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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의 상징. 민주화의 영웅. 변절자. 지역화를 고착시킨 장본인.
이렇게 상호 호환이 되지 않을 말들이 엉키어도 이상하지가 않다. 이상한가? 이 모든 말들이 김영삼 전대통령에 대한 평가이고 사실에 가까운 말들이다.
김영삼 은 6.25 직후인 1951년 장택상의 비서로 정계에 입문해서 만 25세에 국회의원이 된다. 자유당의 사사오입 개헌에 반대해서 명패를 야권으로 옮기게 된다. 자유당이 썩었네 뭐네 해도 박정희 정권보다는 훨씬 자유로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박정희때는 국회의원도 고문 당하고 국회의원을 '유정회' 라는 이름을 내세워 직접 임명하지도 않았던가?
1971년 대선을 앞두고 40대 기수론을 부르짖는다. 김대중과 이철승의 합류로 서열을 중시하던 한국 정치계에 일대 바람을 몰고온다. 대선 후보 결선에서 이철승과 김대중 의 의기투합으로 후보가 되는 것에는 실패한다. 김영삼의 양복 안주머니에는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문이 있었고, 그 연설 잘하는 김대중의 연설이 시원찮은 걸로 보아서는 일반적으로 김영삼의 당선이 당연해 보였다는 것이 중론이다.
선거 패배로 그는 호텔에 와서 눈물을 흘렸다고 했지만, 대통령 선거기간 내내 김대중을 열심히 돕는다. 우리나라 역사상 패자의 가장 아름다운 '도움' 으로 기록된다. 이것이 87년의 양김단일화 실패의 원인은 아니었을지.
1972년 유신이 선포되자 외국에 있던 김영삼은 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바로 귀국하고 투쟁을 선포한다. 김영삼은 용기와 기백이 있는 지도자였다.
(뉴시스 사진 : 네이버 검색)
1979년 8월 9일 YH여공들이 신민당 당사에서 농성을 하겠다고 하자 흔쾌히 그것을 허락하고 결국 박정희의 몰락을 불러온다.
고은 시인의 '김영삼' 이라는 제목의 시
79년 여름 나는 그에게 달려갔다.
그의 직관적인 결단으로
YH 노동자들 신민당 강당 농성을 승낙해 주었다
그것이 유신체제가 쓰러지는
바퀴 소리일 줄이야
그 누구도 몰라야 했다
(출처 : 강준만 저 한국 현대사 산책 1970년대편 3권)
YH 여공의 농성에서 박정희의 경찰들은 김영삼을 제외한 신민당 당직자와 기자들까지 무자비하게 폭행한다.
이후 1979년 9월 10 기자회견을 열어 박정희의 하야와 YH여공 김경숙씨의 사망에 대해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 9월 15에는 뉴욕타임즈와의 회견에서 카터정부의 박정희 정권에 대한 지지를 철회해야한다는 기자회견을 한다.
10월 4일 박정희 정권은 국회 경호권을 발동한 가운데 김영삼 제명 결의안을 10분 여만에 통과시켰다.
김영삼은 국회의원직이 제명되면서 "날 제명시키면 박정희는 죽어" 라는 섬뜩한 예언을 남기고 역사는 그의 말대로 진행된다.
80년의 '서울의 봄' 시절 결국 김대중과 김영삼은 화합하지 못하고 신군부의 등장을 막지 못한다. 서로 힘을 합쳤으면 어땠을까? 라는 아쉬움이 남는 순간이었다. 그 이후 지루한 전두환 정권과의 싸움.
87년 직선제를 얻어내지만 양김은 단일화를 이루지 못한다. 대선에서 82만표를 받은 노태우에 이어 63만표를 받아 61만표를 받은 김대중을 이기고 자신이 야당의 1인자라는 것을 김영삼은 확인한다.
그러나 이후 88년 총선에서 김영삼의 통일 민주당은 김대중의 평화민주당보다 더 많은 득표를 기록하나 더 적은 당선자를 냄으로써 제 2야당으로 밀려나버린다. 나는 아직 그날 선거가 끝난후 상기된 표정으로 인터뷰하던 김영삼의 얼굴이 잊혀지지 않는다. "두번째로 많은 득표를 한 명실상부한 제 1야당으로써" 하지만 그는 제2야당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여담이지만 김영삼씨는 아주 자기 중심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인 듯하다. 그 어려운 시절 부잣집 도련님으로 자란 그의 태생의 영향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는 연예인 기질을 다분히 가진 사람이었다. 어쩌면 그의 기나긴 민주화에 대한 투쟁조차도 '민주' 에 대한 갈망보다는 자신이 '정의' 라고 생각하는 것을 가로막는 것에 대한 '개인적인 분노' 는 아니었을지. 이 지점에서 김영삼과 김대중을 많은 차이를 드러낸다.김대중의 공부와 김영삼의 감에 의한 정치는 투쟁에서는 김영삼이 앞섰는지 모르겠으나(물론 김대중에 대한 용공조작, 언론통제등도 생각할 문제이지만) 집권이후의 실력차이를 드러나게 하는 것은 아닌지-
전두환과 노태우와 겨룰 수 있는 것은 자신밖에 없다고 믿던 김영삼으로서는 아마 이때부터 다른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을까?
89년 4울에 있었던 동해보궐선거 공화당 후보매수 사건으로 사무총장 서석재의 구속. 이후 벌어진 8월의 영등포 보궐선거에서 평민당의 30% 득표에 18% 밖에 득표하지 못하자 결심을 굳힌 듯 했다.
1990년 1월 22일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한다" 며 3당합당을 결행한다. 정치초보 노태우를 상대로 정치싸움에서 승리. 다수파인 민정계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된다.
집권초기 하나회숙청, 금융실명제 실시, 조선총독부 건물 폭파, 전두환, 노태우 처벌등 90%가 넘는 사상 초유의 인기를 누린다.
자신의 대통령 재임시 데모하는 학생들을 이해할 수 없는 뇌구조를 가진 사람이었다. 그는 남북관계에서도 김일성과의 회담을 추진하다 김일성 사후 갑자기 대북강경책을 쏟아낸다. 이 문제 역시 남북회담을 통일이라던지, 민족의 공존과 같은 '철학'의 문제에 대한 고민이 아닌, 역사상 김일성과의 첫회담 이라는 상징성 같은 것에 메달렸던 것이 아니었는지 개인적 의심이 있다.
그렇게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김영삼은 임기말 김현철의 몰락과 IMF체제를 맞으면서 수많은 사람의 일자리와 목숨을 날려보낸다. 평소 "머리는 빌릴 수 있지만 건강은 빌릴 수 없다" 고 강조하던 김영삼은 경제정책을 수행할 만큼의 지적 능력은 있지 않은 듯 하다.
누구말마따나 지금처럼 누구의 머리도 빌리려고 하지 않는 사람이 대통령하는 것보다는 나을 수 있지만 그 결과는 너무나 무서운 것이었다.
김영삼의 과오는 지금의 호남 고립을 심화시켰다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영남을 군사정권에 헌납함으로써 지금의 민주세력의 지역적 기반을 통째로 날려버렸다는 것에 있다. 이명박근혜가 아무리 헛짓거리를 해도 여소야대를 만들기 힘든 지금의 구도를 만들었다는 것에서 그의 역사적 그릇된 판단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시대는 갔다. 그의 소명도, 그의 부질없는 배신도 끝났다. 이제 우리 시대는 우리 시대의 영웅을 찾아 갈 것이다. 우리는 이제 새로운 시대를 준비할 때가 된 것이다.
(짤방은 국회의원 제명직후의 김영삼 :강준만의 한국 현대사 산책: 1970년대편 3권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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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