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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영의 "기록" 부제 "윤태영 비서관이 전하는 노무현 대통령 이야기" 펴낸곳 : (주)한솔수북 / 책담(임프린트) / 2014년 4월23일(초판 1쇄 펴낸 날)
노무현 재단에서 매주 싣던 윤태영 비서관의 칼럼을 책으로 냈다. 쉽게 쉽게 읽히는 책인데 행간의 깊은 뜻을 음미하며 천천히 시를 읽듯이 다시 읽어야 겠다.
32 작별 (2005년 9월)
"막상 시작해 놓고 보니 제겐 벅찬 일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는 사실상 '포기'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 그는 끝까지 붙잡기 위해 안간힘으로 버티더 것들을 하나둘씩 손에서 놓기 시작했다.(...)
5월 14일 (...) 홈페이지 개편에 대한 논의가 끝나자, 그가 갑자기 회고록 이야기를 꺼냈다.(...) 언제 정리를 해 놓은 것인지, 그는 맞은편 스크린에 자신이 정리한 회고록의 뼈대를 띄워 놓았다.(...)
"해답을 다 쓰는 게 아니고 생각할 소재나 문제를 던지는 수준이다. 우리들의 생각을 이렇게 정리해 놓고 이 문제들에 대해 하나씩 정리해 보자는 생각이다."
내가 일단의 느낌을 이야기했다. "감성과 이론이 중간중간에 뒤섞여 있습니다. 어떤 부분은 딱딱한 이야기인 데 반해 살아오신 이야기는 감성적입니다. 그 흐름이 헷갈릴 수 도 있을 듯합니다."
잠깐 생각에 잠겼던 대통령이 짧게 대답했다. "사람은 원래 살과 뼈로 이루어진 것 아니었던가?"
5월 19일(...) 사저의 비서실에서 작성해 오던 그의 일정표에 마지막으로 기록된 일정이었다. 회의가 시작되자. 집필팀은 그가 작성했던 회고록의 뼈대를 다시 스크린에 올렸다. 집필 작업을 구체적으로 논의하려는 것이었다. 스크린을 본 그는 예상 밖의 반응을 보였다.
"고치나마나 큰 줄거리는 별다름이 없을 것이고, 저거 덮어 놓고 다른 이야기 좀 하자." 그가 말하는 '다른 이야기'란 실체가 없는 것이엇다. 그냥 막연한 것이었다.(...)
"다른 이야기 좀 하자..." 그는 분명히 화제가 없었다.(...)
"저희 출판팀의 향후 계획입니다.(...)
보고를 듣던 그가 나지막한 어조로 물었다. "대충 먹고살 수는 있나?"
양정철 전 비서관이 향후 진로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대통령은 비서실로 통하는 인터폰을 눌렀다.
"담배 하나 주게." 그러고는 의견을 말했다.
"제일 절박한 것이 밥숟가락을 놓는 것이다. 죽는다는 것이다. 그런 절박한 상황이 아니면 이것저것 해 볼 수 있는 것이지. 그런 상황 고려해서 버틸 수 있는 사람은 버티고..."
담배를 피워 물고 나서 그는 말을 이었다. "우선 그렇게 해 보자."
결론을 짓는 그의 말에 유난히 기운이 없었다. 그가 다시 화제를 돌렸다. 비로소 회고록의 뼈대였다.(...)
회고록과 관련한 논의가 끝났다.(...) 회의는 다른 날에 비해 한 시간 가량 일찍 끝났다.
"자, 수고들 했어. 그런 문제들 정리 좀 해 보자."
회의실을 떠나면서 남긴 그의 마지막 말이었다. 해산하는 회의인 탓일까? 다음 회의 일정도 잡지 않았고, "그럼, 다시 보세"라는 평소 하던 인사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마지막 회의가 끝이 났다.
[이 게시물은 관리자에 의해 2014-05-02 18:04:20 문예·과학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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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