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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이 영화 봤지?
1750년 스페인과 포루투갈은 남미 오지에 있는 영토 문제의 합의를 본다. 그곳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신부들은 과라니족을 감화시켜 근대적인 마을로 발전시키고 교회를 세우는데 성공한다. 신부들 중에 악랄한 노예상이었던 멘도자는 가브리엘 신부의 권유로 신부가 되어 헌신적으로 개화에 힘쓰고 있었다.
그런데, 새로운 영토 분계선에 따라 과라니족의 마을은 무신론의 포루투갈 식민지로 편입되고, 선교회를 해체하기로 한다. 불응하는 과라니족과 일부 신부들을 설득하려는 추기경이 파견되지만 결과는 포루투갈 군대와 맞서 싸우는데..
요거이 줄거리고 결국은 과라니족 대부분이 몰살당하고 애들 몇명이 살아남아서 더 깊은 밀림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끝난다.
젊어서들 이 영화들 보고 이런 저런 얘기나 토론들을 하거나 각자의 생각들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 문득(사실은 어제였는데 일이 생겨서 지금 쓰는거지만) 이 영화가 떠오른 것은 밥솥기자의 댓글과 본글에 대한 반응들 때문이다.
오보에를 기가막히게 불렀던 가브리엘신부(제레미아이언스)와 칼싸움 하는 멋드러지게 했던 멘도자신부(로버트드니로)가 나쁜 사람들이었나? 좋은 사람들이었나?
제국주의시대 카톨릭의 역할은 차치하고 저 두 신부가 과라니족에게 어떤 사람들이었나 생각해보자. 선교라는 목적은 있었지만 당근 좋은 사람들 아니었나?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틈바구니에 낀 과라니족을 그들의 땅에서 카톨릭으로 개종해서 멋진 악기들을 만들며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교황청 파견 주교에게 메달리며 과라니족을 보호하려고 했던 사람들이잖은가?
그러나 결과는 어찌되었나?
가브리엘은 십자가를 들고 멘도자는 칼을 들고 과라니족과 함께 몰살됐다.
이 영화를 예로 드는 건 어떤 사회나 국가의 지도자, 정치인, 대통령은 그의 의도와 희망에 의해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그의 정책과 그 결과로 평가받는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이기 위해서다.
가브리엘과 멘도자가 과라니족에게 가졌던 사랑이나 노무현대통령이 대한민국에 가졌던 사랑이 달랐겠나? 하지만, 그 결과가 어찌 되었는가? 인간 노무현에 대한 평가와 대통령 노무현, 정치인 노무현, 지도자 노무현에 대한 평가는 다른 것이다. 과라니족에 대한 가브리엘이란 선한 신부와 한 때 과라니족 노예사냥꾼이었지만 자신을 용서한 과라니족을 사랑했던 멘도자의 의협심(?)이 꼭 그들의 사랑처럼 결과를 맺는 것은 아니다.
사회생활들 하면서 흔히들 이런 경우들 겪었을 것이다. 업무상으로 양아치 짓을 한 놈을 막 욕하는데 옆에 사람이 뜬금없이 "갸가 그래도 사람은 좋은 놈이야"하는 소릴 하는 경우를. 그런 소릴 들을 때마다 난 그 놈에게 그런다. "갸가 네 아버지나 자식이나 형제냐? 업무상 사회에서 만난 놈은 업무상 이해관계 속에서 평가하는 것이지, 업무상 만난 놈을 이해관계들 떠나서 내가 왜 평가를 하냐?"
가브리엘과 멘도자가 과라니족에겐 외부로 향하는 지도자들이었고 대통령 노무현도 대한민국의 최고 지도자였으니 그들에 대한 평가는 그 직무의 결과를 가지고 평가하는 게 맞지 않은가? 물론, 인간 노무현에 대한 각자의 마음은 다른 것이지만 말이다.
박봉팔닷컴시절이나 지금 디어뉴스에서 인간 노무현에 대한 개인들 각자의 마음을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 화자의 자유이니 이러쿵저러쿵 할 여지가 없으나 대한민국 제 16대 대통령 노무현과 그의 정책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 논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본다.
추모와 그리움은 추모와 그리움이고 정책에 대한 평가는 전혀 별개의 문제다. 때문에 후자에 대해 토론하는 것이라면 내용도 마음도 그에 맞게 해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평가를 정책내용이나 결과와는 상관없는 추모와 그리움으로 한다면 이건 그냥 싸우자는 것말고 다른 게 없으며, 결국 감정의 허비 그 이상도 이하도 안된다.
그래서는 노무현이란 사람을 사랑하고 정치인 노무현을 존경했던 사람으로서 노무현이란 사람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발전이란 있을 수 없다고 본다. 그의 공과를 정책내용과 결과로써 분명히 하는 것, 그리고 그가 모자랐던 부분이 있다면 서로 토론과 학습과 공유로써 채워가는 것이 진정 그의 지지자들이 해야 할 일이 아닌가?
밥솥과 그의 스승, 유누스님의 주장을 차용해서 말하자면 가브리엘과 멘도자는 과라니족이 생존할 수 있는 "틀"이 무엇인지 전혀 몰랐다. 과라니족의 거주지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식민지 영토구획에서 무신론 국가인 포르투갈에 편입됐기 때문에 과라니족이 자신들의 거주지에서 계속 살기 위해서는 선교회가 철수하고 교회를 부서버리면 되는 것이고 카톨릭을 유지하자면 스페인 식민지 구역으로 이주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스페인과 포르투갈도 설득하지 못하면서 무신론 국가 지역에서 계속 선교회를 유지하겠다고 하면 이게 다같이 죽자는 소리밖에 더 되는가?
지도자에게 그 사회가 생존하고 번영하기 위한 "틀"을 이해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게 갖추어야 할 덕목은 없어보인다. 물론, 이 덕목도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니라 먼저 그 사회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하겠지만, 애정만으로는 안된다는 얘기다.
이런 내 주장을 또 "그럼, 노무현대통령이 *도 몰랐다는 얘기냐?"라고 하진 말아다오. 그도 알았지만 어쩔 수 없었던 부분이 더 많다고 생각하니까. 가브리엘이 과연 *도 모르면서 십자가를 들었을까? 아니, 스페인과 포르투갈도 과라니족도 설득할 수 없었던 것일 뿐이다. 이미 그의 능력밖의 상황에 노여졌기 때문에 그와 같은 선택을 한 것일 뿐이다.
적어도 봉팔이 시대에 몇몇 박근혜지지자들을 제외한다면 대한민국을 향한 노무현대통령의 애정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건 밥솥기자도 마찬가지일 것이고. 하지만, 그가 우리에게 품었던 애정과 우리가 그에게 품었던 애정과 별개로 그가 대통령이라는 직무를 수행한 결과는 다를 수 있기에 이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짚고 넘어가는 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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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