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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당의 당 진로를 모색하는 토론게시판이 개설된 지 일주일이 다 되어간다. 많은 의견들이 개진되고 있고 특히 각 지역위 위원장들이나 중앙의 임원급 당원들의 의견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서 점점 그 열기를 더해가고 있는 것 같다.
지금까지의 전반적인 흐름으로 보건데 일단 민주당과의 통합에는 일정한 선이 그어진 것 같다. 일단 다행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이다. 결국 한편엔 독자 진로에 무게 중심을 둔 느슨한 연대의 길이 있고 다른 한편엔 진보대통합에 무게 중심을 둔 연합정치의 길이 놓여있는 것이다.
토론게시판에 올라온 글들과 박봉팔닷컴에서 그동안 진보대통합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을 접해보건데 나는 어떤 공통된 감정의 흐름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이성적인 판단에 앞서는 감성적 충돌이었다. 진보자유주의자와 진보주의자 간의 화학적 결합 앞에 가로놓인 거대한 심연 말이다.
사실 현상적으로 드러난 문제로서는 FTA 문제가 가장 첨예한 갈등을 드러내는 소재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거대한 빙산의 일각일 뿐, 실제 진보진영을 대하는 우리들의 태도 또는 감정에는 보다 깊은 적대적 감정의 앙금들이 내재해 있지는 않은 것일까. 물론 그 적대적 감정의 앙금이 민주당을 향한 감정만큼이나 크고 깊지는 않을테지만...
그것은 다름 아닌 노무현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에 대한 우리들의 기억과 감정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보수와 진보 사이에서 중도적 진보의 길을 표방하고자 했던 노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는 언제나 외로운 길을 가야만 했다. 심정적으로 보수보다는 진보쪽으로 좀 더 다가가 있었던 노 전 대통령이었지만 진보진영과의 화합과 연대는 좀처럼 형성되지 않았다.
특히 집권 후반기에 이르러 대연정이나 한미FTA 등과 같은 굵직한 전략적 방향전환들이 제시되었을 때 진보진영과의 관계는 사실상 종말을 고했던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이후 노 전 대통령의 퇴임 이후까지 양측은 지난한 감정적 대립을 쉬지 않고 이어갔다. 좌파-신자유주의자라는 자조적 농담 속에 드러나 있었던 진보진영의 감정적 골과 대립은 그의 서거 이후가 되어서야 비로서 수면 아래로 침잠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최근의 진보대통합 국면에 이르러 양측의 지지자들 사이엔 그 때의 기억이 다시 떠오르고 있는 것 같다.
물론 노 전 대통령을 아직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는 이들의 트라우마가 오직 진보진영과의 갈등으로부터 기원하진 않는다. 민주당의 탄핵발의, 열린우리당의 내부적 붕괴,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의 악의적 공세 등 이루 열거하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그러나 진보진영과의 불화가 특별히 우리들의 가슴을 저미는 것은 우리가 지향하고자하는 목표가 그들과 그리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까지는 우리들의 일방적 입장 또는 감정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진보진영의 입장이라면 전혀 다른 그림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인식해야 한다. 무엇보다 노 전 대통령은 국가최고지도자의 자리에 있었고 권력의 최정점에 있었다. 심지어 열린우리당은 여대야소라는 초유의 국면 속에서 참여정부와 임기를 같이 했었다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책임윤리의 차원에서 우리들은 더 겸허히 진보진영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에 비해 진보진영은 길고도 험난했던 노동과 삶의 현장에서의 투쟁을 뒤로 하고 이제 막 제도권으로 모습을 드러내며 대중 속으로 다가서려 하던 참이었다. 그들로서는 노 전 대통령이 왜 그들의 손을 더 따뜻하게 잡아주지 않았는지 속상해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한나당과의 대연정보다는 진보와의 연정을, 한미FTA를 추진하기 보다는 한국 내부의 문제에 좀 더 마음을 써주길 바랬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들에게도 트라우마는 있는 것이다.
유시민은 바로 이러한 트라우마와 트라우마가 충돌하던 참여정부와 진보진영 사이의 최전선에 놓여 있었던 사람이다. 말하자면 그야말로 그런 트라우마로부터 가장 자유롭지 못할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그가 2009년과 2011년에 각각 내놓은 그의 책에서 특별히 진보와의 연합정치를 기획했다는 것은 그가 오랜 사유와 성찰 속에서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새로운 길을 발견했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진보대통합이라는 한국 정치사상 최초의 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바로 이런 감정적 충돌과 트라우마에 대한 극복과 치유가 선행되어야 할 지도 모른다. 그리고 유시민이야말로 바로 그런 일을 수행해 낼 적임자이기도 하다. 그가 이정희 민노당 대표를 향해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이 있다고 말했을 때 그말은 진심이었을 것이다. 두문불출하며 결단의 고민을 거듭하고 있을 유시민이 그 행복한 길을 선택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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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