른 편의점에 고객을 뺏길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한편으로는 엔화 약세가 수입물가 상승을 통해 물가상승 및 소비자물가상승(역동성 증가의 증거)을 유발한다고 믿고 싶은 구석도 있을 것이다.
위의 표는 엔화약세가 크게 진행된 2000년대 이후, 엔-달러 환율과 물가상승률을 비교한 것이다.
급격한 엔화약세로 엔 대비 수출물가/수입물가가 급상승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엔 대비 수출물가 상승은 곧 기업이익의 확대를 의미한다. 그러나 동반현상으로 발생하는 엔 대비 수입물가 상승이, 곧바로 수입인플레(수동적 경제 역동성)로 이어질 수 있느냐가 관건으로 떠 오른다. 그러나 표에서 보듯 소비자물가의 디플레에 대한 충격 가하기는 기대 이하였으며, 특히 주류,식료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코어 소비자물가는 무신경한 듯한 반응을 보였다.
엔-달러 환율이 바닥이었던 2012년 9월부터 2013년 1월까지 환율은 20% 가까이 낮아졌고, 수출물가/수입물가는 급상승했지만, 소비자물가의 디플레는 오리무중의 수준에 처 박혀 있다.
위와 같은 경향은 미국에서도 발견된다. 아래 표는 미국 주가와 1차 산품 가격을 비교한 것이다. 미국의 제2차 양적완화정책은 주가를 상승시켰다.
위의 표를 보면 주가 뿐만 아니라 1차 산품가격도 상승했고, 이러한 1차산품의 버블은 마땅히 신흥국들의 비난거리가 됐다. 2012년 9월 미국의 경제회복이 불투명한 가운데, 미연준은 제3차 양적완화를 실시 하였지만, 더이상의 주가상승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2013년도 초 재정절벽이 잠시 뒤로 미루어진 상황에서야 주가상승이 있었을 뿐이다. 제2차 양적완화 시기의 1차산품 버블은 소비자물가를 어느정도 인상시켰지만, 제3차 시기엔 1차산품 버블이 생기지 못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오히려 저하되는 형편이다.
정책효과엔 수량적 평가가 불가결하다. 요시카와 히로시가 예로 든 것을 보자. 합격점수 80점에 20점이 모자라고, 정책 A는 점수를 2점 올릴 수 있다고 가정했을 때, 정책 A를 10배로 시행하면 시험에 합격할 수 있다고 그는 설명한다. 하지만 그것은 약을 10배 먹여서 10배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선형성의 가정에 불과하다.
그래서 버냉키도 아직 미국경제를 부활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1990년대 이후 디플레 불황으로 허덕이는 일본과는 대조적으로 미국 경제는 순조롭게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2008년 9월의 세계적인 금융 붕괴 후에도, 위기의 진원지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이나 많은 유럽 나라와 비교하여 미국의 회복 상황은 좋은 것처럼 이야기 되고 있다. 일시적으로는 10%를 넘었던 실업률도 지금은 8%를 하회하고 있다.
일본은행에 대한 비판파는, 이런 차이가 생긴 것은, 버냉키가 적극적으로 금융을 완화시키고 있음에 비하여 일본은행의 금융 완화가 미미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 또한 근본적으로는 오류이다.
위의 도표는 일본과 미국의 1인당 실질GDP를 비교한 것이다. 전세계 경제위기 전에 일본과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큰 차이가 없었다. 2008년 이후, 위기의 진원지 미국보다 일본경제 쪽이 크게 침체됐던 것은 분명히 나타난다. 그러나 그 후의 회복은 일본이 오히려 빠르다. 동일본 대지진이 없었다면 2011년에는 2007년 수준을 상회했을 것이다. 다른 한편, 미국은 위기 후 4년이 지나고 있음에도 위기 전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
2010년 이후 미국의 실업률은 저하 되었다. 현재는 8%를 밑돌고 있다. 하지만 2010년 이후 고용률은 58%대의 낮은 수준에서 겨우 유지만 되는 정도이다. 고용률이 제자리 걸음이라는 것, 즉 일자리는 더 이상 늘지 않는 반면 실업률만 하락한다는 것은, 구직능력도 없을 뿐더러 구직의사도 포기하는 인구가 실업자 통계 대열에서 빠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의 실질 실업률은 10% 정도는 될 것이다.
일본은 총인구 감소속도보다 노동인구 감소속도가 더 빠르다. 그에 견주어 인구가 증가하는 미국은, 노동시장 수급관계를 위해 더 높은 성장률이 필요 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현재까지 월등한 양적완화 정책을 펼쳤던 미국의 현재 모습과, 모방으로 이를 굳이 따라가려는 일본의 미래가 겹쳐지는 부분이다.
기초(본원)통화의 증가가 인플레를 야기하고 실물경제를 회복시키는 것이라면, 명목 GDP도 같이 증가해야 한다. 2008년 9월 이후 기초통화는 3배 이상으로 증가하였지만, 명목 GDP의 증가는 이전보다도 못하다.
현재 미국의 실업률은 10% 수준이고 유럽 쪽은 더 나쁘다. 그래도 유럽 여러나라의 임금은 상승한다. 임금에는 경직성이 있어 곧바로 내리지는 않는다. 높은 실업률에도 불구하고 임금이 상승하는 이유이고, 그것이 또한 물가를 끌어올리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임금보다도 고용우선을 선택했었고, 이자나미 경기 시절 기업들은 과거 최고수준의 이익을 올렸음에도, 명목임금은 오히려 저하됐었다. '임금 디플레'를 해결하지 않고는 '일본의 디플레'를 해결할 수 없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본고는 이자나미 경기와 버냉키의 양적완화 정책을 재검토 함으로써, 적극적인 금융완화는 금융시장과 외환시장에서 버블을 야기하더라도, 그것이 실물경제에 주는 영향은 한정적일 것임을 논했다. 아베노믹스가 경제의 무엇을 부활시킨다는 것인지, 호경기였던 이자나미 경기의 성장률 연 2%조차 초과랄 수 있겠는가 심히 의심스럽다.
2013년 4월.
필자 : 힛토리 시게유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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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