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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약한 고리
"약한 고리"라는 게 있다.
어떤 사슬이 있을 때, 그 사슬의 강도는 가장 약하게 끊어지는 고리에 의해 좌우된다. 이를 조직이나 사업에 비유한다면 가장 취약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위의 진보대통합을 추진하는 연석회의에서,
"약한 고리"는 뭘까?
두 말 할 필요 없다. 진보신당이다.
일단 진보신당은 내부 분열을 일으키고 있다. 그것도 겉보기로는 3개 이상이다.
<지난 16일 노회찬, 심상정 당 고문이 '진보의 합창'에 합류한 것에 대해 진보신당 내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박용진 부대표가 '복지국가 만들기 국민운동본부', 김은주 부대표가 새로운 노동자정당 추진위원회에서 활동하는 것에 대해서도 당 내에 비판적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진보신당은 3개다? 더 많다" 레디앙, http://www.redian.org/news/articleView.html?idxno=22420)>
외부로도 마찬가지다.
<민노당 이정희,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 등은 19일 국회에서 `진보정치 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대표자 연석회의'를 열 예정이었으나 전날 밤늦게 회의가 취소됐다.
통합 진보정당이 대북문제ㆍ연대연합 등의 쟁점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느냐를 놓고 실무자간 협상을 벌였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민노, 진보, 통합논의 '제자리 걸음'" 연합뉴스,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1/05/19/0200000000AKR20110519172800001.HTML?did=1179m)>
기사를 읽어보면 알겠지만, 읽어봐도 어차피 "종북주의"문제다.
그리고 실제로는 예전 분당 사태의 이유인 "패권주의"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여러 가지 이념 얘기를 꺼내들고, 사회당과 같은 이념 위주 세력도 한 마디씩 거든다. 하지만 겉으로 꺼내지 않는 실제 이유는 하나로 추정된다.
"통합시 민주노동당 세력의 '패권'을 막을 수 있는가?"
무슨 경기동부연합이니, 울산연합이니 하는 정체모를 얘기가 흘러나오는데, 어쨌든 요약하면 위와 같을 것이다.
그리고 참여당이 만약 "진보대통합"이 아닌 "진보소통합"을 시도한다면,
길은 바로 이 "약한 고리"인 진보신당에 해답이 있을 것이다.
2. 유시민 대표의 결론 추정 -> 예상결과 = 황금의 3분할
이전 기사에서 추정했듯이,
나는 유시민 대표가 이미 결론을 대략 내렸다고 본다.
그 결론은 "진보소통합"의 길이다.
더 정확히는,
민주노동당 + 진보신당 통합파 + 참여당의 결합이다.
여기에 시민단체 정도가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
유시민 대표가 이러한 결론에 다다른 경로는 아마도,
참여당의 "미션"인 "정치개혁"에 주 원인일 것이다.
참여당의 미션인 정치개혁은 두 가지 전략을 요체로 한다.
"지역독점구도 타파" + "상향식 민주주의"
이를 통해 나라에 정의와 자유가 실현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시장체제를 정상화하며(국가의 어느 정도 약한 제어 아래서),
미국 패권 체제가 급변하고 있는 현 세계 체제 변동 아래 대응하는 것이,
궁극적인 유시민 대표의 비전이라고 나는 개인적으로 추측하고 있다.
그런데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바로 이 두 가지 정치개혁 전략에 있어서,
참여당보다 선구자였던 집단들이다.
비록 내부적으로 정파간 투쟁에 곪아 있지만,
어쨌든 이들은 두 가지 전략에 있어서 참여당과 방향을 같이 한다.
(물론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미션은 정치개혁이 아니라 경제개혁-혹은 사회혁명이니 우리와 이 점에서는 큰 차이가 있다.)
따라서 유시민 대표는 이러한 공통 분모 아래서,
진보신당 통합파(지도부는 노회찬-심상정 전 의원, 일반 당원은 아마도 기존 진보신당 당원보다는 옛 촛불시민 집단)가 분리되어 나올 것을 예측하고,
이들을 고리로 민주노동당과의 "통합"을 상정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유시민 대표는 이렇듯 순수한 의도로 예상했겠지만,
그 결과는 전략적으로도 참여당에게 꽤 유리한 결과가 나온다.
즉, "황금의 3각 분할"구도가 나타나는 것이다.
A. 민주노동당의 내부 패권세력은, 참여당과 진보신당 통합파 연합이 견제한다.
(민주노동당 < 참여당 + 진보신당 통합파)
B. 진보신당 통합파와 참여당 사이에서는 분열된 진보신당 구성원보다 참여당이 우위에 있을 것이고, 애초에 통합파 사이에서 다수파일 "촛불시민"들은 진보신당보다 참여당에 더 가까운 사람들이다(아마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참여당이 있었다면 진보신당이 아니라 참여당에 입당했을 가능성이 더 높다).
따라서 분열된 통합파는 참여당의 약한 생활정치인들도 제어가 가능해진다.
(진보신당 통합파 < 참여당의 약한 생활정치인들)
C. 이렇듯 내부적으로 상호 견제가 가능해진 "진보통합당"은,
강한 조직(민주노동당)과 진보성(진보신당?), 그리고 대중적 확장력(유시민 대표와 참여당)을 함께 가진 강력한 진보 정당이 된다.
(민주노동당 + 진보신당 + 참여당(유시민) = 강력한 진보통합당)
그 다음은 민주당과의 연대나 단일화, 혹은 더 나아가 아예 야권단일정당을 통한 정권교체의 길이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정말 이렇게 잘 될까?
3. 약한 고리의 문제
약한 고리가 괜히 약한 고리가 아니다.
그건 우리가 활용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우리의 약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약한 고리다.
문제는 다시 진보신당이다.
정말 진보신당이 깨질까? 아니면 민주노동당과 극적으로 타결할까?
어느 쪽이 되든 결판이 나야 위의 "참여당 판 진보소통합"이든, 아니면 진보대통합이든 가능해진다.
과연 진보신당이 그런 행동에 나설까?
위의 마지막 사진, "진보의 합창"을 보자. 물론 저것은 진보신당의 기획이 아니라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바깥에서 진보연석회의를(정확히는 양 당을) 압박하는 퍼포먼스에 더 가깝다. 여기에는 노회찬 전 대표도 참가했다.
사진을 보면서 뭔가 느껴지지 않는가?
이들은 놀랍게도 "아래로부터의 대중 참여운동"을 기획하고 있다.
저 사진에서 대중참여의 가능성이 엿보이나?
이런 비과학적이고 단순히 즉흥 감상적인 문제가 아니라,
진보신당을 비롯한 이른바 "진보세력"들의 공통점은, 일반 대중을 참여시키기 보다는 밀어낸다는 점에 있다. 당 구조보다 중간 세력 내지는 대의원들의 성향 자체가 그런 경우가 많은 듯 하다.
이들은 행동보다 "토론, 토론, 토론"을 거듭한다.
심지어 진보신당 내부에서도 "진보의 합창", "새 진보추진 위원회", "새로운 노동자정당 추진위원회"에 이르기까지 모임을 만들어 토론, 토론, 토론만 거듭하고 있다.
이게 나쁜 것은 아니다. 토론이 없이 결정만 한다면 그것은 독재다.
하지만 이들에게서 통합이든, 분열이든 어떤 '행동'이 독자적으로 나올 것으로 생각되지는 않는다.
바꿔 말하면, 현재의 진보신당에게서 예측될 수 있는 미래상은,
민주노동당과의 끊임없는 협상 지연과 내부 분열의 지속이다.
이 과정이 지난 1월 "연석회의"의 시작에서부터 5월까지 지속되었다.
이 구도가 민주당이 공언한 연대 마지노선이라는 9월(총선 후보자 선출 준비 때문에)을 지나 연말까지 가지 않는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진보신당이 "스스로 버틸 힘"만 있다면 연말까지 지속될 가능성도 크다. 왜냐하면 연말까지는 진보신당에 정치적 동력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진보신당 통합파의 "탈당"은,
그들에게서 주도권을 빼앗아갈 것이 거의 확실하기 때문에
(민주노동당에 빼앗기든, 참여당에게 빼앗기든),
통합파 스스로 선택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진보소통합이든 대통합이든,
"약한 고리"인 진보신당의 문제 때문에 한정 없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5. 역설적 독자생존 : 내실을 다지며 기다리되, 제안은 하자
4번의 가능성이 현실화된다면,
참여당은 진보소통합을 하고 싶어도, 어쩔 수 없이 독자생존하며 야권연대를
추진해야 하는 "역설적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다.
"민주노동당과 선통합을 추진하면 되지 않나?"
민주노동당은 어떤 일이 벌어지든 진보신당과의 통합이 우선이다.
이는 민주당이 집요하게 참여당을 통합하려 하는 것과 비슷하다.
민주당에게 기존 "민주개혁세력"의 통합과 복원이 주 과제라면(물론 이것은 참여당의 주 지지층이 그동안 투표장에 잘 안 나왔던 숨은 10퍼센트 중 일부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에게는 기존 "진보노동세력"의 통합과 복원이 주 과제일 것이다.
따라서 진보신당과의 통합 없는 참여당과의 결합이나 다른 구도 재편은 민주노동당에게는 있을 수 없다. 우선 진보신당과의 통합 후에 민주노동당은 무엇이든 선택할 수 있다(적어도 통합파 까지라도).
그렇다면 유시민 지지자와 참여당의 선택은?
이전 기사에서도 얘기했듯이, 기다리며 내실을 다지되 제안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다.
내실을 다지는 것은 협상력을 높이든, 독자생존을 하든 필수조건이다.
그리고 기다림은 우리가 주도권을 쥐지 못한 이상,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전 기사에서도 지적했듯이,
참여당이 주도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독자생존과 민주당과의 합당 뿐이다.
연대 조차도 상대방이 받아줘야 가능하다).
다만 그냥 기다리면 아무것도 못한 상태에서 상대방이 혼자 망가질 우려가 크니, 제안 정도의 다가가기는 요구될 수도 있다(진보소통합을 꼭 해야 한다면).
이 경우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한미 FTA"의 사과와 철회다.
개인적으로는 이것 때문에라도 구태여 통합까지 해야 하는지 의문이지만,
어쨌든 굳이 통합을 하고자 한다면,
"한미 FTA"에 대한 사과와 철회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것 없이는 민주노동당이든 진보신당이든 우리와 통합 논의에 나설 명분 자체가 없다. 한미 FTA를 인정한다는 것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에게는 그들의 정체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우리로 따지면 "지역구도 타파"와 "상향식 민주주의"를 부정당하는 것, 곧 "정치적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과 같다.
(한미 FTA 부정은 그 정도는 아니고 우리의 존엄성을 모독한다. 그런데 존재 이유와 존엄성 중 어느 쪽이 더 위에 있는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아마도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한신은 생존을 위해 존엄을 버리고 가랑이 사이를 기었고, 굴원은 존엄을 위해 유배지에서 스스로 자결했다).
요약하면,
민주노동당과의 통합을 위해서는 진보신당의 문제가 선결되어야 하고,
그렇지 않은 이상 우리는 "역설적 독자생존"의 상태가 될 것이다.
그리고 진보신당과 우리가 선제적 통합 제안이나 민주노동당과의 통합 시도를 하려면,
한미 FTA에 대한 사과와 철회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진보소통합을 원한다면, 반드시 생각해야 할 문제다.
아마도 유시민 대표도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P.S. 어쨌든, 나는 때가 올 때까지 기다리며 스스로 내실을 다지는 게,
존재이유와 존엄, 그리고 통합의 승산 가능성까지 높이는 가장 좋은 길이라고 생각해.
하지만 만약 유시민 대표가 진보소통합을 추진한다면, 따를 거야.
"논의는 여러 갈래로 이뤄지더라도, 리더가 결정하면 따른다."
그게 유시민이 노무현을 따르면서 정했던 방침이고,
나도 그게 올바른 리더십과 팔로워십의 자세라고 생각해.
다만, 이런 내 생각이 다른 유시민 지지자나 봉팔러들에게 강요되면 안 된다고 생각해. 그건 올바른 자세도 아니고, 유시민에게 이득도 되지 않아.
정치인은 자기 싫어하는 사람도 얻어야 하는 거잖아.
내 생각은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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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