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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대통합의 길에는 무수한 걸림돌이 놓여있다. 물론 난 걱정하지 않는다.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유시민의 의지와 열린마음이라는 엔진이 이미 작동을 시작했기 때문에 나머지 문제는 부차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부차적이긴 하되 언제나 첨예난 논쟁점이 되곤 하는 FTA와 장하준이라는 키워드가 참 흥미롭다. 이것은 그저 통상무역정책에 대한 것이라기 보다는 우리가 소망하는 국가의 모습은 과연 어떠한 것인지를 드러내는 일종의 바로미터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한미 FTA에 반대다. 이명박 정부때 재개정된 안은 물론 참여정부 때 합의된 것도 반대다. 그렇다고 참여정부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책임윤리에 입각한 국가적 미래에 대한 고민과 결단까지 의심하는 것은 아니다.
장하준 교수가 친노진영 내에서 크게 회자되었던 것은 2007년 출판되었던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대중적 성공과 함께 그의 FTA에 대한 부정적 시각때문이었을 것이다. 당시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척박한 국내 인문사회분야의 출판시장에 기적과도 같은 존재가 되었는데 무려 50만부에 가까운 판매고를 기록했던 것이다.
장하준의 최근 저서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까지 단 두 권의 책만으로도 국내에서 밀리언셀러에 등극하게 될 그의 영향력은 결코 무시될 수 없다. 왜냐면 20~30 세대가 그의 책을 너무나도 사랑하기 때문이다.(물론 그는 국내독자를 대상으로 이 책들을 저술하지 않았다. 그는 영미 독자들을 대상으로 영어로 책을 쓴다. 국내에 나온 책도 번역판이다.)
장하준이 그의 책을 통해서 끊임없이 강조하고 주장하는 것은.... 지난 30년간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세계의 정치경제를 주도해왔던 그 어떤 철학과 질서(자유 시장주의, 신자유주의)가 전후에 인류가 힘겹게 이룩해내었던 유럽의 복지국가와 미국의 위대한 사회를 한마디로 걸레로 만들어버렸다는 얘기다.
경쟁력과 효율을 입에 물고 살았음에도 막상 따져보니 그 이전의 30년에 비해 경제성장률이 형편없었다는 얘기고, 국가는 국가대로 쪼그라들고 사회는 사회대로 황폐해졌다는 얘기다. 그리고 FTA는 그런 미국적 자유 시장주의의 결정판이라는 얘긴데... 여기부터 우리의 피를 끓게 하는 부분이다.
통상 FTA는 미국이 주도한다. 그런데 한미FTA는 한국이 주도했다. 작고 힘없는 나라가 세계 최강대국에게 우리 자유무역해요~ 라고 선방을 날린 건데, 이건 정말 노무현 전 대통령 아니었으면 그 누구도 하지 못했을 거라고 확신한다.
어쨌든 참여정부는 자신이 있었다는 얘기다. 미국과 자유로이 무역을 해도 우리가 더 잘해낼수 있다는 자신감말이다. 물론 그것은 실증적 자신감이라기 보다는 FTA를 통해 국내에 강력한 충격을 던져주고 그로 인한 강력한 내부혁신을 통해서 통상무역대국의 입지를 더욱 굳히겠다는 자신감이었다.
그것은 그야말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고민 끝에 내린 대한민국 미래를 향한 중대한 결정이었다고 본다. 그리고 그 결정이 내려진 이후 약 5년여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우리는 아직도 끊임없이 토론하고 논쟁하고 있는 중이다.
FTA 문제는 옳고 그름의 문제나 이익의 문제가 아니라 철학과 이념에 대한 문제라는 것이 내 기본 생각이다. 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민과 결단을 존중하지만 2012년을 바라보는 입장에서라면 FTA로 상징되는 국가전략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고 시대적 맥락이 장하준 쪽으로 보다 근접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다가올 여름에 한미FTA는 다시 국회비준이라는 시험대에 오른다. 한나라당과 조중동이 그토록 애타게 기다리는 걸레처럼 누더기가 된 한미FTA 말이다. 민주당과 참여당은 여전히 어정쩡하다. 참여정부 때의 FTA는 찬성, 이명박 정부 때의 FTA는 반대라는 얘기다. 재개정으로 인해 FTA가 더욱 누더기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 기본 개념은 그 안에 여전히 살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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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