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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진보신문의 허접한 역사지식 사례
한미FTA를 봐라보는 일본 존왕양이파와 조선말 선비
(부제: 졸라늬우스 기자 제공)
봉팔러 열분들, 혹시 오늘 오푸에 오마이에 걸린 별희한한 기사를 보셨는가?
"경상도 무시한 고종의 '사심', 망국 불렀다(*오마이 편집진 제목)
[역사, 그 밖의 이야기들 10편] 19세기판 FTA논쟁"
제목을 보자마자 '이 뭔 지역주의 혓바닥 깨무는 소린가?'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요약하면,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청나라가 조선에 보낸 "조선책략"에 따라
고종이 대책도 없이 미국을 선한 나라로 착각하고,
미국도 오랑캐일 뿐 믿지 말라는 졸라 통찰력 있는
경상도 선비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조미수호통상조약"이란 것을 맺었는데,
그것이 졸라 통찰력 있는 국민들이 반대하는 현재의 한미 FTA와 다를 게 없다는 거다.
정보력은 앞서지만 온갖 이해관계,
특히 대원군에 대한 고종 자신의 정치력과 관련된 사심으로 인해
통찰력을 상실한 고종이 미국에 대한 환상으로 "조미수호통상조약"을 맺었고
정보력은 조선왕실보다 뒤지지만 통찰력이 있었던 경상도의 선비들은
만인소로써 "러시아나 미국이나 일본이나 다 똑같은 오랑캐입니다.
그들 중에 누구는 후하게 대하고 누구는 박하게 대하기는 어려운 일입니다"라며
반대했는데 그 때나 지금이나 정보력은 선비들, 국민들에 비해 월등하지만
미국에 대한 환상으로 가득찬 정부의 오판이라는 거다.
단, 그래서 고종의 "조미수호통상조약"이 조선의 운명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는
따지지 말잔다. 제목에는 조선의 망국을 초래했다면서 따지지 말잔다.
그리고, 그 조약체결 후 60여년이 지나 미국은 한반도를 지배하기 시작했고,
또 그로부터 60여년이 지난 지금도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거다.
쯥!
그런데 여기서 묻자.
청나라의 조선책략에 넘어간 고종이 열강의 개항요구 앞에서
오판하여 당시로써는 듣보잡인 미국에게 특혜와 같은 조약을 맺었다고 해서
과연 당시의 미국이 조선을 침탈한 내용이 있는지,
졸라 대단한 통찰력으로 "조미수호통상조약"을 반대한 경상도 선비들에겐
열강의 압력 앞에서 과연 어떤 대안이 있었는지 말이다.
그런게 있었나?
없었다.
일본의 에도막부 말기, 막부도 흑선을 앞세운 열강들에게 엄청나게 시달렸고,
천황을 앞장세운 존왕양이파와 막부를 필두로 하는 개항파 간에
피비린 내 나는 내전을 겪은 후 막부에 의해 개항은 됐지만,
서구 열강의 무력 앞에서 영원히 쇄국을 고집할 수 있다고 생각한
다이묘(영주)는 거의 없었다.
비록, 존왕양이파라는 쇄국을 고집하는 세력이 한 때 엄청나게 위세를 떨쳤지만,
그 중심에 막부만큼 정보력을 갖추었던 다이묘들이 있었던 것은 아니며
세계의 급변에 대한 정보력없이 칼을 들었던 일본의 선비들에 해당하는 사무라이들,
그것도 하급 사무라이들이 중심이었고 갸들 중에 사카모토 료마같은 깨우친
사무라이들이 결국은 정보력을 갖춘 현명한 다이묘들을 이용해서
막부에 의해 존왕양이파가 해체된 이후에 막부를 타도하고 메이지유신을 일으켰다.
* 존왕양이파: 도쿠카와 막부의 독재에 반대해서 천왕을 중심으로 외세를 물리치자는 애들
일본의 메이지유신은 단순히 개항운동만도 아니고, 막부해체운동만도 아니라
260여년 집권한 에도막부 하에서 고착된 불합리를 일소하고자 했던 사무라이들과
일본이라는 우물 안에서 칼만 잘 휘두른다고 열강의 흑선에서 쏴대는 서양식 대포를
이겨낼 수 없다는, 서양의 새로운 문물을 이겨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닭은 선각자들의
그야말로 다급하고 처절한 몸부림의 결과일 것이다.
고종에게 만인소를 올려 조미수호통상조약을 반대했던 그 잘난 통찰력을 가진
경상도의 선비들이 오랑캐라고 치부했던 그 일본의 사무라이들,
그것도 하급사무라이들이 그 토록 일본 백성들의 고난을 혁파하고
다가오는 열강의 침략에 대비하고자 내전까지 감행하고 있을 때,
그 잘난 통찰력의 소유자들인 선비들은 과연 무엇을 하고 있었나?
그들에게는 어떤 대안이 있었는가? 어떤 자구 노력이 있었는가?
지금으로 돌아와서, 조미수호통상조약을 반대했던 경상도 선비들처럼
통찰력을 가지고 한미FTA를 반대하는 이들에게는 과연 어떤 대안이 있는가?
맹바기를 두둔하자는 것도 아니고, 지난 참여정부를 옹호만 하자는 것도 아니다.
참여정부가 가졌던, 노무현 대통령이 가졌던 그 깊은 고민에 대해
지금 고종까지 끌어내서 반대만 했지 결코 대안은 내놓지 않는 이들에게 묻고잡다.
당신들의 대안은 무엇이냐?
당신들이 에도막부 말기에 아무런 대안도 없이, 다가오는 파국에 대한
어떠한 고민도 없이 칼을 들고 교토로 뛰쳐나간 존왕양이파와 무엇이 다른가?
만인소만 올렸지 고종의 선택에 어떤 도움도 주지 못했던 경상도의 선비들과
무엇이 다른가?
고종이 잘났다는 것도 아니고 현재의 대한민국 정부가 잘하고 있다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에도막부 말기 일본의 존왕양이파 하급사무라이들은
자신들의 모든 것을 버리기라도 했다.
대안도 없고 아무것도 희생할 생각도 없이 고종이나 불러내는 당신들은 뭐냐?
이 기사(?)의 논지를 유추하자면,
조약을 반대했던 통찰력있는 경상도 선비들의 주장을 무시할만큼
통찰력없는 왕이 고종이었기 때문에 조선이 망했다는 것 같다.
고종의 고민이 진정 무엇이었는지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여태까지 봐온 한미FTA반대 주장 중 가장 멍청한
이런 글을 기사랍시고 버젓이 대문에 걸어놓은 오마이가 오늘따라
참 한심스럽기 그지없다.
얼어죽을 통찰력으로 반대를 한다 하더라도
이런 졸렬한 주장을 가지고 반대하는 것이 도움이 될지 안될지
판단도 못하는 애들이 언론이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이 든다.
그 참, 난 참 눈치도 읍따.
위 오마이 기사의 작성자는 기사에 들어가보면 원래 제목을
"고종의 '오판', 경상도 선비들 말 들었어야"라고 붙힌 모양이다.
그런데 메인 화명 제목은 오마이 편집진이 달았을텐데
"경상도 무시한 고종의 '사심', 망국 불렀다"이다.
이게 뭔 의도야?
특별한 의도가 없다면 문장길이도 비슷한데 왜 저랬을까?
아는 사람?
- 오마이 기사 작성자 정보
이름: 김종성
주력분야: 정치,민족·국제,미디어세부 분야역사, 사극기자
출판정보: 동아시아 패권전쟁(자리,2011)
철의 제국 가야(역사의아침,2010)
최숙빈(부키,2010)
* 설거지 기자의 요청에 따라 오마이 기사 작성자의 공개정보를 덧붙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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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