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퇴임 후 고향 봉하마을에서 ‘정치인 노무현’이 아닌 ‘인간 노무현’으로서 하고 싶은 일이 많았습니다. 그중 하나가 ‘민주주의’ 교육이었습니다. 특히 어린아이들과 청소년을 위한 한국 민주주의 교과서를 만들고 싶어 했습니다. 민주주의에 대한 실제 이해와 학습이 가능한 교재로서 그들의 눈높이에 맞는 ‘책’을 만들어 보자는 얘기를 여러 번 했습니다. ‘진보의 미래’ 연구는 그 출발이기도 했습니다.
이제 대통령의 ‘꿈’이 하나씩 이뤄지고 있습니다. 2주기를 맞아 노무현 대통령의 생애를 소재로 한 어린이 책이 잇따라 발간됐습니다. <자전거 타는 대통령>, <우리들의 대통령 노무현>, <노무현 대통령의 꿈과 도전> 등이 그것입니다. 구성과 형식도 각각 다르고, 독자 대상도 서로 다릅니다.
그러나 이 책들에는 공통된 특징이 있습니다. 단순한 노무현 일대기를 담지 않았습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이들과 책을 만든 이들 모두가 ‘노무현 가치와 정신’을 담고자 했습니다. 그가 태어나 성장하고, 정치에 입문해 대통령이 되고 서거하기까지 인생 역정 자체가 또 다른 한국 현대사이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은 스스로 책을 만들지 않았지만, 자신의 이야기로서 청소년과 어린이를 위한 한국 민주주의 교과서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통해 그가 어떻게 우리 가슴 속에 살아남은 대통령이 되었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렇게 대통령이 소망하던 책에서 다시 태어난 ‘노무현의 꿈’은 어떤 모습일까요.
봉하마을 소년, 대통령 할아버지를 만나다<자전거를 타는 대통령>(북멘토 펴냄)은 노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와 봉하마을에서 지냈던 시간을 동화로 구성한 책입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들이 읽기에 안성맞춤입니다. 봉하마을 어린이 ‘부남’이가 주인공으로, 대통령 할아버지를 만나 옆에서 보고 듣고 느낀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이 책에서 노 대통령으로만 표현된 그 분은 퇴임 후에도 뚜렷한 소신으로 누구나 차별받지 않고 골고루 잘 사는 세상을 만들어 보려는 꿈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른들은 여전히 대통령 할아버지를 ‘바보’라고 불렀습니다. 하지만 소년 ‘부남’은 누가 무슨 말을 해도 대통령 할아버지가 ‘바보’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압니다. 할아버지 마음은 소년처럼 순수한 사람에게만 보이나 봅니다.
조재도 작가가 글을 쓰고, 박건웅 작가가 그림을 그렸습니다. 시인이자 교사이며 <노무현재단> 이사 도종환이 추천사를 썼습니다. 조재도 작가는 ‘민중교육’ 사건과 전교조 결성으로 해직되었다가 복직한 교사이자 시인, 소설가입니다. 어린이를 위한 동화도 꾸준히 쓰고 있습니다.
그는 대통령 서거 직후 ‘노무현 동화’를 쓰기로 마음먹었다고 합니다. 그 분에 대한 이야기를 어린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 분이 남긴 ‘사람사는 세상’이란 가치를 동화로 그렸고, 어린이들이 책을 읽으며 그 분이 남긴 가치를 되새기며 행복하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자전거 타는 대통령>은 저자의 마음만큼이나 그림의 느낌도 따뜻합니다. 마음으로 대통령을 그리는 박건웅 작가의 손끝에서 나온 작품이기 때문일 겁니다. 만화가와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 중인 박건웅은 2009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대한문 시민분향소 대형걸개 ‘노무현’을 그린 작가 중 한 사람입니다.
노무현과 떠나는 한국 현대사 여행<우리들의 대통령 노무현>(학고재 펴냄)은 어린이들 눈높이에 맞춰 대통령의 일대기를 서술한 책으로 초등학교 5, 6학년을 대상으로 출간되었습니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사법고시에 합격해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정치에 입문, 16대 대통령으로 당선되기까지 과정 등을 이야기하듯 구어체로 들려줍니다.
특히 1946년에 태어난 노 대통령의 출생 시기부터 대통령이 퇴임하는 2008년까지 한국 현대사의 주요 사건이 대통령의 성장 과정, 인생 역정과 함께 소개되고 있습니다. 이승만 대통령의 제1공화국, 노 대통령이 학창시절 경험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5.16 군사정변,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던 시기 전두환 전 대통령의 12.12 군사정변, 5.18 민주화운동, 김영삼 전 대통령의 3당 합당, 2000년 노사모 탄생에 이르기까지를 담고 있습니다. 어린이들은 이 책으로 엄마아빠들이 노 대통령과 함께 한국 현대사의 격정의 시간들을 어떻게 온몸으로 맞서왔는지 돌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노 대통령 회고록 <성공과 좌절>, 정본 사진집 <사람사는 세상> 등을 펴낸 학고재에서 펴냈습니다. <노무현재단> 편집위원이자 한국미래발전연구원에서 연구활동을 하던 권순욱씨가 글을 썼습니다. 기자 출신의 그는 ‘스나이퍼’ ‘노마드’란 필명의 인터넷 논객으로 더 친숙합니다. 어린이책 일러스트레이터 김병호 작가가 그림을 그렸습니다. 문재인 이사장이 직접 감수하고,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추천사를 썼습니다.
저자 권순욱은 대통령의 ‘민주주의 2.0' 사이트 개설에도 적극 참여했습니다. 그래서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민주주의 교과서를 만들고 싶어 했던 대통령의 소망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저자 자신의 꿈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정직하고 용감했고, 대통령이라는 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으면서도 겸손했던 노 대통령의 삶을 어린이들에게 들려주는 일이야말로 성숙한 세상, 사람 사는 세상을 열기 위해 어른들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어린이․청소년을 위해 '소설'로 태어난 노무현<노무현 대통령의 꿈과 도전>(리젬 펴냄)은 초등학교 고학년과 청소년을 위한 ‘소설’입니다. 모두 16꼭지로 구성된 이 책은 대통령 자서전 <운명이다>을 바탕으로 그림을 곁들여 재구성됐습니다.
노 대통령이 봉하마을에서 태어나는 것을 시작으로, 대창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부산상고에서 공부하던 시절, 사법고시에 합격해 변호사로 활동하던 시절, 정치에 입문하고 마침내 대통령으로 당선되기까지 이야기, 임기를 마치고 고향 봉하마을에 귀향해서 친환경농법으로 농사일에 전념했던 이야기가 한 편의 소설로 다시 탄생했습니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소설인 만큼, 가능한 노 대통령의 어린 시절에 더 많은 지면을 할애했습니다. 대통령 삶의 뿌리이자 철학과 맞닿아 있는 고향 봉하마을 생활은 좀더 세밀하게 그렸습니다. 가난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는 어린이 노무현, 형에게 영향 받은 사회에 대한 시선을 끝까지 따라가면서 세상과 맞서는 ‘소년 노무현’을 그리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엿보입니다.
<황새울>과 <33인의 칠레 광부들> 등 어린이 책을 전문으로 쓰는 정대근 작가가 글을 썼습니다. 시사만화가와 만평가로 잘 알려진 손문상 작가가 그림을 그렸습니다. 1주기 추모전시회를 비롯해 인상 깊은 ‘노무현 작품’이 여럿 선보였습니다. ‘섬진강 시인’으로 유명한 김용택 <노무현재단> 운영위원이 추천사를 썼습니다. 기획부터 출간까지 1년 넘게 쏟은 그들의 열정이 잘 담긴 김용택 시인의 추천사를 소개합니다.
"이 책은 그저 흔한 전기가 아닙니다. 그가 태어나고 자라 어떻게 우리 가슴속에 살아남은 대통령이 되었는지를 보여줄 것입니다. 정직과 진실, 용기와 꿈, 정의로운 삶, 불굴의 의지가 어떻게 세상을 위해 사랑의 빛을 발하고 아름답게 쓰이는지, 생생하게 그려 줄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 한 사람의 일생이 여러분들의 삶을 행복하게 바꿔 놓을 것입니다."
2011년 5월. 노무현 대통령을 추모하는 노란 물결이 다시한번 전국 곳곳을 뒤덮었습니다. 그의 뜻을 기리는 추모 인파는 지난해보다 더 늘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노무현의 가치와 정신’을 재조명하는 열기는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가 이루고자 했던 꿈,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국민들 마음에 뜨겁게 남아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 마음이 이 책들을 통해 어린이와 청소년에게로 널리 확산되길 기대합니다.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