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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지방선거의 시작은 새정치민주당의 기초공천 무공천파동으로 시작됐다. 안철수가 약속을 지키냐 안지키냐는 문제가 최대 화두로 떠오를 무렵 세월호의 침몰 사건. 아...더 말해서 무엇하랴. 제정신인 사람이 별로 없는 사이 새누리 놈들은 세월호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는 겁박을 시작한다. 이거참 "세월호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는" 것 처럼 정치적인 수사가 어디 있을까? 진상을 밝히자고 해도, 여당에 타격을 주기 위한 것이고. 국정조사를 하자해도, 국정조사를 하긴 해도 지방선거가 끝나야 하겠다고 말하는 아주 정치적인 새누리당이었다.
이러나 저러나 선거는 끝났다. 각 지역별로 조금씩 생각해보자.
1. 서울의 박원순의 승 : 박원순의 독특한 포지션이 눈에 뛴다. 먼저 새천년민주당 소속이지만, 별로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 어쨋거나 진보와 보수로 양분하는게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정치구도인데 박원순은 왠지 그런 이분법으로 나누어지지 않는 느낌이다. 이걸 회색이라고 비난할 수도 있지만, 난 사실 이번 선거를 보면서 박원순이 굉장히 진화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강남에서의 대선전, 더 나아가 동작에서의 완승까지 아주 볼만한 선거였다. 지난번 선거가 안철수의 인기에 영합한 느낌이라면 이번 선거는 완벽한 자신의 힘으로 이뤄낸 승리라고 보는게 타당할 듯 하다. 지금 야권에서는 가장 강력한 대권주자로 올라섰음을 누구도 부인하기 힘든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다.
정몽준의 패 : 선거는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지만, 이렇게 처참한 패배는 보기 힘들었다. 아들의 미개발언, 부인의 옹호발언, 그리고 이어진 여러가지 네거티브. 박원순의 부인 출국설, 성형설, 유병언 연계설. 토론에서 벌어진 박원순 성대모사. '예, 아니오로 대답하시오' 참 가지가지 한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온갖 기술을 선보이며 스스로 얼마나 비열한지 충분히 보여줬다. 선거는 이길 수도 질 수도 있지만, 이번처럼 추잡하게 나가떨어지면서 다음을 기약하기 힘들어진 듯하다. 괜히 한번 도와보겠다고 등장했던 나경원까지 덤으로 어려워진 듯하다.
2. 경기도 남경필의 승 : 내 개인적으로 새누리당에서 가장 싫어하는 의원이 남경필이었다. 초년병부터 소장파로 분류되고 나름 소신있는 발언을 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 원희룡처럼 손해를 감수하면서 싫은 소리는 하지않는다. 적당히 간 보는 수준까지 얘기하다. 위에서 기침 소리 들리면 이빨 꽉 깨물고 아무 소리 하지 않는다. 여하튼 남경필은 승리하고 차기 대권주자군으로 분류되기 시작했다. 주로 강남에 거주하며, 와이프도 강남에서 장사를 하고, 대학때부터 제주도에 땅투기를 시작한 신종 오렌지족의 선두주자 정도 아닐까?
3. 인천 유정복의 승 : 끈질기게 박근혜를 지켜주세요. 힘 있는 시장이 인천을 발전시킨다는 주술로 승리를 거두었다.
송영길의 패 : 세월호 사건 직전 안전행정부 장관이었던 유정복을 충분히 공격이 가능했었지만, 송영길은 이 부분을 충분히 파고들지 못한 것 같다. 박근혜를 지킬것이 아니라 박근혜는 지켰지만, 세월호는 침몰시킨 전직 안전행정부 장관을 맞이해서 패배했다는 것은 앞으로도 송영길의 힘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4. 충청의 싹쓸이 : 선거의 달인이라는 이시종지사는 7전 7승을 거둠으로써 차기 대선에서도 야권이 승리하고 싶다면 가장 확실한 카드가 아닐까 싶다. 7전 7승도 했는데, 8전 8승은 못하겄냐? 킁. 충남의 안희정 지사의 승리는 개인적으로 가장 감동적인 승리였다. 쑥쑥자라고 있는 안희정을 보면서 감동받는게 나만이겄냐.
5. 강원의 최문순 승 : 현 국회의원 9 : 0 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시장, 군수 선거도 새누리가 싹쓸이 하는 시점에서 최문순의 승리는 박빙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최문순 지사의 개인 능력을 인정해줄만한 가치가 있을 듯 하다. 앞으로 최문순 지사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기대해 볼만하다.
6. 부산의 오거돈, 대구의 김부겸의 패배 : 항상 나오는 얘기. '지역감정이 많이 사그라지는 듯하다' 라고 하지만 항상 새누리가 승리하는 곳. 대구는 대선때는 80% 까지도 화끈하게 밀어주는 곳. 그래도 오거돈의 49.3%의 패배는 지난번 김정길의 45%의 패배보다는 확실히 다음을 기약할만 한 것 같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통 큰 양보로 이런 비슷한 승부까지 몰고 가게 된 가장 중요한 인물 김영춘. 내 개인의 호불호와는 상관없이 가능성있는 정치인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7. 경남의 홍준표 승리 : 서울에서는 국회의원도 떨어지지만, 경남에 가면 지사를 할 수 있다. 홍준표의 도전은 사실 경남의 자존심을 휴지통에 내팽겨치는 것과 같은 일이다. 서울에서 국회의원을 떨어져서 경남지사로 낙점된 후보 홍준표. 경남에서는 연임 도지사가 되었다. 이걸 축하해줘야 하는 건가? 놀라야 되는 건가? 이 지점에서 내가 느끼는 가장 큰 분노는 김두관에 향한 것이었다. 정말 노무현의 평생을 던져서 힘들게 만들어준 경남도지사 자리를 병신같은 놈이 대통령 선거 나온다고 던져버렸으니, 이제 김두관은 더 이상 친노라고 부르는 일이 나는 없을 것이다.
8. 광주의 윤장현 승 : 현 시장인 강운태, 지역정가에서 잔뼈가 굵은 이용섭의 단일화를 윤장현이 이겨냈다. 안철수에 대한 호불호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어쨌거나 민주화의 성지, 광주에서는 안철수를 야권의 대표로 추인해줬다고 봐야한다. 이건 내가 이러네 저러네 말 할 거리도 없다. 광주의 판단을 나는 존중한다.
여기까지가 대충 다들 알만한 선거에 대한 총평이다. 개인적으로 이번 선거를 바라보면서 아쉬웠던 점이 딱 하나 있었다. 만약 윤장현을 광주에서 전략공천하지 않았다면 이번 선거가 어떻게 되었을까? 라고 하는 아쉬움이다. 윤장현을 전략공천하지 않았다면 안철수가 그렇게 광주에 잡혀 있을 필요가 없었을 것이고, 그럴 수 있었다면 경기, 인천, 부산의 결과를 바꿔낼 수 있지 않았을까? 라고 하는 아쉬움이다. 물론 결과에 대해 가정이라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하지만 두고두고 아쉬울 것 같다. 부산이 고향인 안철수가 두어번만 더 가주었다면...아무래도 수도권에서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많은 인기가 있는 안철수가 경기도 구석구석을 좀더 돌아볼 수 있었다면, 인천에 가서 송영길과 함께 조금더 선거운동을 할 수 있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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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