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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도서출판 시장이 참 어렵다고 한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갈수록 어렵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인문사회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출판사들은 도데체 뭘 먹고 사는지 궁금할 정도로 사정이 열악하다고 한다. 한국 사회의 지적 토양을 제공해 주는 완전소중한 존재들임에도 시장은 그들을 점점 더 외면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척박한 인문사회분야에서 가뭄에 단비와도 같은 촉촉한 존재들이 있는데, 내가 보기엔 유시민과 장하준이 거의 유일하다. 그들의 책은 재미없고 딱딱한 정치와 경제 얘기를 주로 하면서도 출간이 됐다하면 기본 수십만권을 팔아치운다. 이것은 사실 엄청난 일이 아닐 수 없다. 문학분야도 아닌 사회인문 분야에서 이런 저자들의 존재란 정말 축복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독자들은 아니 시민들은 왜 유시민과 장하준의 책에 열광적으로 호응하고 있는걸까? 수십만의 시민들이 그들의 책을 읽으면서 민주주의와 정치 또는 자본주의와 경제에 대해 보다 많은 것을 배우고 있고 이를 통해 나름의 새로운 사회상을 그려보고 있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21세기의 첫 10년의 문을 확짝 열어젖히고 있는 두 저자의 책이 실제로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부터는 그리 큰 호응을 받고 있지는 못하다는 점이다. 장하준의 경우를 보자면 실제로 보수나 진보나 그의 책에 대해 대체로 시큰둥한 편이다. 그러면서도 서로에게 유리한 방향으로만 해석하고 이용하려는 경향이 눈에 보인다. 보수는 대체로 국가주의 또는 정치적 보수주의 측면을 강조하고 진보는 대체로 반신자유주의 또는 자유무역 반대의 측면을 강조하며 이용하는 것이다.
사실 장하준이 책에서 주장하고 있는 내용이 국내 정치경제에 직접적으로 적용될 가능성은 적다고 하겠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책은 기본적으로 국내 독자들을 위해 쓰여진 책도 아니고 국내 정치경제 개혁을 염두에 두고 쓴 책도 아니기 때문이다.
장하준이 그의 책에서 주로 비판하는 타겟은 그가 '악의 축'이라고 서슴없이 말하곤 하는 워싱턴 컨센서스나 IMF, 세계은행 등이다. 그는 지난 30년간 전세계의 정치경제에 강력한 영향을 미쳐왔던 바로 그 '악의 축'이 설파했던 각종 신화적 주장들을 비판하면서 국가의 역할과 공공성의 중요함에 대한 새로운 성찰의 기회를 주었다.
우리가 그의 책을 읽으면서 민주주의나 시민정치의 중요성에 대해 그가 보다 많은 관심을 할애하지 않은 것을 두고 아쉬움을 피력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기본적으로 경제학자이며 그가 그러한 정치적 이슈까지 다루지 못한 것까지 매몰차게 비판할 필요가 있을까싶다. 어쩌면 그의 책이 가지는 설득력은 때로 애매하기까지 한 그의 정치적 중립성에서 나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유시민은 그의 책 <후불제 민주주의>에서 <나쁜 사마리아인>이 자유무역의 허상에 대해 비판한 지점을 두고 그의 주장은 학문의 영역에서나 유효할 것이라며 혹평을 한 바 있다. 물론 장하준은 제도주의 경제학자에 불과하다. 그의 글과 주장은 대체로 학문적 영역에서 출발한 것이기에 유시민의 그런 비판이 일리는 있다 하겠다. 그러나 이론과 현실은 언제나 상호적 관계에 놓여있듯이 장하준의 주장을 그저 허허로운 이론에 불과하다며 일축하는 것은 결코 생산적이지도 창조적이지도 못하다고 본다. 무엇보다 그의 책을 읽고 공감하고 있을 수십만의 시민들의 기대는 그런 것이 아닐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유시민은 어느덧 정치가가 되었다. 그를 더 이상 지식소매상으로만 간주하는 시민들은 없다. 그는 한 나라의 장관과 집권여당의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국가의 새로운 미래상을 그려내야 할 공당의 대표이기도 하다. 지난 5년 동안의 집권경험을 뒤로 하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그에게 장하준은 생각보다 썩 괜찮은 파트너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자유 시장주의로의 극단적 쏠림을 경계하면서도 국가를 정의롭게 시민을 자유롭게 하겠다는 그의 의지가 장하준이 그에 책에서 주장하는 것과 과연 그렇게 다른 것일까?
죽어가는 인문사회 분야의 구세주라 할 양대 지식인... 유시민과 장하준의 공존은 가능하다. 그것은 아마 그들의 책을 기꺼이 읽고 그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먼저 그렇게 되어야 가능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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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