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 들어가며
여론조사를 볼 때는 몇 가지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2007년 대선 때는 "응답률"이 문제가 되었는데, 이는 결국 기권 유권자가 많아지면서 낮은 응답률의 여론조사가 실제로 현실화되는 결과를 맞이하기도 했다.
하지만 본래 여론조사에서 중요한 것은 "표본집단"과 "어떤 조사방식"을 썼느냐다.
표본집단과 조사방식에 따라 이러한 여론조사의 결과는 천차만별로 바뀐다. 최근 참여당의 지지율에 대해 "리얼미터"와 "한겨례신문"이 "한국사회과학데이터 센터"와 함께 한 조사 간에 극명한 차이가 있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생뚱맞게도 "헤럴드경제"와 "케이엠 조사연구소가 조사한 참여당 지지율은 6.6퍼센트다(리얼미터 5월 2째주 4.1퍼센트,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 1.3퍼센트, 케이엠 조사연구소 6.6퍼센트).
왜 이렇게 차이가 날까?
갑자기 지지하던 지지자들이 사라지기라도 한 걸까? 아니면 하늘에서 갑자기 지지자들이 떨어졌나?
그럴리가 없다. 조사방식의 차이와 표본집단의 문제다.
II. 집 전화 면접조사, ARS여론조사, 그리고 휴대폰 여론조사
1. 방식
보통 여론조사를 할 때 전통적으로 사용되는 방식은, 집 전화를 통한 여론조사다. 옛날 옛적에는 전화 면접조사를 하다가, 기계가 발전된 뒤로 ARS가 주류가 되었다.
문제는 보통 전화 면접조사의 응답률은 10퍼센트, ARS는 1-3퍼센트가 고작이라는 점이다. 표본을 아무리 정교하게 설계해도 응답률이 30퍼센트는 되어야 그 여론조사는 신빙성을 가질 수 있다. 여기서 ARS의 문제점이 지적되면서 요 근래는 전화 면접조사를 하는 경우가 부쩍 많아졌다(물론 돈이 더 많이 들고 훈련된 면접조사관이 필요하기 때문에 ARS보다는 아직 적다).
그런데 요 근래는 방식 면에서 한 가지 문제가 더 추가되었다.
바로 2000년 이후 광범위하게 퍼진 휴대폰이다.
요 근래는 대부분의 사람이 집 전화가 아니라 휴대폰으로 의사소통을 한다. 아예 집에 전화가 없는 이른바 원룸족과 오피스텔 거주층도 날로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전화 면접 조사만으로는 여론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워진 측면이 크다.
하지만 아직 대부분의 여론조사기관은 면접원을 쓰든, ARS 기계를 쓰든 전화 면접조사만 한다. 위에 나와 있는 촌놈 기자가 인용한, "헤럴드경제"의 조사는 그 중에서도 ARS 기계를 쓰는 전화 면접조사다.
반대로 5월 7-8일에 한겨레와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가 조사한 조사결과는 정확히 나와 있지는 않지만, 표본 1000명을 상대로 한 면접관을 이용한 전화 면접조사로 보인다.
그러나 둘 다 표본 면에서는 문제가 있는 조사다. 다음에서 표본 문제를 보자.
2. 표본
1936년, 미국의 <The Literary Digest>지는 대선 여론조사를 했다.
그 조사 결과는 대공황으로 날로 지지율이 악화되던 루스벨트 당시 미 대통령의 패배, 공화당의 승리였다.
실제 대선은?
물론 우리가 모두 알다시피 루스벨트 대통령이 승리했다.
그것도 대승이었다.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났을까?
문제는 표본이었다. 당시 다이제스트 지는 "중산층의 전유물이었던 자동차와 전화 보유자명단에서 표본을 추출함으로써 보수 공화당 지지자들의 의견이 일방 반영된 조사결과"(한국일보, 2011. 4. 19, <여론조사의 허실>)를 도출했다.
한 마디로 요즘으로 치면 KT 전화번호부 등재 번호만 조사했다는 뜻이다.
바로 여기에 최근 "전화 여론조사"의 문제가 있다.
전화 여론조사에서 주로 쓰이는 대상은 KT 전화번호부다. 그러나 최근에는 위에서 보았듯이, 집에 아예 전화가 없는 가정(휴대폰만 있는 1인 가정 등)과 집 전화가 있어도 굳이 전화번호부에 등재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가끔은 아예 인터넷 전화를 쓰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런데 KT 전화번호부에 기재된 사람은 어떤 계층일까?
당연히 예전부터 전화번호를 가졌던 사람이고, 연령은 높으며, 주로 집이 자기 소유든 전세든 안정된 경우가 많다.
여기에 대부분의 학생이나 직장인이 집 전화 여론조사가 이뤄지는 시간 대에 집 밖에 나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집 안에서 여론조사를 받는 사람은 대부분의 경우 고령층, 주부일 가능성이 높다.
전화 면접조사가 아닌 ARS 조사일 경우에는 이런 표본 편향 오류가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휴대폰 여론조사를 하는 경우는 어떨까?
당연히 보다 연령이 낮아지고, 남녀를 불문하고 직장, 학교로 외출하며, 집이 보다 안정되지 않은 사람들이 포함된다. 표본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다.
이러한 분석은 실제 통계에 의해서도 뒷받침된다.
KT에 등재된 전화번호는 KT 가입자 중 자신의 전화번호를 "공개"해도 된다고 승인한 전화번호다. 이러한 전화번호는 2009년 10월 기준으로 약 760만 회선이다.
그러나 2005년 인구 센서스에 따르면 한국의 가구 수는 1580만 가구다.
그리고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서울의 경우 1인 가구의 비율은 약 20.8퍼센트로 추산되고 있다.
한 마디로, KT 전화번호부는 한국의 여론을 대표하기에 부족하다.
오히려 편향되어 있다.
3. 방식과 표본의 문제 해결 노력(RDD/심층 전화면접 조사)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 여론조사 기관들은 RDD(Random Digit Dialing)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이것은 지역번호와 국번 외의 끝 4자리를 무작위로 생성해 전화조사를 시도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방식은 당연히 조사비용이 기존 조사보다 2배 이상 들고, ARS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번거롭다.
게다가 어차피 이 방식을 쓰더라도 그 범위는 KT 등재 전화번호부 가구에 한정된다. 처음부터 한계를 가진 방식인 셈이다.
다른 방법으로 집전화 여론조사를 한층 더 강화해 "심층 면접 조사"를 하는 경우가 있다.
한겨레와 함께 조사한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는 이런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세대 내 샘플링, 높은 응답률, 최고수준의 조사인력, 조사기간 4- 7일" 등을 전화조사의 장점으로 내세우는 것을 보면 그렇다.
해당 조사에서 과연 이런 방식을 동원할 수 있었을지는 조금 의문스럽지만(짧은 조사기간(한겨레와 함께 한 조사는 2일)에 비춰봤을 때), 어쨌든 심층 면접 조사라고 해두자.
그러나 역시 KT 등재 전화번호부 가구로 한정된다는 점은 여전하다.
예컨대 범야권 지지자 중에서는, 전통적 민주당 지지자들이 과대표본 될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여권 지지자에서는 반대로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과대표본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III. 사례 분석
1. 리얼미터와 다른 여론조사의 차이점
물론 리얼미터도 완전한 여론조사는 아니지만, 리얼미터에는 다른 여론조사와 다른 점이 있다.
바로 휴대폰 여론조사 포함 여부다(다만 표본 전체 숫자가 3000명으로 적은 편이다).
리얼미터는 2009년 부터 휴대폰 여론조사를 여론조사 방식 표본에 포함시켰고, 최근에는 15퍼센트로 비율을 조정했다(상향인지 하향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 경우 1인 가구, 2, 30대 비율(신혼가구 및 학생, 독거 직장인 다수), 그리고 본래 KT에 등재되어 있지 않은 숨은 여론을 조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바로 여기에 그동안 리얼미터와 다른 여론조사기관 조사 사이에 계속적으로 나타난 간극의 이유가 있다.
그동안 리얼미터에서는 유시민 대표의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10-15퍼센트가 나왔으며, 참여당의 경우에도 지속적으로 3-4위권의 지지율(3-6퍼센트 사이)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유시민 대표의 경우 6-10퍼센트를 오가는 지지율에 불과했고, 참여당은 더 심해서 가끔 문제의 1.3퍼센트 지지율이 나오기도 했다.
이것은 여론조사의 통계편차를 생각하더라도 지나치게 큰 범위의 오차다.
하지만 여론조사의 표본이 달라진다면 이것은 당연히 나타날 수 밖에 없는 현상이다.
요컨대 휴대폰 여론조사의 포함 여부에 따라, 표본이 상당수 달라지고, 그 결과가 여론조사의 차이로 나타난다는 뜻이다.
2. 한겨레와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의 조사 문제점
게다가 사실 문제가 된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의 조사는 문제가 있다.
주트 기자가 인용한 문제의 "참여당 1.3퍼센트"는 이 대목이다.
"정당지지도는 한나라당 28.8%, 민주당 18.7%, 민주노동당 3.6%, 자유선진당 1.8%, 국민참여당 1.3%, 진보신당 0.6% 등이었다."
("한나라, 선진당보다 보수이미지 강해"(한겨레, 이유주현 기자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478002.html)
일단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28.8퍼센트라는 것은, 최근 한나라당이 지속적으로 하락 추세이며 친박과 친이가 싸우고 있기 때문에 전통적 지지자들이 이반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민주당 지지율이 18.7퍼센트?
최근 민주당이 FTA 문제로 삽질을 하긴 했지만 이 정도로 지지율이 낮게 나올 정도는 아니다.
그 해답은 1차적으로는 모든 정당지지도의 합산에서 볼 수 있다.
28.8+18.7+3.6+1.8+1.3+0.6 = 54.8퍼센트.
나머지는? 아마도 지지정당 없음일 것이다.
즉, 한국인이 전반적으로 정치혐오에 시달리고 있다는 증거일 뿐이다.
2차적으로는 이 표본이 KT 집전화 표본이기 때문에 정확한 여론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증거다.
당장 리얼미터 여론조사와 비교해보자.
민주당 31.8퍼센트, 한나라당 31.4퍼센트, 민주노동당 4.9퍼센트, 국민참여당 4.1퍼센트, 자유선진당 2.5퍼센트, 진보신당 1.3퍼센트, 창조한국당 0.3퍼센트, 기타 23.7퍼센트(리얼미터 5월 2째주 조사)
한나라당은 별로 차이가 없는데 비해, 민주당은 무척 차이가 난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참고로 민주노동당도 별로 차이가 없다.
한 마디로 한겨레의 이 조사는, 정당지지율 면에서는 다른 여론조사와 무척 다른 문제점이 있다(때문인지 한겨레는 다른 조사 항목은 선전하면서도, 정당 지지율은 슬쩍 기사로 끼워 넣었을 뿐이다.)
대선 지지율은?
<대선주자 지지율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39.3%, 손학규 민주당 대표 11.0%,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5.3%, 오세훈 서울시장 4.3%, 김문수 경기지사 3.2%,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 2.6%,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 2.4%,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각각 2.2%씩이었다. 자신의 주관적 이념 성향이 진보라고 답한 이들 가운데서도 28.9%가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한겨레, 같은 기사)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478002.html>
언뜻 보기에도 박근혜 대표의 지지율이 무려 40퍼센트에 육박한다는 것을 볼 수 있다. 같은 시기 리얼미터의 지지율은 위의 사진에서 보듯이 다음과 같다.
박근혜 : 30.9퍼센트(전 주 보다 0.4% 감소)
손학규 : 11.8퍼센트(전 주 보다 2.3% 감소)
유시민 : 10.7퍼센트(전 주 보다 1.8퍼센트 감소)
(감소 추세는 빅3 전반적 추세. 대신 한명숙 총리 5.2퍼센트로 1.1퍼센트 증가, 오세훈 시장은 4퍼센트로 0.4퍼센트 감소, 아마도 한명숙 총리의 경우 민주당 지지하나 손학규 지지 않는 호남 여론의 모색? 참고로 정동영 의원 3퍼센트)
무려 9퍼센트나 박근혜 대표는 차이가 있다. 그에 비하면 손학규 대표는 별 차이 없고 유시민 대표는 5퍼센트의 감소를 보인다.
무슨 의미일까?
3. 추정
한겨레와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는 조사방식, 대상, 응답률, 표본 어떤 것도 정확히 보여주지 않았다. 하지만 나온 결과를 비교해보면 그 대상과 방식은 간단히 추정할 수 있다.
KT 집전화, 그것도 무작위 전화걸기(RDD)도 아닌, 단순 전화 걸기를 통한 심층 면접 조사다.
그 결과 표본이 상대적으로 "보수적, 고연령, 안정된 계층"이 나타난 것이다.
해당 조사에서 진보가 보수보다 높다고?
그건 그냥 원래 보수적인 사람들이 MB가 삽질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진보화되었다고 느꼈을 뿐이다.
한겨레의 다른 분석기사 중에는 "강남좌파"가 늘어났다는 대목도 있는데, 그 점에서도 조사 대상이 상대적으로 보수층, 고연령, 안정 계층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한 마디로 이 조사는 신뢰성이 무척 낮다.
IV. 나가며
물론 리얼미터 여론조사에도 많은 문제점이 있다. 휴대폰 여론조사의 비율은 15퍼센트로 낮은 편이고, 매 주 계속 조사한 결과를 평균 내다보니 흐름에 따라 자주 뒤바뀌기도 한다.
게다가 리얼미터의 성향이 어떤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여론조사는 조사 기관의 성격에 따라 왜곡될 여지도 크다. 무작정 믿을 수는 없다.
그러나 다른 여론조사에 비해 현재 한국 여론의 흐름을 어느 정도 보여준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적어도 MB가 잘 나가던 시절, 다시 박근혜가 잘 나가게 된 시절, 유시민 대표가 서거 이후 갑자기 치고 올라오게 된 시절 등 각 때마다 그 당시의 여론 흐름은 대체로 정확히 반영되고 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우리는 리얼미터를 기준으로 삼을 수 밖에 없다.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여론조사에 일희일비해서는 안 되겠지만, 그보다 더 여론조사를 볼 때 그 여론조사가 얼마나 정확할지 방식과 표본을 살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다른 여론조사들과 얼마나 틀린지, 왜 틀린지에 대해서도 정확한 인식이 요구된다.
또한 덧붙여 참여당의 진로는,
여론조사가 아니라 정확한 상황판단과 당 지도부의 의사, 당원의 토론이 어우러져 결졍되어야 한다. 여론조사는 참고자료에 불과하다.
이 점을 항상 명심해야 할 것이다.
|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