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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문성근의 열정에 다시한번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솔직히, 벌써 십만이나 모을 줄은 몰랐다. 문성근! 진짜 명불허전이다. 문성근이 다른 말에도 귀 기울여 주기를 바라지만 아무튼 그의 '백만민란' 운동이 잘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러나 할말은 하자. 첫째, 백만민란은 오합지졸이다.
백만민란이 자랑하는 십만 회원의 명부를 보면, 위의 그림처럼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과 이봉수 참여당 경남도당 위원장이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다. 이미 결렬을 선고한 김해을 재보선 후보단일화의 상대당 당사자들이 동시에 야권을 향해 '야~ 합쳐!'를 외치는, 이 어처구니없는 역설이라니.
그렇다. 백만민란의 십만회원은 이인영과 이봉수처럼 이미 갈갈이 찢겨져 있다. 왜? 이미 민심이 갈라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심은 동시에 야권에게 힘을 합치라고 요구한다. 이 패러독스를 백만민란이라고 피해갈 수 없다.
냉정하게 말하면 백만민란은, '야권통합을 촉구하는 백만인 서명운동'과 다를 바 없다. 실제 서명을 백만명을 다 채웠다 하더라도 백만명이 생각하는 통합의 수준은 제 각각이다. 야권 단일정당이라는 최대치 목표부터 후보 단일화라는 전술적 목표까지 통합의 스펙트럼은 다양하다. 백만민란이 아름답게 포장하는 것처럼 무지개가 아니라 오합지졸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백만민란은 야권 단일정당을 강변하기 전에 먼저 스스로를 돌보기 바란다. 민란에 참여하는 시민이 증가할수록 민란의 원심력도 동시에 커질 것이다. 야권의 통합을 주장하기 전에 백만민란 내부에서 먼저 민란이 일어날 소지가 없는지 한번 살펴 보시라.
둘째, 백만민란은 '실행 프로그램'이 없다.
백만민란은 야권 단일정당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야권 단일정당의 근거는 전부 부정적인(negative) 것 밖에 없다. 즉, 기존 정파에서 제기한 모든 연대방법을 비난하는데서 스스로의 존립 근거를 찾고 있다.
실례로, 김해을 지역구 하나마저 단일화 하기 쉽지 않은데 2012년 총선처럼 200석이 넘는 선거구를 단일화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단다. 그래서 곧바로 야권 단일정당을 건설해야 한단다. 백만민란의 계시판에 가보면 김해을 후보단일화 결렬이, 마치 야권단일 정당의 필요성을 입증하는 근거인 양 떠들어 대고 있다.
예를 한번 들어보자. '1박2일' 멤버들은 지금까지 계획만 세우고 실제로 지리산 종주를 한번도 해보지 못했다. 그러자 강호동이 직접 나서서 지리산은 힘드니까 이제 '안나푸르나'를 등정하자고 제안한다면 이승기를 비롯한 멤버들은 과연 어떻게 반응하겠는가? 강호동을 따르자니 어이가 없고 거부하자니 괜히 한대 맞을 것 같아 그저 눈치만 살피지는 않을까?
그러니까 후보 단일화마저도 쉽지 않은데 어떻게 지금까지 한번도 성공한 적이 없는 야권 단일정당을, 그것도 총선 1년을 앞두고 뚝딱 만들어 낼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후보 단일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문성근의 일방적 주장일 뿐, 그 비난이 곧 야권 단일정당 건설을 보장해주는 실행 프로그램은 아니다.
문성근은 '민심의 바다에 빠지자'고 한다. 민주당 국회의원이 따뜻한 광주의 지역구를 놔두고 왜 굳이 험난한 민심의 바다에 빠지려 하겠는가? 광주지역 민주당 의원의 현실적 선택을 두고 문성근이 도덕적으로 단죄하려고 든다면 그것은 '혼전순결 운동'같은 극우적 윤리 운동과 다를 바 없다. '민심의 바다에 빠지자'는 것은 단지 레토릭일 뿐 결코 프로그램이 될 수는 없다.
셋째, 백만민란은 '도로 민주당'이다.
문성근은 정동영과 다정히 어깨걸고 민주당사 앞에서 야권 단일정당을 촉구했다. 그전에 먼저 문성근에게 물어 볼 것이 있다. 문성근은 열린우리당이 출범할 때부터 왜 벌써 분당되어야 한다고 말했는가?
열린우리당은 미국식 민주당을 모델로한 이념 통합정당이었다. 그리고 백만민란이 마련한 '정파 등록제'만 빼면 열린우리당은 문성근이 오매불망해 온 '야권 단일정당'의 현실태였다.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이 해산된 것을 두고두고 아쉬워 하셨다.
그런데 정동영이 앞장서서 열린우리당을 만들고 또 정동영이 앞장서서 열린우리당을 때려 부술때 문성근은 가만히 입 다물고 있다가 왜 이제와서 정동영과 손잡고 문성근 버전의 열린우리당을 다시 만들자고 하니 황당하기 그지 없다.
무엇보다,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소수정당은 백만민란이 결국 도로 민주당이 될 것이라고 문성근을 의심하고 있다. 문성근이 자랑하듯 말하길, 민주당의 최고위원 3분지 2가 백만민란 회원이다. 그리고 그저께 민주당사 앞에서 백만민란이 보여준 퍼포먼스는 소수정당의 의혹이 사실이라는 심증을 더욱 굳혀 주었다.
의원 하나 없는 참여당을 김해을에서 가혹하게 압박하는 민주당 최고위원 이인영을 옆에 앉혀 놓고 문성근은 과연 무슨 말을 했을까? 세력 확장에 급급해서 덩치만 불렸다 치더라도 이미 십만회원에다 민주당 지도부 과반수 이상을 회원으로 모셔 놓은 독보적인 영업실적 앞에서 어찌 문성근을 인정하지 않으랴.
하지만 도로 민주당이 겁나서 몸을 사리는 소수정당에게,
문성근이 내미는 손안에 든 것은 과연 당근일까 채찍일까?
유시민과 참여당을 벌써부터 매도해대는 친민주당 언론에게 굴하지 않고 맞서 싸울 배짱은 있다. 하지만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세운 문성근이, 예의 그 탁월한 선동력으로 야권단일 정당을 거부하는 세력을 질타한다면 과연 문성근에게 맞설 수 있을까? 나는 벌써 문성근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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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