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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이 얼마나 지긋지긋하고 진저리가 쳐지는 단어인가. 특히 그것이 2003년 이후 진보진영이 참여정부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판 매도하는 수사로서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되었기에 노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에게 이 단어가 상기시키는 불쾌한 추억은 아주 특별하다고 하겠다.
도대체 신자유주의라고 하는 괴상한 단어의 정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물론 신자유주의는 실체가 없는 유령도 아니고 특별히 국내 진보진영에서만 사용하는 토종적 정치개념도 아니다. 그것은 20세기 후반에 태동해 21세기의 시작과 함께 그 파국을 향해 치달았던 미국 중심의 어떤 정치경제적 질서와 이념에 대한 비판적 지칭이었다.
실제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진보진영으로부터 '신자유주의자'라는 수사 속에서 매몰찬 비판을 받았던 그 시기는 미국의 부시는 물론 영국의 블레어, 심지어 브라질의 룰라마저도 자국의 진보진영으로부터 비슷한 정도의 매몰찬 저주를 받고 있던 때와 중첩되는 시기였다.
그리고 2008년의 세계경제 대침체 이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제 신자유주의가 종말을 고했다고 생각했다. 때맞춰 미국의 부시, 영국의 블레어는 정치의 무대에서 급속히 사라졌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이 걸었던 길에 비추어보자면 한국이 걸었던 반동적 흐름은 특별히 유별나다. 노무현-참여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의 이행은 세계가 보여주던 어떤 흐름으로부터 이탈된 특별한 반동의 흐름이었다. 이는 한국만의 정치적 상황이 빚어낸 정치적 참극이었다.
이제 2011년이 되었고 한국의 새로운 미래를 결정지을 대선과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시대는 변했고 신자유주의 이후의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며 분주하다. 그리고 유시민은 한국이라는 땅에서 새로운 정치적 시도를 모색하고 있다. 그래서 그가 신자유주의를 어떠한 방식을 정리하고 사유하고 있는 지는 대단히 중요한 지점이다.
<국가란 무엇인가>의 제3장 혁명이냐 개량이냐 편에서 유시민은 신자유주의의 기원을 추적해나가며 신자유주의를 비판적으로 사유하고 있다. 이는 그의 2년 전 저서 <후불제 민주주의>에서는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았던 논쟁적 주제에 대한 그의 보다 적극적 대응이었다.
그는 신자유주의 철학의 시조라고 널리 인정돼고 있는 하이에크를 소환하며 그들에게 '겁에 질린 자유주의자'라는 칭호를 부여했다. 혹독한 비판이다.
"하이에크는 자유라는 하나의 가치를 위해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유라는 하나의 가치가 전일적으로 지배하는 사회는 정의나 평등이라는 단일가치가 지배하는 다른 전체주의 사회와 무엇이 다른지 의문이다."
"고전적 자유주의 철학에서 뜨거운 심장을 빼버리고 냉철한 두뇌는 더 발육시킨 자유주의, 그것이 바로 하이에크의 신자유주의 철학이다."
"민주주의 문명국가가 걸어야 할 길은 하이에크의 길이 아니다. 전체주의를 피하려고 할 때 우리가 무엇보다 우선해서 선택하고 시도해야 하는 것은 포퍼의 길이다."
유시민은 신자유주의 철학의 하이에크를 한편에선 포퍼의 '점진적 공학'의 반대편에서 다른 한편에선 케인즈의 경제이론의 반대편에서 발견하고 있다. 이는 역으로 현재의 유시민에게 포퍼의 '점진전 공학'과 '케인즈주의'가 그의 진보적 자유주의를 이루는 주요한 전제라는 것을 말해준다.
유시민이 신자유주의를 사유하는 지점은 다소 철학적이고 학문적이긴 하다. 특히 21세기 현실 정치에서 신자유주의의 정치적 맥락이나 그 영향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더해서 국민의 정부에서 참여정부로 이어지는 10년 간의 국내정치 현실에서 신자유주의를 어떻게 인식해야 하는가에 대한 부분도 빠져있어서 아쉬운 대목이다.
그러나 그가 <국가란 무엇인가>에서 특별히 신자유주의 정치철학을 검토하고 비판하는 것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진보대통합 국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한편에선 진보진영의 신자유주의와 금융자본주의의 폐해를 비판하는 지점에 대한 공조로서의 의미가 있고 다른 한편에선 진보진영 일각의 '혁명적 공학'에 대한 견제로서의 의미가 있다고 보여진다.
그래서 유시민이 가고자하는 진보적 자유주의라는 길은 '신자유주의'를 극복하고 '혁명적 사회주의'를 비판하는 어떤 지점에 놓여있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현재까지 합의되고 있는 진보대통합의 핵심적 노선을 보건데 유시민의 진보적 자유주의는 진보진영의 그것과 조화를 이루지 못할 이유가 없어보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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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