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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말까지 최종 합의문 채택을 향해 힘겹게 달려오던 진보대통합이 중단되었다. 협상 자체가 결렬될 위기라는 견해가 무게를 더욱 얻고있다. 무엇이 진보대통합의 힘찬 행진을 주춤하게 만들었는가? 물론 그 이면에는 민노당, 진보신당, 사회당 사이의 복잡한 역학관계가 도사리고 있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난 문제로만 보자면 역시 대북한 입장이 그 핵심이라고 하겠다.
5월 26일 연석회의 대표자회의가 결렬되자 제일 먼저 주목을 끌었던 것은 진중권의 트위터 논평이었다. 민노당의 종북주의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었다.
“민노당에서는 종북노선을 포기할 의사가 없는 것 같다. 그게 ‘별 의미가 없는 것’이라면 통합을 위해서라도 그냥 앞으로 북한의 3대세습이나 인권문제에도 비판을 하겠다고 약속하면 될 일을...그걸 안 하네요. 그건 죽어도 못 한 대요”
“한심한 인간들입니다. 21세기에 다 망해가는 봉건왕조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다니... 그러고도 ‘진보’의 시늉을 하겠다니...이건 정치가 아니라 종교죠. 사이비 종교”
이 정도면 진중권 특유의 독설이 듬뿍 묻어나는 최상위급의 비판이 되겠다. 진중권은 대체로 아주 스마트한데 이렇게 가끔씩 스스로 골로 가버리는 자뻑을 하곤 한다. 한마디로 지 성질이 고약한 데가 있다는 것이다.
잠시 시간을 돌려 작년 가을로 돌아가보자. 당시 북한의 권력승계 구도가 정식화되자 온갖 미디어들이 한마디씩 거들었는데 그 중에서도 민노당에게 직격탄을 날린 경향이 조금 유별났다. 당시 <경향신문>은 "민노당은 3대 세습을 인정하겠다는 것인가"라는 칼럼에서 "(민노당은) 3대 세습이라는 중요한 사안을 두고 비판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정하고 말았다, 실망스러운 일"이라며 "북한은 무조건 감싸주어야 한다는 생각이라면 그것이야말로 냉전적 사고의 잔재"라고 밝혔다.
이 사설 이후로 수많은 논쟁이 지속 확산되었지만 딱히 결론이 나지는 않았다. 대북한 문제는 그만큼 어렵고도 복잡한 정치적 이념적 문제가 뒤엉켜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이 문제에 관한한 이정희가 옳다고 보며 진중권의 태도는 경박하기 이를데가 없다고 본다.
당시 민노당의 입장은 "비판하지 않는다고 해서 동의하는 것은 아니며 도식적인 비판이 최선이 아니라는 정책적 판단에 따라 침묵하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정희 대표는 "국보법 법정의 논리가 일부 변형되어 진보언론 안에도 스며들어 온 것이 안타깝다" "말하지 않는 것이 나와 민노당의 판단이며 선택이고 이 때문에 비난받아야 한다면 받을 것"이라고 반박했었다. 이정희은 그의 리더십 테스트를 훌륭히 통과했다고 본다.
나는 이 문제에 관한한 역사학자 김기협 씨의 주장에 대체로 동의한다. "북한 문제는 북한이 결정할 문제라고 보는 것이 왜 북한을 감싸주는 것이냐" "지금의 북한 사정으로는 적합한 권력 승계 방법일 수도 있는 것이고, 그 자체가 절대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경향신문 사설에 대해서는 "이런 태도야말로 정말 위험한 제국주의 논리"라고 덧붙였다.
북한의 권력승계와 관련해서 이게 잘한 일이라고 칭찬해주는 남한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비슷한 견지에서 삼성의 이재용으로의 대를 잇는 권력승계와 관련해서도 나는 결코 잘하는 짓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일본의 라이벌 전자회사인 소니가 "우리는 삼성의 3대세습에 반대합니다"라며 회사 성명을 발표했다고 상상해봐라. 이 얼마나 좆같고 엿같은 상황이냐?
민노당과 이정희의 가슴 속에는 아마도 그 무엇보다 민족주의의 뜨거운 피가 흐르고 있다고 보여진다. NL, PD 논쟁을 떠나서 내가 보기엔 한반도의 평화통일이라는 최우선의 절대과제라는 차원에서 보자면 나는 이정희의 편을 들고 싶다. 진중권? 이정희한테 제대로 찍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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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