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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경제학>과 <한국을 생각한다> "한국이 나아갈 길을 묻다" - 서론
슬 기자의 두 권의 저서가 하루 차이를 두고 드디어 내 두 손에 도착했다. 한 권은 박봉팔닷컴의 미션 수행의 일환으로 리자로부터 배달을 받았고 다른 한 권은 직접 구매했다. 두 권의 책의 페이지를 합산해보니 900여페이지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다. 그러나 이 압도적인 페이지 숫자에 짓눌리기도 전에 나는 곧 두 권의 책 속으로 풍덩 빠져버렸다. 그만큼 두 권의 책은 모두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책이다.
문장이 아름다운 책
먼저 언급하고 싶은 것이 있다. 900여 페이지를 채우는 두 권의 책 속에 담긴 저자의 글과 문장이 참으로 아름답다고 유려하다. 글의 문체와 문장의 완성도가 탁월하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을 생각한다>의 경우 한 편의 사려깊은 에세이 집을 읽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아마 슬 기자는 책을 완성하기 전까지 문장 하나하나에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을 것이다.
정치와 경제에 대한 책들은 으레 그렇듯이 딱딱하고 어려워서 눈에 잘 들어오지를 않는 편이다. 더해서 조잡한 번역서가 주를 이루는 인문사회과학 서적의 홍수 속에서 슬 기자의 두 권의 책은 그저 읽고 있는 느낌 자체가 참으로 좋은 책으로 다가온다.
경제가 아니라 정치적 비전을 사유하다
무엇보다 그의 책은 경제 전반을 다룬 책이다. 많은 수의 통계자료가 등장하고 금융에 관한 전문적 용어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그는 경제를 그저 경제로서만 바라보지 않고 있다. 그는 경제현상을 기반으로 하되 경제는 어디까지 정치와 철학 또는 가치관과의 관계라는 맥락 속에서 경제를 바라보고 분석한다. 그래서 그의 글은 정치적이다.
<그림자 경제학>은 세계경제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 그리고 중국과 동아시아가 경험하고 있는 경제적 재난의 실체를 파헤치면서 한국의 경제가 나아갈 길을 조망하고 있다면 <한국을 생각한다>는 한국내 정치지형에서 김대중-노무현으로 이어지는 정치적 기획과 비전을 재조명하면서 한국의 정치가 나아갈 길을 조망하고 있다. 그래서 그의 두 저서는 별도로 존재하기 보다는 하나의 쌍을 이루는 상호보완적인 조합으로 읽힌다.
독후감보다는 맞부딪히는 토론을 위해
<그림자 경제학>과 <한국을 생각한다>에 대한 나의 서평은 그저 일회성 독후감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두 권 저서에 드러난 세계와 한국에 대한 시각 그리고 정치와 경제를 넘나드는 풍부한 텍스트를 재료 삼아 더욱 풍성한 토론이 이어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마침 박봉팔닷컴이라는 쾌적한 토론사이트가 여기 있다.
향후 몇편의 글을 통해서 나는 <그림자 경제학>과 <한국을 생각한다>에 드러난 슬 기자의 정치적 기획과 시각을 읽어내면서 동시에 여기저기서 슬 기자에게 직접 맞부딪힐 생각이다. 크게 보아서 두 가지의 맞부딪히는 지점이 있다.
첫째는 세계정치경제 흐름 속에서 중국의 위상과 미래에 대한 전망이다. 슬 기자의 두 권의 저서에는 특별히 중국에 대한 많은 비판이 할애되어있다. 그의 중국에 대한 비판은 총체적이다. 한마디로 중국은 정치, 경제 전 분야에 걸쳐서 엉망진창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나는 그 지점에 동의하지 않는다.
둘째는 한국 정치지형에서 진보주의 진영에 대한 시각이다. 슬 기자는 김대중에서 노무현으로 이어지는 민주개혁적 정부의 흐름을 중심에 두면서 한국의 진보주의에 대한 비판을 아끼지 않는다. 특히 포스트 김대중-노무현 시대의 리더로서 유시민을 조망하면서도 진보주의에 대해서만큼은 유독 냉소적이다. 그러나 이는 유시민이 기획하고 있는 진보적 자유주의와 진보주의 간의 연합정치의 측면에서 보자면 다소 방어적이고 소극적이라고 판단되기 때문에 나는 이부분에서 맞부딪힐 생각이다.
덧붙여서 그의 장하준에 대한 비판은 위에서 얘기한 첫째와 둘째 흐름을 동시에 넘나들면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겠다. 말하자면 슬 기자의 두 저서는 장하준이 얘기하는 세계경제와 한국의 정치경제적 비전과 여러모로 각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부분에 대해서도 그와 맞부딪힐 생각이다.
인터엑티브한 토론을 기대한다
나는 슬 기자의 두 권의 저서만 가지고서도 한국이 나아갈 길을 묻고 토론하는 장을 충분히 풍성하게 만들어 낼 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그림자 경제학>과 <한국을 생각한다>는 많은 것을 담고 있는 좋은 책이다.
박봉팔닷컴의 회원들도 <그림자 경제학>과 <한국을 생각한다>를 많이 읽고 있으리라 본다. 따라서 이와 관련된 풍부하고 역동적인 토론이 이루어지길 바라며 이러한 토론을 통해서 비록 아마추어적일 수밖에 없겠지만 치열하고 진중하게 한국이 나아갈 길을 묻고 그 답을 얻을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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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기분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