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간과 자유
인류는 자연이 주는 억압에 대한 끊임없는 투쟁을 통해 자유를 확대하여 왔다. 직립보행을 하면서 손이 자유를 얻었고 자유로운 손을 이용하여 도구를 만들어 본래의 신체구조가 갖는 능력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었다. 불을 이용하면서 어둠의 속박에서 벗어났다. 농사를 지으면서 불규칙한 식량획득의 두려움에서 벗어났으며 일정 지역에 머물 수 있게 되어 잠자리를 찾아 헤메는 수고를 덜었다.
이렇게 해서 생존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문제로부터 자유로워진 인류는 그 자유를 이용하여 문명의 시대를 열었다. 그 문명과 함께 발전한 과학기술은 공간을 이동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였고 똑같은 시간에 더 많은 식량과 생필품을 생산하도록 하여 자유로운 시간을 더 많이 갖게 되었다. 이와 같이 인류의 자유는 무한히 확대 재생산되어 왔다.
한편 인류는 잘 알지 못하는 외부의 폭력으로부터 자신과 자신이 속한 소공동체들을 보호하기 위해 소유하고 있던 자유의 일부를 ‘국가’라는 공동체에게 양도하여 대내외적으로 그 힘을 사용하도록 용인하였다. 생존을 위해 자유의 일부를 포기한 것이다.
그런데 외부의 적으로부터 내부의 구성원들을 보호하여야 할 국가가 때론 내부를 향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사용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일을 막기 위해 인류는 국가를 운영하는 제도를 끊임없이 발전시켜 왔다. 그러한 정치제도 중에 가장 좋다고 현재까지 알려진 제도가 주권재민을 근본원칙으로 하는 ‘민주주의’이다.
이상은 ‘국가란 무엇인가’의 처음과 끝을 관통하고 있는 용어 ‘자유’를 기준으로 인류의 역사를 내 나름대로 대략 살펴본 것이다. 이 해석이 역사의 모든 진실을 나타낼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는 진실의 일부분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2) 자유와 평등
진보자유주의자 유시민은 ‘국가란 무엇인가’란 책을 통하여 스스로 진보라 자칭하는 사람들에게 ‘자유’라는 가치에 대하여 더 많이 생각해 주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흔히 자유와 평등의 가치를 대등하게 놓고 설명하는데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자유의 가치를 평등과 비교하는 것은 ‘자유’를 두 번 죽이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자유의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이 첫 번째 죽임이요, 그 가치를 다른 무엇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두 번째 죽임이다.
자유는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있는 천부적 권리인데 반하여 평등은 외부와 단절된 폐쇄집단 속에서만 실현될 수 있는 인간 관계의 한 형태를 나타내는 용어에 불과하다는 것이 내가 이 책을 통하여 얻은 깨달음이다.
사회의 기본 질서에 반하는 행위를 하면 사법부의 심판에 따라 벌을 받는다. 형벌은 죄인이 가지고 있는 권리를 강제로 빼앗는 것이다. 현장에서 붙잡힌 범인은 수갑을 찬다. 제일 먼저 범인의 손이 갖고 있는 ‘자유’를 빼앗는 것이다. 사법부의 심판으로 죄가 인정되면 대부분의 죄인은 교도소에 수감된다. 이 때 그 죄인이 빼앗기는 것은 ‘이동의 자유’다.
왜 형벌의 기본이 ‘자유’를 빼앗는 것일까? ‘자유’야말로 인간이 가져야할 가장 소중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교도소에 수감된 죄인이 얻는 것도 있다. 바로 ‘평등’이다. 자유가 넘치는 세상을 살아온 사람들은 공기의 소중함을 잊고 지내듯이 자유의 소중함을 잊고 지낸다.
자유 없이 평등한 곳은 감옥이다. 교도소가 아니더라도 그곳에 평등이 있거나 없거나 상관없이 자유가 없으면 그 곳이 바로 감옥이고 지옥이다.
자유롭고 평등한 곳은 천국뿐이다. 그러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천국이라 할지라도 모두가 동등한 지위를 누리는 완벽한 평등을 실현할 수는 없다. 소련과 동유럽 공산주의 국가들의 몰락과 북한의 실상이 이를 매우 잘 증명하고 있다. 완벽한 평등은 마치 수학의 허수와 같이 생각해낼 수는 있으나 존재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이 자유와 평등은 서로 비교될 수 없는 관계이다. 자유보다 평등이 우선할 수 없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3) 진보여, ‘자유’의 가치로 하나가 되자
‘진보는 인간이 행복을 위해 자유를 확대하는 과정이다.’(p198) 이남곡 선생이 “진보를 연찬하다”라는 책에서 제시한 진보에 대한 정의이다. 이 말에는 진보의 목표와 방법이 구체적으로 나와있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하기를 원한다. 행복하기 위해서 반드시 갖추어야 할 조건은 자유다. 자유 없이 인간은 결코 행복할 수 없다. ‘이를 위해서는 자유를 억압하는 것들에서 인간을 해방시켜야 한다. ... 인간을 자유롭지 못하게 얽어매는 것이 세 가지 있다. 불합리한 제도, 물질의 궁핍, 낡은 생각이 그것이다.’(p198)
그러므로 진보를 말하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사회관계와 물질, 의식의 모든 면에서 행복을 위해 자유를 확대하고자 하는 진보의 방향을 의식하고 유지하고 실현하는 것이다’(p199)
“국가는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나를 잡아가거나 가두거나 처벌하지 못한다. ... 법률에 따라 체포하는 경우에도 나는 가족에게 연락할 수 있고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가족이나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유로 국가는 나에게 불이익을 줄 수 없다. ... 사생활의 비밀을 보호받으며 남이 듣지 못하는 가운데 다른 사람과 통신할 수 있다. ...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을 원하는 방식으로 말할 수 있고 검열 없이 책을 낼 수 있으며, 국가의 허가를 받지 않고도 다른 사람과 함께 단체를 만들거나 집회를 할 수 있다. 내가 원하는 공부와 예술활동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p226~p227)
“이것은 모두 내가 마땅히 받아야 할 권리이며, 이 권리들을 묶어 자유권적 기본권이라 한다.”(p227)
“이 자유권적 기본권은 1948년 제정한 제헌헌법부터 현행헌법에 담겨있다. 그러나 1987년 6월 이전까지 국가를 장악한 권력자들은 이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했다. 국가가 자유권적 기본권을 보장하기 시작한 것은 1998년 2월 최초의 평화적 권력교체가 이루어진 이후부터였다. 그러나 역정권교체가 이루어진 2008년 2월 이후 우리는 이 권리의 일부를 다시 빼앗겼다.”(p227)
이제 우리는 헌법이 약속하고 있으나 지금은 맘껏 누릴 수 없는 이 자유를 다시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혁명이라도 일으켜야 한다. 그러나 사회혁명을 통하여 정권을 교체하는 것은 예측할 수 없는 반동의 위험이 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우리나라 국민의 대다수가 그 길을 원하지 않는다.
다행스럽게도 우리에게는 선거를 통하여 현정치권력을 바꿀 수 있는 길이 열려있다. 그러므로 ‘최대의 궁극적 선을 추구하고 그 선을 위해 투쟁하기보다는 최대의 악과 긴급한 악에 대항해서 투쟁한다’(p155)는 카를 포퍼의 ‘점진적 공학’에 입각한 사회개량의 길을 가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대의 궁극적 선이 무엇인지에 대한 입장 차이는 잠시 뒤로 밀어두고, 현재 우리가 빼앗기고 있는 ‘자유’를 한목소리로 외쳐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연합이나 연대 또는 통합의 길이 열릴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자유’의 소중함을 새삼 일깨우는 이 책이 널리 읽힐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열심히 홍보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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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