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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나의 글 <유시민이 진보대통합의 이니셔티브를 쥐어야한다는 얘기다>에 구 기자와 기 기자가 각각 댓글로 좋은 의견을 남겼다. 오늘은 이에 대해 몇 가지 보충을 하고자 한다.
먼저 저번 토론을 통해서 나와 기, 구 기자 사이의 쟁점이 좀 더 뚜렷해진 것 같다. 사실 별 문제가 아닌데도 이렇게 뚜렷하게 쟁점으로 부각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이번에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기, 구 기자의 요지는 이런 것 같다. 진보대통합이 나쁘지는 않은데 다만 상대방이 우리를 받아들이는 조건이 우리의 조직적인 이념적 사상적 전향 내지 성찰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이 문제가 전제되지 않다면 유시민과 참여당이 진보대통합을 의결하더라도 그들이 우리를 받아줄 리 없다는 결론이 되겠다.
즉 진보대통합을 의결하기 전에 한미FTA 등의 이념적 사상적 전향을 우리가 할 수 있는지 또는 그렇게 할 용의가 있는 지를 먼저 당원들에게 묻고 동의를 얻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가 되겠다. 그러나 여기엔 몇 가지 오해가 있다(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진보대통합은 사상재판이 아니다
지금 진보진영이 유시민과 참여당에 바라는 것은 사상적 전향이나 이념적 변화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진보대통합이 무슨 사상재판이나 반공교육이 아니지 않는가? 혹시라도 진보대통합이 그런 의미를 가지고 있다면 나라도 유시민 대표를 뜯어말릴 참이다.
지금 진보진영이 유시민에게 원하는 것은 확고한 의지와 진정성이다. 물론 진정성이라는 말은 항상 문제가 될 만큼 애매모호한 표현이다. 다시 얘기하자면 유시민은 참여정부의 장관을 역임했고 노 전 대통령의 최전선에 선 측근이었던 만큼 지난 시기에 대한 어떤 성찰이 요구된다는 점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새로운 진보정치를 함께하기가 난망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여기까지는 당연한 얘기다.
그렇다면 여기서 우리는 유시민이 그동안 참여정부와 과거에 대해 얼마만큼의 치열한 자기성찰을 보여줬는지를 생각해 볼 일이다. 내가 보기엔 그는 진보진영이 요구한 것 이상의 성찰과 자성을 이미 보여줬다. 그 증거는? <후불제 민주주의>와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두 권의 저서가 그 첫 번째 증거이고 그가 수많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드러낸 의지가 그 두 번째 증가다.
지난 글에서도 언급을 했지만 유시민의 당 대표 수락연설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국민참여당은 오로지 참여정부와 노무현대통령이 남긴 부채만을 승계할 것입니다. 이제 노무현 대통령은 계시지 않습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이 실패했거나 포기했다고 말하지 맙시다. 그 분이 쓰러졌던 바로 그 자리에서 우리가 새롭게 시작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나는 이 정도의 의지와 성찰이라면 진보진영이 유시민의 진정성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보인다. 다시 말하자면 지금 진보진영이 유시민에게 원하는 것은 무엇보다 진보대통합에 대한 확고한 의지이며 지난 시기에 대한 자기성찰이지 사상이나 이념의 전향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래서 지난 시기 참여당은 한EU FTA와 한미 FTA에 대한 반대의 뜻을 명확히 밝히고 진보정당과 함께 공동 전선을 구축하고 함께 투쟁해왔던 것이다. 참여정부 때의 한미FTA? 이걸 어떻게 정리해야 할까? 그때는 옳았고 지금은 아니다? 물론 나 역시 이 부분이 영 궁색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부분에 대해선 유 대표가 보다 진전되고 지혜로운 입장을 스스로 정리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러한 지엽적 문제 때문에 유 대표나 진보진영이 진보대통합이라는 거사를 그르칠 정도로 수준이 낮다고 보지는 않기 때문이다.
더해서 남의 일에 일일히 너무 신경쓰지 마라. 진보신당이든 민노당이든 나름의 자기 내부의 문제가 있기 마련이고 그들 안에서 치열한 토론과 투쟁을 벌이는 중이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그들이나 우리나 진보대통합이라는 거대한 정치적 기획이 좌초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하면 되는 것이지 이쪽 저쪽 눈치 보고 간 볼 것 없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우리가 먼저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도 빠른 결단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와 당원들이 할 일
이제부터 우리와 당원들이 할 일은 진보진영이 이런저런 전향을 요구하는 데 정말 그렇게 할거냐고 유시민에 따져 묻는 것이 아니다. 유시민 대표는 이미 오래 전부터 과거에 대한 충분한 성찰을 보여준 바 있다. 이제 남은 일은 그에게 일임해도 된다.
이제 우리와 참여당의 당원들이 해야 할 일은 그에게 다시 한 번 무한한 신뢰를 보여주는 일이다. 그것은 6월 초에 예정된 당의 진로에 대한 최종 결정에서 유 대표의 의지를 재확인하고 그에 대한 절대적인 동의와 지지를 보내주는 것이다.
다시 한번 얘기하지만 이런저런 걱정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것은 지엽적인 문제에 얽매여 거사를 그르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제 남은 2주 안에 유시민과 참여당의 운명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집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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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