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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도덕적 이상이 정의를 수립하는 것이라고 볼 경우,
진보주의와 자유주의는 연합할 수 있고 필요하면 언제든 연합해야 한다."
2007년
2007년 열린우리당은 파국 속에 내부로부터 붕괴되어가고 있었다. 너무도 소중했던 10년간의 민주주의 개혁정권은 MB 정권이라는 반동적 보수우파에게 그 국가권력을 넘겨주고 말았다. 동시에 대선에서 독자후보를 다시 내세우고 처참한 패배를 맞이한 진보진영 역시 심각한 내홍 속에 붕괴의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2008년 열린우리당은 소멸했고 민주노동당은 뼈를 깎는 아픔 속에 분당되었다.
<대한민국 개조론>이라는 출사표를 내던지며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을 지키면서 국가권력에 도전하고자 했던 당시의 유시민은 실패하고 좌절했다. 노무현의 사람들은 폐족이 되어 절멸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었지만 열린우리당의 기회주의적 정치인들은 새 둥지를 향해 가뿐히 날아올랐다. 그리고 진보진영 또한 제갈길을 찾지 못하고 무기력한 좌괴감 속에 빠져들었다.
이런 암담하고 전망없는 시기에 이런 질문을 던진 적이 있었다. 이제 새로운 정치는 더 이상 없는 걸까? 진보의 미래는 어떻게 해야 되살아 날 수 있을까? 유시민과 같은 정의로운 진보적 자유주의자는 이정희나 노회찬과 같은 선한 진보주의자와 함께 정치를 할 수 없는 것일까? 함께만 할 수 있다면 국민들이 참으로 좋아할 것 같은데. 물론 가까운 시일 내에 그런 일이 벌어질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나 2009년 봄 유시민의 <후불제 민주주의>가 내 손에 들어왔을 때 나는 그 때의 질문이 드디어 답을 얻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게 되었다. 유시민 스스로가 바로 그러한 정치적 비전을 검토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국 정치 역사에서 우리는 아직까지 자유주의와 진보주의의 연합정치를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단 한번도 그런 기획이 시도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해방이후 한반도에 아직 두 개의 독립된 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의 그 짧은 기간 우리는 자유주의와 진보주의의 연합정치가 실현되는 모습을 지켜볼 수도 있었다.
여운형의 길
몽양 여운형이라는 정치인의 삶은 그 자체가 끊임없는 연합정치의 과정 내에 존재했었다. 많은 역사가들이 1945년 당시 해방정국에서 국민투표를 통해 대통령을 선출했다면 아마도 여운형이 대통령이 되었을 거란 얘기를 많이 한다. 그는 그 만큼 당시 조선의 인민들에게 존경과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었다. 투철한 민족주의자이면서 민주주의의 구현을 가장 시급한 정치적 목표로 삼고 동시에 좌와 우에 걸쳐 있던 당시의 정치적 다양성을 껴안으려 했던 시대의 대인이었다.
그는 해방 전야에 총독부로부터 조선내 일본인들이 안전한 귀환을 위해 조선의 치안을 담당해달라는 부탁을 받을 정도로 당시 그 권위를 안팎으로 인정받았고 이후 건국준비위원회, 인민당, 인민공화국 등으로 이어지는 조선독립을 위한 야심찬 정치적 기획을 펼쳐나갔다. 그러나 그의 정치적 기획과 인생은 1947년의 암살로 인해 끝내 결실을 맺지 못하고 허무하게 생을 마감했다.
그리고 이어진 김구의 암살 이후에 남북은 각각의 정부를 따로 수립하기에 이르렀고 끝내 한국전쟁이라는 내전을 불러일으켰으나 결국 통일을 이루지 못하고 현재에 이르렀다. 이후 한국의 진보진영은 반공이라는 이념적 파상공세 속에 그 뿌리가 완전히 도려내졌다. 조봉암의 진보당이라는 기획 역시 이승만 정권이 그를 사형시킴으로써 좌초되고 말았다.
진보주의와 진보주의자들이 지하에 뭍혀있는 동안 한국 민주주의 달성이라는 과업은 민주당이라는 전통 야당에게 맡겨졌다. 그리고 민주당은 DJ와 노무현이라는 시대의 지도자를 배출해 내면서 그 시대적 과업을 훌륭히 달성했다.
그러나 이제 DJ와 노무현은 우리 곁에 더 이상 함께 하지 못한다. 더해서 시대의 두 거인을 잃은 민주당은 자신의 정체성과 목표의식을 잃고 끊임없이 표류하고 있다.
진보의 미래
DJ와 노무현 이후 남겨진 시대의 과제가 있다. 정치적 민주주의를 더욱 심화시키고 사회 전 분야에 걸쳐 민주주의를 더욱 뿌리내리게 하면서 '진보의 미래'를 구현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지금의 민주당으로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마침 진보적 자유주의와 진보주의가 함께 만나 바로 이러한 국가 비전을 펼쳐낼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이 기회는 그저 하늘이 내려준 것만이 아니다. 이러한 연합정치의 기회는 유시민의 오랜 시간에 걸쳐 숙성시킨 진보적 자유주의와 진보주의의 연합정치에 대한 생각과 때맞춰 이뤄진 진보진영의 통합작업이 절묘하게 서로 만났기 때문인 것이다.
지금의 때는 사람의 의지와 기획이 하늘의 뜻과 절묘하게 만나는 지점이다. 지금이야말로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진보자유주의와 진보주의가 민주주의 안에서 만나 정의로운 국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바로 그 때인 것이다. 그것이 바로 유시민이 가고자 하는 길이며 그의 정치적 기획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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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