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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얘기는 지금까지 무려 7년 넘게 지겹게 써서..
이곳에서는 지난 두 개를 끝으로 더 이상 쓰지 않고자 했는데. ㅠㅠ
뭔가 자꾸 오해가 생기니 이건 바로잡아야지.
짧게 써보도록 할게.
1. 각성한 20대?
저 위 사진 보이지? 뭐 같아?
쇠고기 촛불시위? 틀렸어.
저 사진은 2002년, <미순이, 효순이 사망 항의시위>야.
저때도 20대는 거리에 나왔고 투표장에 갔어. 예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투표율로 노무현 대통령을 당선시키는 데 어느 정도 일조했지.
각성한 20대가 있었다는 이야기인데, 걔들 다 어디로 갔게?
어디가긴 어디가.
그 이후엔 집에 갔고, 집에 안 간 애들은..
민주노동당, 그리고 분당 이후엔 진보신당 갔지.
그리고 그 애들은 주구장창 참여정부 시절,
"대추리를 지켜라!"
"신자유주의자 개새끼들!"
"노무현 배신자!"
를 외치며 시간을 보냈지. 음..
난 뭐 운동권 같은 건 옆에서 하는 애들 구경만 해봤으니 잘 모르지만,
원래 시위라는 건 주도세력과 따라가는 사람들이 있는 거 아냐.
그런데 20대에서 시위를 주도하는 세력이라는 건,
십중팔구 2008년 촛불시위 때 확성기로 떠들던,
<다함께> 같은 애들이란 말이야. 얘들은 손호철 교수가 관심 기울이는 걸로 봐선 진보신당 쪽인 거 같은데.
그러니까 아저씨들이 주장하는 각성한 20대라는 애들은,
보통 시위가 끝나면 집에 가거나,
아니면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으로 가서,
우리를 공격하지.
2. 20대는 유시민 지지자가 많다며?
물론이지. 이건 여론조사에서, 그리고 투표장에서 발견되는 실체야.
그런데 얘들이 아저씨들이 좋아하는 '각성한 20대'일 거 같아?
각성한 20대 중에서 활발한 애들은 진보신당 간다니까?
유시민 대표 딸이 진보신당 당원인 거 몰라?
진보신당 운동권 출신들이 제대로 20대 애들을 활용 못해서 그렇지.
유시민을 지지하는 20대는,
각성한 20대 중에서 참여정부 수립 후 얌전히 집에 간 애들이거나,
그냥 '일상적 20대'야.
여기서 눈팅냥 사장이 평소 말하는,
"열혈 유빠"와 "그냥 유시민 지지자"가 갈리겠지.
그리고 어차피 열혈 유빠는 우리가 뭐라 안 해도 알아서 나오니까,
우리가 공략해서 끌어내고 더 넓혀야 할 쪽은 "그냥 유시민 지지자"와,
"잠재적 유시민 지지자" 정도야.
그런데 여기에는 아저씨들이 좋아하는 "각성한 20대"는 한 명도 없어.
없다고. 진짜로 없어.
개인적인 경험을 얘기해줄까?
2002년에, 사실 난 생일 때문에 학교를 빨리 가서 투표권이 없었거든.
어처구니없게도 내 첫 대선은 정동영을 찍는 것으로 시작했는데..
하여간 당시 내 주위에는 투표권 있는 친구들이 많았고, 그 중에는 노빠도 다수였지.
그런데 걔들이 참여정부 출범하면서 다 어디로 갔을 거 같아?
민주노동당 당원이 되더니 진보신당 갔어.
지금은 진보신당이 메롱이니 그냥 명부만 걸어놓고 생활인이 됐지만.
아저씨들이 좋아하는 "각성한 20대" 대부분은 어차피 우리 쪽이거나,
딴데 간다고.
열을 올릴 대상이 전혀 아니야.
3. <88만원 세대>와 <20대 개새끼론>의 맥락
그리고, 투표하면?
요즘 트위터에서는 유빠들이 하도 맥락맥락하니까,
"후광 김대중에 이어 맥락 유시민이 등장했다" 뭐 이런 소리도 나오던데,
하여간 맥락을 보자고.
우석훈 박사의 <88만원 세대>가 주장하는 맥락은?
"이러저러해서 신자유주의 때문에 20대가 힘든거다.
그런데 이걸 바꾸려면 20대가 직접 나서야 한다.
그러니, 20대여. 짱돌을 들고 거리에 나서자."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신자유주의란?
뭐긴 뭐야. 국민의 정부-참여정부, 그 중에서도 우석훈 박사가 참여한 적 없는,
참여정부 갖고 까는 거지.
김용민 교수가 <20대 개새끼론>으로 까는 맥락은?
"너희 20대는 투표도 안 하냐! 그러니까 맨날 당하지!"
그런데 말이야.
투표하면 정말 뭐가 바뀔까?
난 말이지. 정말로 진짜 일이 잘 되서, 유시민 대표가 대통령이 되고,
참여당이 진보 각 정당들과 집권해도,
무슨 등록금이 반값으로 떨어지거나 갑자기 살기 좋아지는 일은
전혀 벌어지지 않을 거 같은데.
유 대표는 솔직히 공짜 뭐 이런 거 좋아하는 사람도 전혀 아니고,
설사 공짜 좋아하는 진보정당들이 집권해도 MB가 하도 재정적자를 벌려놔서,
한 10년은 빚 열심히 갚는데만도 모자랄걸.
그럼 괜히 "투표하면 뭐가 진짜 바뀐다!"
이런 식으로 20대 애들 꼬셔봐야 괜히 실망감만 준다고.
그럼 또 2007년 때처럼 대거 투표 기권이야.
청년실업은 진짜 무슨 벤처붐이라도 일으켜서 해결해야 할 국가 문제지만,
정권 교체 하나 한다고 뭐가 크게 좋아지는 게 아니란 건 2002년에 충분히 경험했잖아?
4. 공략 포인트
사실 뭐 마케터 아저씨는 20대의 잠재된 "분노"를 일으켜,
세상 전체를 변혁시키는 구상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 부분은 난 아직 내놓을만한 성과나 결론이 없으니까 패스하고.
다만 공략 포인트 들어가기 전에 한 가지만.
20대는 분명히 "분노"에 가득 차 있지만,
그 분노는 지금 "소수자를 배제"시키는 식으로 발현되고 있다는 거.
외국인 노동자, 조선족, 군 면제자(음, 이건 기득권인가?),
다문화 가정을 이룬 외국인 여성 등.
난 이 분노가 유럽처럼 극우가 되기 십상이라고 생각하고,
그게 한국에서 폭발하는 시점을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나 이제 조만간 대학생이 될 애들이 사회에 나올 시점이라고 추측하고 있어.
대략.. 10년?
그걸 제어하고 제대로 된 대책을 수립할 수 있는 사람은,
역시 유시민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진보 쪽이야 신경은 쓰겠지만 대책 세우는 쪽은 별로..
하여간 그래서 20대 분노를 활용하는 건 결코 쉽지 않다고. 지금은 20대가 전세계적으로 개방적이었던 호황의 절정, 1968년이 아니야. 자본주의 전체가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2011년이지.
뭐, 어쨌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그럼 이 20대를 어떻게 공략하느냐?
뭐가 확 바뀐다보다, 나빠진 걸 바로잡거나 더 나쁘게 되는 걸 막을 수 있다.
이게 낫지 않을까?
예컨대 얼마 전, 백원우 의원이 주도하는 <더 좋은 민주주의 연구소>는
"전직 대통령이 다시 출마시 다시 뽑고 싶은 대통령"이라는 여론조사를 리서치뷰를 통해 했지.
거기서 노무현 대통령께선 2위를 차지하셨는데(47.4퍼센트, 참고로 1위는 박정희 대통령 57.4퍼센트 => 이건 유시민 지적대로 한국인은 안보적 국가관이 다수고, 경제성장에 대한 환상은 아직 남아있으니까),
더 중요한 건 노무현 대통령, 더 정확히는 참여정부의 치적에 대해서,
"잘했다" 65.9퍼센트, "잘못했다" 28.6퍼센트로 평가가 역전됐다는 거야.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께서 재임시에 그런 평가를 받은 적이 있나?
국정수행 지지율 15퍼센트까지 바닥을 쳤던 기억이 아주 생생한걸.
그리고 일반적인 20대고 이건 똑같아.
20대라고 무슨 외계에서 뚝 떨어진 생물체가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참여정부 당시에는 잘했는지 못했는지 모르고 욕하다가,
참여정부가 지나고 MB정부라는 비교대상이 생기니,
그때서야 "참여정부가 실은 잘했구나!"
뭐 이런 걸 알게 되는 거라고.
그러니까 차기에 유시민 대표가 집권해도 그 시기에 국민을 만족시키는 일을 할 수는 없어. 갑자기 뭔가가 확 바뀌는 것도 아니고. 지나봐야 뭘 잘했고 뭐가 바뀌었는지 알지.
하지만 나빠진 걸 알기는 쉽지.
예컨대, MB가 대통령으로서 뭘 망쳤는지는 눈에 확 들어오잖아.
바로 그걸 막고 바로잡겠다, 이건 알아듣기 쉽잖아.
솔직히 청년실업, 당장 해결 되나? 등록금 깎기는?
MB가 뭐, 대학에 빚진 게 있어서 고작 등록금 동결 밖에 못하겠어?
재정 상태상 등록금 인하가 쉬운 선택이 아니니까 그렇지. 어차피 지금 사립대학 대부분은 정부 지원금으로 버티는걸.
그러니까, 현정권 들어 나빠진 것 중에서,
20대가 알아듣기 쉬운 걸로 골라서 널리 전파하고 설득하는 게 낫다고.
무슨 "20대 개새끼론"을 들먹이면서,
투표 안 하는 너희는 나쁘다고 외치는 것보다는.(난 뭐 사실 그게 맞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예컨대 김제동이 쫓겨났거나, 김미화가 쫓겨나고, 무한도전이 위기를 맞이하고, 이런 건 알아듣기도 쉽고, 보이기도 잘 보이고, 20대 관심사잖아.
지난 지방선거에서 20대에게 가장 먹힌 구호는 이거야.
"투표해야 김제동이 돌아옵니다!"
MB 심판이 아니라.
연예인 말고도 다른 관심있는 소재들이 있겠지.
예컨대 연평도 같은 문제는 아무래도 군이 걸린 20대 남성에겐 민감한 문제고.
여자애들에겐 유시민의 쉬크한 스타일을 강조하는 게 좋을 거 같아.
여성에게 중요한 것은 단순한 문제 해결이 아니라 자신의 문제에 "공감"해 줄 수 있는 사람이고, 유시민 대표는 그런 건 잘하잖아.
참여당이 그런 거 잘하는지는 모르겠고. 음..
"투표율 제고 얘기 하는 거 아니었냐?"
그러니까 여자애들은 유 대표를 응원하러 투표장 나온다는 말이야.
그런 건 남자애들보다 여자애들이 더 잘해. 자기가 응원하는 사람을 뽑아서 궁극적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걸 안다는 의미에선, 남자들보다 낫지. 흑흑.
(참고로 잘생긴 걸 오세훈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거야 아줌마들에게 통하는 거지 20대 여자애들에게 통하려면 홍정욱 정도 미모는 되어야 한다고)
어쨌든 결론적으로,
20대 투표율을 높이고자 한다면,
20대 개새끼니 뭐니 하며 격분시켜봤자 소용 없다는 거야.
위의 리서치 뷰에서
<이번 조사에 참여한 국민들은 자신의 정치적 이념성을 보수적이라고 밝힌 사람이 33.3%, 중도적 33.7%, 진보적 22.3%였다. http://www.dailiang.co.kr/news/articleView.html?idxno=29694
중앙일보>
이 비율은 20대에게도 크게 다르지 않게 적용돼.
그리고 20대 개새끼론은 저 진보적 22.3퍼센트 중에서도 "각성한 20대"에게만 먹히고,
걔들은 이미 우리 쪽이거나,
아니면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쪽으로 가서,
투표를 어차피 한다고.
그러니 우리는 보다 스무스하고 부드럽게,
진보신당 쪽 지식인들이나, 486 엘리트 지식인들이 하는 것과 다르게,
위의 33.7퍼센트, 중도, 집으로 간 "일반적 유시민 지지자"와 "잠재적 유시민 지지자"를 공략할 필요가 있어. 20대에서도.
내 생각은 그래. 굳이 욕하거나 다그쳐봐야 애들이 말 듣는 거 봤어?
진보적 지식인들도 자식들 키우시는 분들일텐데 왜 그걸 모르나 몰라. 키워본 적 없는 나도 아는데.
좀 더 부드럽게 설득하자고.
"너희가 투표 안 하면 소녀시대가 큰일날지도 몰라! 장자연 사건 못 봤어?"
음.. 이건 좀 강성인가? 근데 난 현실이 될 거 같아.
투표 안 하면.
P.S. 서울역에서 KTX 타고 와서 작성.
20대 얘기는 앞으로는 안 쓸테다. 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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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