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미 카터가 쓴 [나이 드는 것의 미덕]이란 책을 읽고 몇자 적어봤습니다. ★
"당신의 인생중 최고는 언제라고 생각하십니까?"
"지금이 최고인 것 같군요"
정상의 자리에 있는 사람의 말이 아니라 고희(古稀)에 이른 지미 카터의 대답이다.
지미 카터는 우리나라의 긴장 완화 문제와, 북한 핵 개발 문제 해결을 위해 남북 정상회담을 중재한 것으로 알려진 사람이다. 사실 카터는 미국 역사상 가장 인기 없었던 대통령 중 하나로 꼽히는 인물이다.
하지만 현직에서 물러난 뒤 대통령을 지낸 경륜을 살려 후임자들이 챙기기 어려운 제3세계 외교 문제를 척척 해결했다. 부시 행정부 시절 중동 평화를 이끌어낸 것을 비롯, 미국의 대외 현안을 풀어주는 원로 해결사로 자리잡았다는 칭송을 듣고 있으며, 정열적인 인권 운동과 봉사 활동을 보여 주고 있다.
인간이 피할 수 없는 것은 나이 든다는 것과 언젠가는 죽는다는 것이 아닌가 싶다. 중국을 통일한 진나라의 시황제(始皇帝)는 나이들고 죽는 것이 두려워 불로초를 구하려 했다지만 그도 운명을 받아들여야 했다.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우리 자신의 행복이다. 어느 순간에는 행복을 위협하는 위험과 맞닥뜨린다. 행복을 위해 의욕적이고 활동적인 기간이 어느덧 지나면 '노년'이라는 정의에 우리 자신을 맞춰야 한다. 마침내 피할 수 없는, 예전의 자신과는 전혀 다른 '노인'이란 새로운 존재로의 전환을 맞아야 한다.
어떤 사람을 '나이 들었다'고 판단할 때, 보통 판단하는 사람의 나이가 기준이 된다. 나이 들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언제일까?
휴지기를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며 신체적, 정신적 활동에서 어쩔 수 없는 한계를 느낄 때, 상호 관계를 맺는 사람들의 수가 줄어드는 것을 느낄 때, 곧 스스로 나이 들었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나이 드는 것이다. 이것은 몇 년 동안 살아왔는냐 하는 문제와는 별 연관이 없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당당한 자세로 받아들이는 것도 나이 들면서 할 일 가운데 하나다. 카터 집안은 모두 췌장암으로 사망했다. 아버지, 여동생, 남동생 모두 사망했지만, 이들은 신념과 용기, 평안과 유머를 갖고 죽음을 맞이했다.
카터 부부는 인생의 마지막 순간과 맞서는 데 이들의 발자국을 따라가고 싶어한다. 생애 마지막 날 이들은 가능한 기쁘고 편안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남아 있는 사람들의 고통을 덜어주려고 노력했다.
사람은 한정된 시간을 살아간다. 이것을 잊고 살 때가 많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남아있는 시간이 많지않음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우리들에게 남아있는 시간들이 더 없이 소중하게 여겨진다.
우리가 가진 자산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든든한 가족이다. 카터는 손자들을 포함한 가족과 함께 스포츠를 즐기고 여행을 다니며 가족의 소중함을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더 깨닫는다. 이렇게 함께하는 가족이 있기 때문에 이들의 노년은 더욱 풍요롭다.
행복한 나이 들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건강이다. 건강을 유지하고 생명을 연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병원이나 의료기관, 첨단 기술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이다.
정기적인 건강진단, 정서적 안정, 다양한 오락 활동, 식사 습관, 적당한 운동 등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즐거운 도전이다. 이제 앞으로 우리 인생의 길에서 우리가 선택할 중요한 갈림길이 그리 많지 않음을 깨달았다.
'멋지게 늙어간다는 것' 참 멋진 일이다 싶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어쩌면 은퇴를 준비한다는 말과 같을지 모른다. 은퇴 후 기간은 성인기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나이 들어 쓸 돈을 모으는 것 말고는 은퇴 후 생활에 대해 별다른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하지만 은퇴 이후에 비로소 더 빛나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지미 카터와 부인 로잘린이 그들이다. 이들은 함께 여가 생활을 즐기고 봉사활동을 하며 아름답게 나이 들고 있다. 이들은 노후 생활은 '나이든 마흔이 되기보다는 젊은 일흔이 훨씬 낫다는 것'을 보여준다.
행복과 평화, 기쁨, 만족, 모든 형태의 사랑을 추구하는 것이야말로 나이에 상관없는 진정한 미덕으로 향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는 일과 사랑이다. 가능한 한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기쁨과 흥분과 모험과 성취가 가득한 매순간을 오롯이 맞보는 것이다.
우리는 무얼 먹고 살지 지나치게 근심하지만 정작 무얼 위해 살지 별로 걱정하지 않는 습성이 있다. 지미 카터는 나이 들어가는 이들에게 성인 교육 강의 듣기, 규칙적인 독서에 도움을 주는 오디오 북 듣기, 자신의 인생과 가족사를 테이프에 녹음하는 것, 집안 정리, 모든 것으로부터 떨어져 지내는 것, 저렴한 비용으로 떠나는 모험, 인터넷 등의 재미난 도전을 귄한다.
칠십대를 맞은 카터 부부는 플라이 낚시, 등산, 조류 관찰, 스키, 테니스, 저술 활동, 목공일, 사냥 등의 적극적인 여가 활동을 하고 있다. '칠십대에도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배우고 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실천한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부유한 나라로 손꼽히는 미국 대통령을 지낸 유명인사지만, 책을 읽다보면 전직 대통령의 면모보다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그리고 할아버지로서 일상 생활속의 행복을 찾아가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나이드는 것이 저절로 자연스럽게 이루어 지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새로운 도전으로 여겨진다. 한번 쯤 읽어보면 보다 진지한 인생이 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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