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저질인 이유는 우선 그래서 뭘 어쩌라고의 뜻인, 'so what?"이란 반응밖에 못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스포츠에서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이런 저질들의 훈장질이다.
기자는 감독 짤리면 그 감독 일자리라도 알아줄 수 있는 존재인가? 기자가 감독보다 더 전문가인가? 이기려고 합법적인 룰 속에서 노력하는 게 잘못인가? 신치용이 선수들을 때렸나? 가빈이 뛰기 싫다는데 억지로 뛰게 하나? 삼성화재 선수들은 노예인가?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최동원은 전무후무한 4승을 거둔다. 83년 삼미의 장명부는 정규시즌 30승을 거둔다. 한국 야구에서 다시는 깨어지기 어려운 불멸의 업적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들에는 늘 '혹사'라는 딱지가 붙는다. 혹사 맞다. 그거 모르는 이 없다. 그런데 나는 이런 이야기를 하며 당시 감독이던 롯데의 강병철이나 삼미의 김진영을 욕하는 이들, 특히 기자년놈들을 볼 때마다 한심하기가 짝이 없다.
그럼 최동원이 그렇게 던지지 않으면 김시진과 김일융의 쌍두마차뿐만 아니라, 국가대표급 초호화 라인업을 자랑하던 삼성에 이길 수 없었던 당시 롯데는 우승할 수 없었는데, 뭘 어쩌란 말인가? 우승하지 말란 말인가? 최동원이 던지기 싫다는데 강병철이 억지로 던지라고 그랬단 말인가?
장명부는 어떤가? 기존 구단들에 비해 턱없이 얇은 선수층으로 원년에 압도적 꼴찌를 기록한 팀이 수입한 특급용병이 그렇게 뛰어줘도 삼미는 우승하지 못했다. 하지만 장명부 덕분에 전기 후기 내내 2위였다. 그럼 이 팀은 그냥 그렇게 장명부 혹사 안시키고 꼴찌를 하는 게 정의란 말인가? 장명부가 아파 못 뛰겠다는데, 감독이 몽둥이라도 들어서 등 떠밀었다고 누가 그러던가?
이런 저질 훈장질 하는 시간에, 혹사가 일어나게 만드는 여건 찾아서, 그렇지 않도록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게 기자가 할 일 아닌가?
강병철이 죽일 놈인가? 최동원의 4승이 야구 발전에 저해되었다는 무슨 증거가 있나? 김진영은 진짜 나쁜 감독인가? 삼미는 기존의 룰대로 그렇게 넉넉한 꼴찌를 하는 게 정의인가?
삼성화재의 가빈 혹사에 대한 이 기사는 나가도 너무 나갔다, 정말... 외국인 선수 제도의 문제점을 이야기하면 될 일을, 신치용 감독 개인의 잘못으로 치환하는 작태를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저지른다... 도대체 이 무슨 지랄인가?
그런 몰빵배구에도 못 이기는 한국 배구의 무능을 탓하고, 그런 몰빵배구로 몰아가는 시스템을 탓하고, 그 시스템을 바꾸기 위한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게 잔정한 진보 아닌가?
기사를 이런 식으로 써갈기면, 삼성화재 선수들은 뭐가 되나? 84년 롯데 선수들은 뭐가 되나? 83년 삼미 선수들은 모두 장명부 노예였나? 들러리였나? 그렇게 생각되길 바라나? 그들의 땀은 뭐가 되나?
딴겨레한테 묻는다. 아무리 삼성이 미워도, 이런 식으로 해도 되나?
잘못은 개인의 것으로 치환하고, 개인에게 '제발 그렇게 하지마'라고 징징 거리는 건 양아치 저널리즘 아닌가?
삼성이 하청업체 쥐어짜서 이득을 독차지한다고, 이건희 죽일 놈 만들면 문제가 해결되나? 땀흘려 일하는 삼성 직원들 대부분까지 다 모욕하는 기사를 쓰면 안되는 건 상식 아닌가? 이런 거지근성 못 버리면, 절대로 우리는 진보 못한다...
이건희가 현행 법에 금지된 어떤 부당 노동 행위를 했는지 찾아내고, 그걸 고발하고, 그거 집행 못하는 법률과 행정기구, 그리고 사법부를 고발하는 게 진짜 진보 아닌가?
보다보다, 정말 스포츠 게시판의 어거지보다도 못한 기사까지 다 본다, 요새... 이 저질 기사를 선임기자 견장찬 기자가 썼다는 사실이 아연실색할 따름이다, 정말...
뱀발: 나는 가빈 한 명을 못 막아서 쩔쩔매는 한국 배구의 저질 수준이 개탄스럽고, 용병에게 좌우되는 한국 배구가 개탄스럽고, 조삼모사식으로 늘 규칙을 바꿔대는 협회의 함량미달이 개탄스럽지만, 최선을 다해서 자기팀이 가진 능력을 뽑아내는 신치용의 능력을 인정 안할래야 인정 안할 수 없고, 가장 많은 훈련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배구 명문 삼성화재 선수들이 흘린 땀이 존경스럽다. 국가대표급 라인업을 몽땅 보유하고도 이 팀 하나를 못 이기는 현재캐피탈과 대한한공 선수들과 감독 이하 프런트 모두가 대오 각성하고, 땀과 실력으로 삼성화재를 꺾을 수 있음을 증명해주길 앙망한다.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